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관광로드]②"한국인 일상 체험"…성수 골목 누비는 외국인
팝업·플래그십·베이커리·카페 결합
서울 대표 트렌드 상권
지난 26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연무장길. 일본인 관광객 아야씨는 인근 카페와 팝업스토어 사진이 담긴 휴대전화를 보여주며 "이번 한국 여행에서는 성수에서 보내는 시간을 가장 길게 잡았다"고 말했다. 그는 "브랜드 매장과 카페를 천천히 돌아다니면 하루가 금방 지나간다"며 활짝 웃었다.
이날 성수 연무장길 일대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골목 곳곳에 들어선 브랜드 매장과 팝업스토어, 카페를 오가며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관광객들은 유명 소금빵 매장 앞에서 대기하면서도 휴대전화로 주변 편집숍과 카페를 검색했고, 쇼핑백을 들고 골목을 돌며 매장 외관과 팝업 공간을 촬영했다.
과거 공장과 창고 밀집 지역이던 성수는 최근 수년간 패션·뷰티 브랜드와 팝업스토어, 베이커리, 카페가 몰리며 서울 대표 트렌드 상권으로 변신했다. 최근에는 한국을 여러 차례 찾는 'N차 방한객'들이 늘어나면서 관광지보다 현지인 일상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외국인 관광객의 소비 패턴은 '데일리케이션(Daily+Vacation)' 트렌드로 요약된다. 데일리케이션은 일상(Daily)과 휴가(Vacation)를 합친 말로,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인의 일상처럼 생활하고 트렌드를 체험하는 여행 트렌드다. 관광지를 둘러보는 대신 현지인처럼 카페를 가고 편집숍을 방문하며 일상을 체험하는 방식이다. 특히 일본·대만·홍콩 등 아시아권 젊은 관광객들을 중심으로 이같은 소비 패턴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 성수에서는 관광객들이 쇼핑보다 브랜드와 공간을 함께 소비하는 모습이 두드러졌다. 유명 카페에서 장시간 머물거나 골목 곳곳의 편집숍과 팝업스토어를 둘러보며 사진을 찍는 외국인 관광객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성수에는 명동에서 보기 어려운 브랜드들이 몰려 있다는 점도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요인이다. 실제 이날 성수 일대에는 탬버린즈·논픽션·데이지크·메디큐브 등 젊은 층에서 인기를 끄는 K뷰티 브랜드 매장마다 외국인 고객들로 붐볐다. 관광객들은 제품을 구매하기보다 향을 맡아보거나 테스트 제품을 체험하며 매장 곳곳을 둘러봤다. 일부는 매장 내부와 쇼핑백을 촬영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었다.
패션 브랜드들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아더에러와 디스이즈네버댓 등 개성이 강한 디자이너 브랜드들은 성수 플래그십 매장을 통해 브랜드 정체성을 적극 드러내고 있다. 무신사와 LCDC서울 같은 복합형 공간에도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제품 구매뿐 아니라 매장 외관과 인테리어를 촬영하며 '브랜드 경험'을 소비하는 모습이었다.

최근에는 가족 단위 관광객들을 위한 공간도 늘고 있다. '29CM 키즈' 매장에는 외국인 가족 단위 방문객들이 아이 옷과 잡화를 둘러보는 모습이 이어졌다. 부모들이 쇼핑하는 동안 아이들이 함께 공간을 체험하는 형태다. 중국에서 온 30대 관광객 천이신 씨는 "한국 아동복 디자인이 세련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방문했다"며 "아이도 본인 옷이라 관심을 가지고 봐서 더 즐거워했다"고 말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성수에서는 제품 자체보다 브랜드 분위기와 공간 경험이 더 중요하다"며 "온라인에서 보던 브랜드를 실제로 체험하려는 수요가 계속 늘고 있다"고 말했다.
팝업스토어 역시 성수 상권 확대의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팝업스토어 전문 기업 스위트스팟에 따르면 성수동에서는 매달 50여 개에서 많게는 100개 이상의 팝업스토어가 열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패션·뷰티 브랜드뿐 아니라 식품, 캐릭터, 엔터테인먼트 기업들까지 성수를 팝업 핵심 거점으로 활용하고 있다.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한 달가량 운영되는 팝업에는 하루 수천명이 몰리기도 한다.
성동구에 따르면 2024년 성수동 방문객은 약 2900만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외국인 관광객은 300만명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최근 외국인 방문객 증가세를 감안하면 지난해에는 50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성수가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쇼핑 상권이 아니라 '서울의 현재 유행'을 가장 먼저 접하는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분석한다. 명동이 이미 대중적으로 알려진 브랜드와 상품을 구매하는 목적형 소비 공간이라면 성수는 아직 확산 초기 단계인 브랜드와 콘텐츠, 공간 경험을 탐색하는 성격이 강하다는 것이다.
특히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성수 골목과 팝업스토어, 플래그십 매장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외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는 성수가 "서울에서 지금 가장 유행하는 것을 볼 수 있는 동네"라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외국인 관광객들은 유명 관광지보다 실제 한국 소비자들의 취향이 모이는 공간에 더 관심을 보인다"며 "성수는 한국의 동시대적 감각이 가장 빠르게 축적되고 소비되는 상권이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향후 글로벌 브랜드들도 성수를 테스트 마켓처럼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한예주 기자 dpwngk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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