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대만에 225조 투자 보따리…“삼전닉스 빨간불 켜졌다”

대만이 동아시아 ‘인공지능(AI) 수퍼허브’를 목표로 속도를 내고 있다. 메모리를 앞세운 중국의 ‘반도체 굴기’도 거세지며 한국 반도체 산업을 전방위로 압박하는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다음 주 한국을 찾을 것으로 전해지면서, 국내 기업들과 어떤 투자·협력 메시지를 내놓을지 관심이 쏠린다.
2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황 CEO는 이날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엔비디아 현지본부 기공식 행사에서 “대만 투자가 과거 연간 100억~150억 달러(약 15조~22조원)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1500억 달러(약 150조~225조원)로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황 CEO는 “대만은 AI 혁명의 진원지”라며 “첨단 칩과 패키징, AI 수퍼컴퓨터 생태계가 모두 이곳에서 만들어진다”고 강조했다. 이어 웨이저자 TSMC 회장 등 핵심 경영진과 만찬을 가졌다.
다음 달 2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개막하는 ‘컴퓨텍스 2026’을 앞두고 글로벌 AI·반도체 거물의 대만 밀착 행보는 한층 뚜렷해지고 있다.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CEO, 립부 탄 인텔 CEO, 맷 머피 마벨테크놀로지 CEO, 르네 하스 Arm CEO 등 반도체 업계 핵심 인사들이 대만을 방문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 21일 대만을 찾은 리사 수 AMD CEO는 대만 반도체 생태계에 100억 달러(약 15조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AI 반도체 공급망의 ‘대만 쏠림’ 현상이 더욱 심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대만이 설계·제조·패키징·서버 생산을 아우르는 통합 거점으로 부상하는 가운데, 한국은 상대적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메모리 공급 역할에 머무르는 구도가 굳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AI 전 영역을 아우르는 통합 인프라를 갖춘 국가는 동아시아에서 대만이 유일하다”고 말했다.
황 CEO는 다음 달 1~4일 타이베이에서 열리는 엔비디아 연례 AI 콘퍼런스 ‘GTC 타이베이 2026’을 마친 뒤 방한할 예정이다. 지난해 10월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서밋’ 참석 이후 7개월 만에 다시 한국을 찾는 것이다. 황 CEO는 당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서울 삼성동에서 이른바 ‘깐부회동’으로 크게 주목받았다.

황 CEO는 이번 방한 중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만나 피지컬 AI 분야를 중심으로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 회장 등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과 연쇄 회동 가능성도 거론된다. 네이버 등 플랫폼 기업과도 만나 AI 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황 CEO가 대만처럼 구체적인 한국에 대한 직접 투자 계획을 공개한 적이 없는 만큼, 이번 방한에서 어떤 수준의 협력·투자 메시지를 내놓을지가 관심사”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한국 기업들이 AI 메모리 등 차세대 시장으로 더 빠르게 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중국 메모리 1위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의 글로벌 D램 점유율은 지난해 1분기 3%에서 올해 1분기 8%로 상승했다. 중국 내 스마트폰·서버용 메모리 수요가 늘고 자국산 범용 D램 채택이 확대된 데다, 가격 경쟁력까지 앞세운 영향으로 풀이된다.
기업공개(IPO)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CXMT는 295억 위안(약 6조5000억원)을 IPO로 조달할 계획이다. 김용석 가천대 반도체교육원장은 “AI 맞춤형 메모리 기술 혁신과 함께 팹리스·파운드리 경쟁력까지 키우지 못하면 도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영근 기자 lee.youngk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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