친정 엄마가 준 혼수 이불, 수십 년 만에 빛 본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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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화 기자]
문득 환절기 이불을 사 볼까 싶었다. 남편과 서울 종로5가 광장 시장으로 갔다. 먼저 평소 이용하던 약국에서 소독제와 상비약 몇 가지를 샀다. 녹두전, 순대 등 즐비한 먹거리 가게를 비집고 이불 가게로 갔다. 이불 입구에서 힐끔 거리며 탐색했다.
"뭐 찾으세요?"
"그냥 구경할게요."
두 번째 이불 가게를 거쳐 세 번째 가게에서는 생각을 바꿨다.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이불을 겉만 보고 고르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았다.
"환절기 덮을 얇은 이불 있어요?"
"이리 들어 오세요. 여기 많아요."
주인은 미소로 반기며 발길을 잡아당겼다. 60수, 모달, 알러지케어 솜 등 처음 듣는 단어를 쓰며 설명했다. 주인 설명을 다 알아들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우리 이불의 홑청과 다른, 세련된 모양 커버, 색깔 등은 한눈에 확인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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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81년산 혼수이불 요 45년 동안 보관하고 있었는데, 겉표면은 얼룩이 있지만 솜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
| ⓒ 임지화 |
두꺼운 이불이 불편해도 다시 만들 생각을 못했다. 첫째가 태어나면서 아기 이불 덤으로 우리 부부 이불도 얇은 것으로 샀다. 그리고 혼수 이불에 든 목화솜의 좋은 점, 엄마 마음이 담겨 있다는 사실 등을 생각해 보지 않았다. 깊이 생각하고 귀함을 인지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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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시 남방셔츠 모시 천이 남아서 남방도 하나 추가로 만들었다. 원피스보다 자주 입는 편이다. |
| ⓒ 임지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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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시로 만든 원피스와 볼레로 내 나이 60이 넘어 어머니가 남긴 한삼 모시로 원피스와 볼레로를 만들었다 |
| ⓒ 임지화 |
그런데 이번 두꺼운 솜이불은 조금 다른 것 같다. 광장 시장에서 이불에 대해 알아보기 몇 년 전에도 솜을 틀어 다시 이불을 만드는 가게, 현관문에 붙은 전화번호로 두 번 문의했다. 공장으로 보낸 솜이 오롯이 내 이불로 탄생할지 회의적이었다. 비용도 살균 소독 등의 공정으로 예상보다 만만하지 않았다. 그렇게 보류한 게 지금까지 왔는데, 엊그제 우연히 옆 동네 재래시장을 들렀다가 '솜 틀어 드립니다' 문구가 걸린 이불 가게를 발견하고 나도 모르게 가게 안으로 향했다.
그동안 문의한 어떤 가게보다 낮은 가격을 말했다. 또한 남의 솜과 섞이지 않게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내 솜을 주고도 최소한 이불 커버까지 17만 원은 줘야 이불 하나 가질 것 같았다. 광장 시장에선 15만 원으로 그냥 좋은 이불을 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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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5년 묵은 혼수이불의 변신 두껍고 무거웠던 요 하나의 솜을 틀어 덜어 내고, 덮은 봄이불로 만들었더니 가볍고 푹신하다 |
| ⓒ 임지화 |
"장모님이 주신 이불이고, 여태 보관해 왔으니 하나만 만들어 덮지."
나는 더 이상 따지지도 묻지도 않고 솜 트는 이불 가게로 향했다. 남편은 20대에, 나는 40대에 어머니를 여의었다. 나는 시어머니를 사진으로만 봤고, 남편은 장모를 15년 이상 봤다. '가정의 달' 5월이 다 가기 전에 다시 살린 어머니의 목화솜 이불 때문에, 우리는 어머니를 꿈 속에서라도 만나기를 기대하며 잠을 청할 수 있게 되어 설렜다.
덧붙이는 글 | 하늘 나라에서 어머니를 만난다면, 다시 살린 이불과 모시옷 이야기도 꼭 해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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