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 앞바다서 잡힌 둥광핑 “밀입국 아닌 도움 청하려 중국 탈출”

고무보트에 탄 상태로 태안 앞바다에서 체포된 중국 반체제 인사 둥광핑(董廣平·68·사진)은 “(제3국으로 가기 위해) 도움을 요청하러 온 것”이라고 진술했다고 한다. 둥광핑에 대한 구속영장은 28일 기각됐다.
태안해양경찰서 등 수사당국에 따르면 둥광핑은 소형보트(길이 3.3m, 엔진 9.9마력)를 몰고 밀입국하다 지난 25일 오후 9시36분쯤 태안군 서격비도 북서방 10해리(약 18㎞) 지점에서 어선의 신고로 검거됐다. 둥광핑은 조사과정에서 “밀입국이 아니라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중국을 탈출한 것”이란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둥광핑의 당초 목적지는 일본이었는데, 보트가 고장나는 바람에 태안 쪽으로 떠밀려온 것으로 조사됐다.
대전지법 서산지원 석지성 영장전담 판사는 이날 오전 11시부터 둥광핑(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연 뒤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석 판사는 “구속의 사유와 필요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도망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해경은 이날 둥광핑을 출입국관리소에 넘겼다. 둥광핑은 출입국관리소가 관리하는 장소에 머물며 추가 조사를 받을 예정이며, 해경은 조사를 마치는 대로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하기로 했다. 둥광핑은 기소 여부 등에 따른 사법처리 절차가 마무리되면 중국이 아닌 다른 나라로 내보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둥광핑은 딸이 있는 캐나다로 가는 것을 원하고 있다고 한다.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둥광핑은 중국에서 경찰과 군인으로 복무했지만, 1989년 천안문 사태 서한에 서명했다는 이유로 1999년 파면됐다. 이후 인권운동가로 활동하던 그는 2014년 천안문 추모 행사 참석 뒤 중국 당국에 구금됐고, 국가권력 전복 선동 혐의 등으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2015년 가족과 함께 태국으로 탈출해 유엔 난민 지위를 인정받았지만, 태국 정부에 의해 중국으로 강제 송환됐다. 2019년에는 대만으로 헤엄쳐 탈출을 시도했고, 2020년에는 베트남으로 도피해 2년 넘게 숨어 지냈으나 다시 체포돼 중국으로 넘겨졌다.
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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