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과학] “남극 빙상, 훨씬 민감하다”… IBS, 해수면 예측 바꿀 변수 규명
이산화탄소 236ppm 이하서 빙상 급팽창 현상 발견
해수면 하강·해저 지반 융기가 빙상 성장 가속화

미래 해수면 상승을 좌우할 남극 빙상이 특정 기후 조건에서 갑자기 빠르게 변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는 남극 빙상이 예상보다 훨씬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미래 기후변화와 해수면 상승 예측을 바꿀 핵심 변수로 주목된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악셀 팀머만 기후물리연구단장과 윤경숙 연구위원팀은 300만 년 동안 남극 빙상 변화 과정을 재현한 장기 시뮬레이션 결과를 도출했다.
연구진은 100만 년 전 ‘중기 플라이스토세 전환기(MPT)’를 핵심 변화 시점으로 지목했다.
당시 지구는 짧고 약한 빙하기 중심 체계에서 길고 강한 빙하기 체계로 바뀌었다.
그러나 남극 빙상이 왜 갑자기 더 안정적이고 거대한 상태로 변했는지는 지금까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진은 미국 국립대기연구센터(NCAR) 지구시스템모델(CESM)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의 빙상-빙붕 모델(PSUIM)을 결합해 지난 300만 년 동안의 기후와 빙상 변화를 재현했다.
이는 대기·해양·빙하·육지 변화를 동시에 계산하는 슈퍼컴퓨터 기반 장기 시뮬레이션이다.
분석 결과 남극 빙상은 특정 조건을 넘어서자 갑자기 빠르게 팽창하는 임계반응을 보였다.
연구진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약 236ppm 이하로 떨어질 경우 이런 변화가 나타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산업화 이전 이산화탄소 농도는 약 285ppm, 현재는 약 420ppm 수준이다.
핵심 원인은 남극 주변 바다와 해수면 변화로 나타났다.

초기 플라이스토세 시기에는 바다에 떠 있는 빙붕 변화에 따라 남극 빙상이 비교적 완만하게 움직였다.
그러나 이후 이산화탄소 농도가 감소하고 해양이 냉각되자 일부 빙붕이 해저 바닥에 닿아 고정되기 시작했다.
연구진은 이 변화가 거대한 버팀목 역할을 하면서 빙하가 바다로 빠져나가는 흐름을 막았다고 설명했다.
이는 과거 얼음이 계속 바다 쪽으로 흘러갔다면, 이후에는 해저에 걸린 빙붕이 브레이크처럼 작동하면서 빙상이 빠르게 커졌음을 의미한다.
연구진은 해수면 하강과 지반 융기도 빙상 성장을 더욱 가속화했다고 분석했다. 빙하기 동안 해수면이 낮아지면 바닷물 무게에 눌려 있던 해저 지반이 천천히 솟아오르고, 이 과정에서 빙하가 육지와 더 쉽게 접촉했다.
동시에 차가워진 남극 주변 해양은 빙붕이 녹는 속도를 늦춰 더 크고 안정적인 빙상이 형성됐다.
이번 연구는 남극 빙상이 단순히 천천히 변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특정 조건에서 급격하게 상태가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을 정량적으로 제시해 큰 의미를 갖는다.
연구진은 이런 특성이 미래 기후변화 과정에서 나타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예측했다.
이번 연구에 제1저자로 참여한 윤 연구위원은 “100만 년 전 이후 남극 빙상은 이산화탄소와 기온 변화에 훨씬 민감하게 반응하기 시작했다”며 “기후 시스템은 특정 임계점을 넘으면 급격하게 변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악셀 팀머만 단장은 “남극 빙상은 기존 예상보다 이산화탄소 농도 변화에 더 민감했다”며 “이번 연구가 미래 해수면 상승을 보다 정확하게 예측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28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지오사이언스(Nature Geoscience)’에 게재됐다.
(논문명: Increased sensitivity of Antarctic Ice Sheet to decreasing CO2 across the Mid-Pleistocene Transition)
이재형 기자 j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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