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국내주식 비중 확대…삼전·하이닉스 안 팔아도 된다

국내 증시의 ‘큰손’인 국민연금이 올해 국내주식 목표 비중을 기존 14.9%에서 20.8%로 5.9%포인트 높이기로 했다. 이 목표치보다 폭넓은 운용이 가능하도록 전략적 배분 허용범위(±5%포인트)도 한시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국내 증시 활황으로 기존 한도를 유지하면 최대 170조원 규모의 주식을 팔아야 하는 부담 등을 고려해 목표 비중을 상향 조정한 것이다.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는 28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올해 제5차 회의를 열고 이러한 내용이 담긴 ‘2027~2031년 중기자산 배분안’을 심의·의결했다. 중기 자산 배분은 국민연금 기금의 수익성과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향후 5년간 주식·채권·대체투자 등 자산군별 목표 비중과 운용 방향을 결정하는 계획이다.
이날 기금위의 최대 쟁점은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투자 비중 조정 여부였다. 코스피 급등은 국민연금 수익률을 높이는 긍정적 요인이지만, 동시에 국내주식 비중을 끌어올려 자산배분 원칙에 따른 매도 부담을 키우는 딜레마로 작용한다. 최근 반도체주 강세에 따른 코스피 랠리로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목표 비중은 지난 2월 기준 24.5%까지 상승했다. 이는 국민연금이 지난 1월 14.4%에서 상향 조정한 목표 비중(14.9%)과 최대 허용치(19.9%)를 모두 넘어선 수준이다. 지난해 5월 의결한 2026년 기금운용계획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올해 국내주식 목표 비중은 14.4%였다.
기금위가 지난 1월 이후 4개월 만에 국내주식 목표 비중을 상향한 이유는 시장 충격 때문이다. 국내 증시 최대 기관 투자자인 국민연금은 삼성전자 지분 7.8%, SK하이닉스 지분 8.1%를 보유(지난 4월 리더스인덱스)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두 종목 평가액만 이날 기준 265조원에 이르는 상황에서 목표 비중을 맞추기 위해 대규모 매도에 나선다면 강세장인 국내 증시에 미치는 충격이 상당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돼왔다. 기금위는 “국내주식 시장의 구조적인 변화 가능성과 비중 확대 상황 등을 고려해 기금의 장기 수익성과 안정성을 높이고 리밸런싱(재조정)에 따른 시장 영향을 완화하기 위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는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비중이 상승한 게 추가로 투자해서가 아니라 주가 상승에 따른 것인 만큼 시장 충격을 고려해서라도 어느 정도 비중을 조절하는 것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내주식 목표 비중(20.8%)은 리밸런싱 유예가 종료되는 오는 6월 말부터 적용된다. 국내주식 비중이 늘어나면서 해외주식 비중은 기존 37.2%에서 34.7%로 낮아진다. 올해 말 자산군별 목표비중은 해외주식 34.7%, 국내채권 23.1%, 해외채권 7.4%, 대체투자 14.0% 등이다.
또한 기금위는 국내 주식의 전략적 자산배분(SAA) 허용 범위(±5%포인트)를 한시적으로 확대 조정하기로 했다. 다만 구체적인 범위에 대해선 “기금운용 업무의 공정한 수행과 금융시장 안정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어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국민연금은 2021년 이른바 ‘코로나19 불장’ 때 코스피가 처음으로 3000선을 돌파하자 자산배분 원칙에 따라 51거래일 연속 순매도에 나섰다가 “국민 염원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청와대 국민청원)라는 비판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와 관련,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2021년처럼 비난을 감수하고 원칙을 지켜야 한다. 이날 국내주식 확대 결정은 국민 노후자산 운용 원칙을 훼손하고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채혜선·장원석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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