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서 원수 마주한다면…사랑의 기적 다룬 영화들

양민경 2026. 5. 29.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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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폐막 SIAFF 상영작 중
극장, OTT서 볼만한 작품 3편
필름포럼 기독 시선 담아 추천
영화 '나의 올드 오크'의 한 장면. 네이버 영화 스틸컷

기독교 정신을 기반으로 한 비경쟁 영화제로 올해 23회를 맞은 서울국제사랑영화제(SIAFF)가 지난 24일 6일간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SIAFF는 끝났지만 우리 사회의 다양한 경계를 기독교적 시선으로 살핀 상영작 31편 가운데는 다시 음미해볼 만한 작품이 적잖다.

국민일보 토요판은 SIAFF 부집행위원장인 나요한 필름포럼 대표(사진)에게 자문을 얻어 상영작 중 극장가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에서 볼 수 있는 기독교적 가치가 깊게 배인 영화 3편을 선정했다. 추천 이유는 물론 한 줄 평도 함께 물었다. 필름포럼은 SIAFF를 매년 개최한 ㈔필레마가 운영하는 기독교 영화관이자 예술영화관이다.

원수를 식탁에 초대한 이유는
영화 ‘최후의 만찬’의 한 장면. 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지난해 미국서 개봉한 영화 ‘최후의 만찬’(The Last Supper)은 예수 그리스도의 마지막 나날을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팀 버튼 등 유명 할리우드 감독의 작품에 시각예술 전문가로 참여했던 모로 보렐리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예수가 생활한 1세기 팔레스타인 지역의 문화와 생활을 재연하기 위해 모로코의 한 시골에서 현지 촬영했다. 그래미상 수상 이력을 지닌 저명 현대기독교음악(CCM) 가수 크리스 톰린이 총괄 프로듀서로 영화 제작에 참여했다.

이 작품을 첫 번째로 추천한 나 대표는 “예수 그리스도의 마지막 만찬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작품으로 성경 이야기의 재현을 넘어 ‘기억하라’는 예수의 명령이 오늘날 우리 삶에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를 묻는 작품”이라고 했다. 그는 “영화는 특히 십자가형을 앞두고 제자들과 함께한 마지막 식탁이 지닌 의미를 깊이 있게 조명한다”며 “자신을 배신할 제자를 알면서도 그와 함께 빵을 나누는 장면은 조건 없는 사랑과 용서의 본질을 보여준다”고 했다.

영화 ‘최후의 만찬’의 포스터. 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어 “신과 인간 사이의 수직적 관계를 허문 예수의 무조건적 사랑은 모든 사랑의 원형이자 출발점”이라며 “함께 식탁에 앉는다는 것, 함께 나눈다는 것의 의미를 신학적이면서도 감각적으로 풀어냈다”고 했다. 내달 4일 개봉으로 상영시간 120분, 12세 관람가.

◎한 줄 평: 십자가 앞 마지막 식탁에서 시작된 사랑, 오늘도 우리를 기억하라 부르신다.

웃음과 눈물로 직조해낸 사랑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의 한 장면. SIAFF 제공

이탈리아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La vita e bella)는 1997년 개봉한 현대 작품이지만 가히 고전의 반열에 오를 만한 명작으로 손꼽힌다. 개봉 이듬해 프랑스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받았고 1999년엔 미국 아카데미서 남우주연상 등 3개 부문을 석권했다. 이 작품에서 각본가이자 감독, 주연 역할을 맡은 로베르토 베니니는 전쟁과 강제수용소란 무거운 주제를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대신 유머와 감동이 섞인 드라마로 표현해 인간애의 승리를 보여줬다.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의 한 장면. 주인공 귀도가 아들 조수아에게 엄혹한 수용소 현실이 사실은 놀이에 불과함을 설명하는 장면. 네이버 영화 스틸컷

나 대표는 “인류 최악의 비극 속에서도 꺾이지 않는 아버지의 사랑을 그린 걸작”이라며 “수직적 관계에서의 무한한 사랑, 즉 부모가 자녀를 향해 쏟아붓는 희생적 사랑을 가장 아름답게 그려냈다”고 극찬했다. 그는 “주인공 귀도는 아들 지옥 같은 강제수용소에서 아들 조수아를 지키기 위해 총구 앞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다”며 “이는 자녀를 향한 부모의 사랑, 나아가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희생적 사랑을 떠올리게 한다”고 부연했다.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의 포스터. 국민일보DB

또 “가장 어두운 순간에도 사라지지 않는 이러한 사랑의 형식은 십자가에서 ‘저들을 용서해달라’고 기도한 예수의 사랑과 맞닿아 있다”며 “웃음과 눈물이 교차하는 이 작품은 사랑이 곧 생명임을 증언한다”고 호평했다. 전체 관람가로 쿠팡플레이 등에서 시청할 수 있다. 상영시간 116분.

◎한 줄 평: 죽음 앞에서도 사랑은 생명이 되고, 절망 가운데서도 희망이 된다는 것을 증명한 아버지.

나 살기도 벅찬 시절…환대 가능할까
영화 ‘나의 올드 오크’의 한 장면. SIAFF 제공

나의 올드 오크’(The Old Oak)는 ‘나, 다니엘 블레이크’ 등의 사회 고발적 영화로 칸영화제 본선에 최다 진출한 경력을 지닌 영국 감독 켄 로치가 “내 마지막 영화”로 칭한 작품이다. 영국 사회 내 시리아 난민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영화로 2023년 칸영화제에서 첫 상영 당시 10여분간 기립 박수를 받았다.

영화 '나의 올드 오크'에서 펍 ‘올드 오크’를 운영하는 주인공 TJ가 시리아 청년 야라와 대화하는 모습. 네이버 영화 스틸컷

나 대표는 “폐허가 돼가는 영국 탄광 마을을 배경으로 시리아 난민과 지역 주민 간의 만남을 그린 영화는 환대와 연대의 사랑, 즉 이웃을 향한 실천적 사랑을 가장 구체적으로 보여준다”며 했다. 그는 “영화에서 펍 ‘올드 오크’를 운영하는 주인 TJ는 시리아 청년 야라와 만나면서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연다”며 “자신의 펍을 난민과 주민이 함께 식사하는 공간으로 내어주는 모습은 예수가 세리와 죄인과 함께 식탁에 앉았던 그 환대의 정신을 오늘의 언어로 번역한 것과 다름없다”고 했다.

영화 '나의 올드 오크' 포스터. 네이버 영화 스틸컷

영화는 난민과 주민이란 두 존재의 간극을 미화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를 선명하게 드러내는 편을 택한다. 나 대표는 “불편함 속에서 함께 밥 먹고 대화하며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이야말로 진정한 이웃 사랑의 모습 아닐까”라며 “‘네 이웃을 네 자신과 같이 사랑하라’(막 12:31)는 계명이 구체적인 삶의 자리에서 어떻게 실천되는지를 보여준다”고 해설했다. 왓챠·웨이브·쿠팡플레이 등에서 볼 수 있다. 상영시간 113분. 15세 관람가.

◎한 줄 평: 무너진 마을, 부서진 관계 속에서도 식탁 하나가 다시 문을 연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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