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비 부족해서…” 불법사채 쓴 청년들, ‘빚투’로 눈돌려

불법사금융을 이용하는 청년층은 대부분 ‘생계비가 없어서’ 불법 업체에 손을 내밀었다고 말한다. 밤낮으로 아르바이트를 하고, 허리띠를 졸라매도 빈곤의 굴레가 단단하게 옭아매는 상황은 드물지 않게 벌어진다. 가족이 갑자기 아프거나, 일하다 불의의 사고를 당하거나, 사기를 당하기도 한다. 생계비를 마련하기 위해 불법 대출을 이용하는 일이 많다.
그러나 이게 전부는 아니다. 생계의 어려움만으로 불법 사채 시장에 손을 뻗는 이유를 설명하기는 부족하다. 청년층이 경제활동 여력이 완전히 없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코인 열풍에 이어 주식 활황까지 금융자본주의가 급격하게 성장하는 가운데 이른바 ‘한탕주의’가 청년층의 금융 인식을 대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일보가 28일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금융위원회의 ‘채무자대리인 무료지원사업 이용자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조사에서 불법사금융을 통해 빌린 돈을 생계비에 썼다는 응답자는 79.7%였다. 20대는 93.9%, 30대는 78.0%가 생계비를 이유로 꼽았다. 생활고를 호소하는 청년층이 많다는 뜻이다.
이는 통계로도 뒷받침된다. 지난달 기준 20대 후반 비경제활동인구는 78만4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3만7000명 늘었다. 2020년 이후 최대 수준의 증가 폭을 나타냈다. 30대 ‘쉬었음’ 인구도 31만명을 넘어섰다. 이런 맥락에서 청년 고용률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소득이 끊긴 청년들이 근로소득보다는 더 빨리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데 있다. 노동을 통한 자산 성장이 막히자 주식, 가상화폐, 불법 스포츠도박 같은 투기판으로 눈을 돌리는 이들이 늘고 있다. 30대 이모씨는 2년 전부터 돈을 빌려 주식 투자를 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저축은행에서 돈을 빌렸지만 투자 실패로 잃은 돈을 메우지는 못했다. 결국 불법사금융을 이용해 ‘한탕’을 노렸지만 오히려 더 큰 빚을 떠안게 됐다.
불법 대출을 받은 이유를 생계비라고 답했지만 이씨 사례처럼 사채업자로부터 빌린 돈을 다른 용도로 사용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서울회생법원의 지난해 개인파산 통계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투자(주식 등) 실패 또는 사기 피해’로 파탄에 이르게 된 사람들은 늘어나는 추세다. 2023년 10.95%에서 2024년 11.10%, 지난해 12.22%로 증가세를 보였다. ‘실직 또는 근로소득 감소’는 같은 기간 2023년 48.42%, 2024년 47.66%, 지난해 45.70%로 줄어드는 추세다. 파탄에 이르는 개인의 사례에서 투기적 원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다.
이런 흐름에서 국내 증시가 활황을 띠는 상황은 일부 청년층에게 기회처럼 보이는 ‘위기’가 될 수 있다. ‘빚투’(빚내서 투자) 열풍이 일어나면서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36조원을 훌쩍 넘어섰다. 2030세대가 과시성 소비 경향이 짙다는 점도 이들의 재정을 악화시키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신용이 무너진 자리에는 불법사금융이 파고들기 쉽다. 소셜미디어 활용에 익숙한 청년층은 불법사금융에 대한 접근성이 높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2030은 가뜩이나 직장을 구하기도 어려운데, 증시는 ‘불장’이니 돈을 빌려서라도 투자하지 않으면 바보처럼 보인다는 생각을 한다”며 “젊은 세대의 금융 인식 개선을 위한 해결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박성영 기자 ps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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