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현은 항상 왜... 연상호 감독의 '군체' 몰입 깨는 장면

김동근 2026. 5. 28.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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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군체>

[김동근 기자]

* 이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개별적인 존재로 태어난다. 서로 다른 얼굴과 기억을 가지고 살아가고, 각자의 방식으로 세상을 이해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인간은 끊임없이 누군가와 연결되기를 원한다. 혼자 있는 시간을 견디지 못하고, 마음을 나눌 사람을 찾고, 자신과 비슷한 취향과 감정을 가진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 안정을 느낀다. 어쩌면 이것은 인간만의 특성이 아닐지도 모른다. 무리를 이루고 살아남으려 했던 동물적인 본능이 우리의 DNA 어딘가에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학창시절 친구들과 작은 세계를 만들고, 커뮤니티를 만들고, 사랑을 하고, 가족을 만든다. 연결된다는 감각은 인간에게 생존만큼 중요한 감정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인간은 결코 완벽하게 연결될 수 없는 존재이기도 하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서로의 생각을 100% 이해할 수는 없다. 밖으로 나오는 말은 언제나 불완전하고, 감정이 목소리로 설명되는 순간, 조금씩 변형된다. 내가 전한 마음은 상대 안에서 또 다른 방식으로 해석되고, 그렇게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려 노력할 뿐 완전히 같은 존재가 되지는 못한다. 영화 <군체>는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한다. 인간은 왜 서로 연결되기를 원하면서도 끝내 완벽히 연결될 수 없는가. 그리고 만약 완벽한 연결이 가능해진다면, 우리는 과연 인간다움을 유지할 수 있을까. 영화는 좀비 장르라는 익숙한 틀 안에서, 의외로 꽤 철학적인 질문을 던진다.

[첫 번째 감정] 권세정의 외로움
 영화 <군체> 장면
ⓒ ㈜쇼박스
권세정(전지현)은 사람들 속에 잘 섞이지 못하는 인물이다. 누군가와 쉽게 대화를 이어가지 못하고, 자신의 생각과 기준을 쉽게 굽히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악한 사람은 아니다. 오히려 지나치게 자기 안에 갇혀 살아온 사람에 가깝다. 세상은 계속 타인과의 소통을 요구하지만, 권세정은 그 과정을 어려워한다. 일자리를 구할 때조차 먼저 다가가 말을 꺼내지 못하고, 누군가와 관계를 맺는 일 자체를 힘들어한다. 영화는 그런 세정을 단순히 사회 부적응자로 묘사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수많은 외로운 사람들의 얼굴처럼 느껴진다.

그런 세정 앞에 등장하는 존재가 바로 군체 좀비들이다. 이들은 서로의 정보를 완벽하게 공유하는 존재다. 누군가 한 명이 본 것을 모두가 알고, 누군가 한 명이 느낀 위험을 모두가 동시에 감지한다. 말이 필요 없고, 오해도 없다. 버퍼링처럼 정보교류하는 짧은 시간만 있으면, 완벽한 연결 상태가 된다. 영화는 의도적으로 세정과 군체 좀비들을 대비시킨다. 사회 속 외톨이인 세정과, 완벽히 연결된 존재들. 그런데 흥미로운 건, 그 연결된 존재들이 가장 먼저 제거하려 하는 대상이 바로 세정 같은 외톨이라는 점이다.

영화를 보다 보면 결국 인간 사회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 생존자들은 서로 돕고 협력하려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관계는 점점 무너져 내려간다. 누군가는 자신의 생존을 위해 타인을 희생시키고, 누군가는 처음과 행동이 달라진다. 그런 상황들은 인간은 서로를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것 같다. 그래서 말로는 연대를 이야기하면서도, 행동은 두려움과 본능을 따른다. 영화는 그 불완전함 자체가 인간의 본질인지 질문하는 것 같다. 어쩌면 인간 사회란 완벽한 이해가 아니라, 끝내 이해할 수 없음을 인정하면서도 계속 손을 내미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두 번째 감정] 서영철의 분노
 영화 <군체> 장면
ⓒ ㈜쇼박스
서영철(구교환)은 영화 속에서 가장 위험한 인물이다. 하지만 동시에 가장 슬픈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어린 시절 아버지의 죽음을 겪은 이후, 인간의 소통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집착해왔다. 사람들은 서로를 이해하지 못했고, 결국 그 단절 속에서 상처받고 무너진다고 믿는다. 그래서 그는 새로운 연결 방식을 만들어낸다. 인간을 군체로 만드는 약물. 감염된 사람들은 서로의 정보를 텔레파시처럼 공유하며 하나의 집단 의식으로 움직인다.

