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금리 8연속 동결했지만… ‘긴축의 시간’ 온다
한은 “기준금리 인상 필요성 명확”
정부·기업·가계, 고금리 대비해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어제 기준금리를 연 2.50%로 묶었다. 지난해 7월 이후 8연속 동결이다. 미국·이란 전쟁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높고 고유가·고환율·고물가 상황이 어지럽게 얽혀 있어 사태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다만 금통위는 강한 금리 인상 신호를 시장에 보냈다. 종전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되든, 확전 양상을 보이든 국제유가가 상당 기간 높게 유지되고 물가 상승 압력이 커져 금리 인상 사이클로 진입할 수밖에 없다는 걸 명시한 셈이다. 정부, 기업, 가계를 포함한 경제 주체들이 ‘고금리·고물가 폭풍’에 대비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현재 우리 경제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들은 복잡하지만 하나의 방향성을 보인다. 신현송 한은 총재는 모든 면에서 기준금리 인상 필요성이 명확해졌다고 평가했다. 우선, 물가 불안이 점점 커지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6%로 2024년 7월 이후 최고치, 생산자물가 상승률은 2.5%로 외환위기가 한창이던 1998년 2월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5월 물가 상승세는 한층 강해질 전망이다.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2.2%에서 2.7%로 높였다. 여기에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호조세를 보이면서 성장 지표가 개선되고 있다. 한은은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0%에서 2.6%로 크게 올렸다. 그만큼 경기 부양 필요성이 줄고 물가 상승 압력이 커져 금리 인상 쪽에 무게가 실리는 것이다.
또한 1500원을 넘나드는 원·달러 환율은 금리 인상을 가리키고 있다. 환율 오름세(원화 가치 내림세)는 수입물가 상승을 자극한다. 수도권 집값의 상승 흐름과 각국 중앙은행이 통화정책 긴축으로 돌아서는 움직임도 금리 인상을 지목하는 중이다. 금통위는 물가 상승 압력의 확대 정도, 경기 개선 흐름, 금융안정 상황 등을 점검하면서 인상 시기를 결정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곧 고금리·고물가 파도가 밀려오는 것이다. 이에 맞춰 정부와 기업, 가계 모두 ‘통화 긴축’에 철저하게 대비해야 한다. 당장 주가지수나 수출 실적에 환호할 게 아니다. 기업은 미래 성장 동력에, 가계는 부동산·증시 등의 리스크 관리에 눈을 돌릴 때다. 정부는 경제 주체들이 타격을 입지 않도록 정책 설계와 집행에 세밀함을 더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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