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전 야유 안 무섭다, 멕시코 킬러니까

한국 축구대표팀의 최전방 공격수 오현규(베식타시·사진)는 요즘 ‘루틴 부자’로 통한다. 맨발로 잔디 위를 달리고, 실전 경기에 나설 때는 손목에 하얀 테이프를 꽁꽁 싸맨다. 팀 버스로 이동할 때면 언제나 맨 앞자리를 사수하는 것도 그만의 철칙이다.
28일(한국시간) 미국 유타주 헤리먼의 자이언스 뱅크 트레이닝센터에서 진행된 대표팀의 월드컵 사전캠프 훈련에서 취재진과 만난 오현규는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나만의 비밀이자 루틴이라 모든 걸 다 설명해 드릴 수는 없다”고 말을 아꼈다.
오현규의 루틴은 오래됐다. 4년 전 카타르 월드컵 때는 등번호도 없는 ‘훈련 파트너’여서 주목받지 못했을 뿐이다. 이제 대표팀의 간판 공격수가 되니 화제가 된 것이다. 오현규는 “루틴도 알아주시니 감사하다. 잘하고 있으니까 주목해 주시는 것 같다. 앞으로도 계속 주목받을 수 있도록 좋은 모습을 보이겠다”고 말했다.
요즘 아주 특별한 루틴이 하나 더 추가됐다. 매일 밤 침대에 누워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골을 터뜨리는 장면’을 뇌리에 새기는 이미지 트레이닝이다. 오현규는 “하루도 빠짐없이 골을 넣는 순간을 상상하며 잠든다. 결정적인 득점 기회가 찾아왔을 때 당황하지 않고, 마치 이미 겪어본 익숙한 상황처럼 자연스럽게 대처하기 위해서다”라고 설명했다.
오현규는 조 1위 싸움의 최대 분수령이 될 멕시코와의 조별리그 2차전을 정조준하고 있다. 그는 이미 검증된 ‘멕시코 킬러’다. 지난해 9월 미국 원정으로 치러진 평가전(2-2 무승부)에서 홀로 1골 1도움을 몰아치며 멕시코 수비진을 초토화한 기분 좋은 기억이 있다.
오현규는 “개최국인 멕시코 관중들이 뿜어낼 홈 분위기가 얼마나 뜨거울지, 우리에게 얼마나 일방적인 야유가 쏟아질지 미리 머릿속으로 그려봤다”면서 “오히려 그런 압박감을 즐겨야 한다. 정말 재밌는 승부가 될 것 같다”고 눈을 반짝였다. 이어 “만약 페널티 박스 안에서 공이 높게 뜬다면, 망설이지 않고 곧바로 바이시클 킥을 날려 골문을 흔들겠다”며 구체적인 득점 시나리오까지 예고했다.
한편, 박지성 JTBC 해설위원이 한국의 첫 골 주인공으로 자신을 지목한 것에 대해서는 몸을 낮췄다. 오현규는 “가문의 영광”이라면서도 “월드컵이라는 무대를 너무 무겁게만 받아들이면 몸이 굳을 수 있다. 나만의 루틴을 믿고, 팬들이 기억하는 모습 그대로 준비하겠다. 그동안 치러온 수많은 경기 중 하나라는 마음가짐으로 부딪쳐보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로스앤젤레스=피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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