겉으로 보면 그의 논리는 꽤 설득력 있어 보인다. 서로를 완벽히 이해할 수 있다면 싸움도, 오해도, 배신도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영화는 곧 그것이 얼마나 위험한 생각인지 보여준다. 군체가 된 인간들은 더 이상 인간의 형태가 아니다. 그들은 서로 완벽히 연결되어 있지만, 동시에 개별성을 잃는다. 감정도, 자유도, 선택도 사라지고 오직 본능과 집단의 의지만 남는다. 영화 속 좀비들은 단순히 괴물이 아니라, 지나치게 연결된 사회의 암흑과 공포처럼 느껴진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건 서영철 자신이다. 그는 모두를 하나로 만들고 싶어 하지만, 사실 그 욕망은 타인을 위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자신이 더 이상 외롭고 싶지 않다는 절규에 가깝다. 세상과 연결되지 못했던 사람이, 결국 세상 전체를 자기 방식으로 연결하려 하는 것. 그래서 그의 분노는 거대한 혁명처럼 보이면서도 동시에 아주 고독한 것처럼 느껴진다. 모두가 하나가 된 세상은 정말 행복할까. 아니면 결국 단 한 사람의 외로움만 남게 되는 걸까.

[세 번째 감정] 공설희의 연대
 영화 <군체> 장면
ⓒ ㈜쇼박스
권세정과 서영철은 서로 다른 방식의 외톨이다. 한 사람은 감정을 안으로 가두고 살아왔고, 다른 한 사람은 그것을 세상 밖으로 분출시킨다. 하지만 공설희(신현빈)는 조금 다른 인물이다. 그는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함께 살아가는 법을 아는 사람이다. 그래서 영화 속에서 가장 인간적으로 느껴지는 존재이기도 하다.

특히 인상적인 건 공설희가 권세정에게 손을 내미는 방식이다. 그는 남편의 전 아내였던 세정을 경계하기보다, 함께 살아남아야 하는 사람으로 바라본다. 위기의 순간 속에서도 서로가 가진 정보를 공유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력하려 한다. 영화는 그 과정을 통해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다. 인간의 연대란 완벽한 이해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불완전함을 인정하면서도 함께하려는 선택에서 시작된다는 것.

정부 관계자들과 연구진은 끝까지 서로를 믿지 못한다. 각자의 판단과 권력을 우선시하며 상황을 악화시킨다. 심지어는 최악의 상황에서 그들은 가장 먼저 도망친다. 하지만 공설희는 다르다. 그는 혼자 해결하려 하지 않는다. 자신이 모르는 것을 인정하고, 다른 사람과 연결되려 한다. 그래서 영화 속에서 가장 현실적인 희망처럼 보인다. 완벽한 군체가 아니라, 불완전한 인간들의 연대, 어쩌면 영화가 말하고 싶은 인간다움은 바로 그 지점에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완벽한 연결은 정말 인간을 행복하게 만들까

<군체>는 겉으로 보면 전형적인 한국형 좀비 액션 영화처럼 보인다. 빠른 전개와 거침없는 액션, 폐쇄된 공간에서 밀어붙이는 긴장감은 분명 오락 영화로서 상당히 강력하다. 특히 영화는 초반부터 쉬지 않고 사건을 터뜨리며 빠르게 관객을 몰아붙인다. 덕분에 러닝타임 내내 집중력이 크게 흐트러지지 않는다.

연상호 감독은 <부산행>, <반도> 이후 다시 한번 좀비 장르로 돌아왔다. 그리고 이번 작품에서 가장 흥미로운 건 '군체 좀비'라는 설정이다. 단순히 물어뜯는 괴물이 아니라, 정보를 공유하는 집단 지성의 형태로 좀비를 확장시켰다는 점은 꽤 신선하다. 특히 AI와 집단지성, 초연결 사회가 화두가 된 지금 시대와 맞물리면서 영화가 던지는 문제의식은 의외로 꽤 날카롭게 다가온다. 인간은 앞으로 더 연결된 존재가 되기를 원할 텐데, 그 끝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영화는 그 질문을 장르적 재미 안에 녹여냈다.

다만 아쉬움도 분명 존재한다. 영화가 속도를 지나치게 중요하게 여기다 보니 캐릭터 감정선이 충분히 전달되지 않는 순간들이 있다. 특히 지창욱이 연기한 캐릭터 최현식은 중반에 갑작스럽게 특전사처럼 싸움을 잘하는데, 그 과정이 설득력이 없게 느껴진다. 전지현 배우 역시 극한 상황 속 인물임에도 지나치게 깔끔한 비주얼이 반복적으로 눈에 들어온다. 지저분한 좀비들과 계속 마주하는 상황에서 이상한 느낌을 준다.

조연 캐릭터들의 활용 역시 다소 전형적이다. 누가 먼저 희생될지, 누가 이기적으로 변할지가 비교적 쉽게 예측된다. 그래서 몇몇 장면들에선 긴장감보다 익숙함이 먼저 느껴지기도 한다. 조금만 더 인물들 사이의 감정을 깊게 쌓았다면 영화가 주는 의외성과 재미가 높아졌을지 모른다.

우리는 앞으로 어떤 세상을 원하게 될까. 서로의 생각과 감정을 모두 공유하는 세상일까, 아니면 끝내 서로를 완전히 이해할 수 없더라도 불완전한 상태로 함께 살아가는 세상일까. 어쩌면 인간다움은 완벽한 연결이 아니라, 끝내 이해할 수 없는 타인 곁에 남으려는 선택 안에 있는지도 모른다. 적어도 <군체>는 그 질문을 꽤 재미있고 속도감 있게 끝까지 밀어붙이는 영화다. 팝콘 무비로도 충분히 만족스럽고, 극장에서 관람할 가치도 분명하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와 개인 블로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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