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현 "이효리 롤모델 삼아 캐릭터 완성, 들뜨고 흥분"
[장혜령 기자]
영화 <와일드 씽>은 한때 가요계를 휩쓸었지만 예기치 못한 사건에 휩쓸려 해체된 혼성 3인조 댄스 그룹 트라이앵글이 20년 만에 무대에 서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다.
박지현이 맡은 '도미'는 트라이앵글에서 홍일점이자 확신의 센터상이다. 마치 90년대부터 활동한 cool의 유리를 연상케 하고, 2000년대 활동한 핑클의 이효리도 교차된다. 팔색조 매력을 뽐내는 박지현의 색다른 변신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도미는 무대 위 상큼발랄함과 걸크러시 반전 매력을 뒤로하고 은퇴 후 재벌가의 며느리로 우아한 삶을 살아가는 인물이다. 20년 만에 트라이앵글 재결합 제안을 받고 억눌린 본능이 깨어나며 화려한 무대로 일탈을 시도하는 캐릭터다. 영화 관람 후 자연스럽게 흥얼거리는 음악의 중독성까지 오랜 잔상으로 남는다.
박지현은 드라마 <왕은 사랑한다>로 데뷔한 후 영화 <곤지암>으로 얼굴을 알려, 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를 지나 <재벌집 막내아들>, <재벌 X형사>에 참여했다. 청불 영화임에도 100만 관객을 동원하며 박지현의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던 <히든 페이스> 이후 또다시 청불 영화 <동화지만 청불입니다>를 선보였다.
비슷한 캐릭터와 장르를 선보인 적 없는 독보적인 행보에 성과도 따랐다. <히든 페이스>로 청룡영화상 여우조연상을 받고, 넷플릭스 시리즈 <은중과 상연>으로 백상예술대상 최우수 연기상 후보에 올라 대세를 인증했다.
지난 26일 종로구의 카페에서 <와일드 씽>의 박지현과 만나 다양한 질문을 주고받았다. 다음은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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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와일드 씽> 스틸컷 |
| ⓒ 롯데엔터테인먼트 |
"대중이 원하는 것을 갖춘 대본이었다. 캐스팅이 이미 완료되어 각각 대입해서 읽다 보니 순식간에 영상으로 그려지기 시작했다. '이게 가능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고 예측되지 않는 이미지가 현실로 그려질 경우 말도 안 되게 코믹해 보였다. 개봉 전부터 뮤직비디오나 음원으로 기대감이 커져 부담이 되지만 완성본을 보고 나니 자신감이 생겼다. 저도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다."
-도미는 트라이앵글의 보컬로 춤과 노래, 특유의 제스처를 완성해야 했다. 준비 과정과 참고한 인물이 궁금하다.
"춤은 5개월 정도 연습했다. 개인 레슨을 따로 받고 시간 될 때 함께 맞춰보면서 단체 레슨을 받았다. 보컬 트레이닝도 따로 받았다. 노래를 잘하지 못하지만 흥이 많아서 사실 즐겼다. 부담보다 가수 역할을 할 수 있어 들뜨고 흥분되었다. 훗날 뮤지컬 배우나 가수 역할이 제안 온다면 할 의향도 있다. 트라이앵글의 1집, 2집의 극명한 콘셉트 대비에 이효리 선배님을 떠올렸다. 핑클 때는 순수, 청순 이미지였다가 솔로 활동 때는 섹시하고 강렬한 이미지를 선보였는데 도미에게 덧입혀 보고 싶었다."
-개봉 전부터 뮤직비디오를 통한 기대감이 크다. 강동원 배우가 자기 카메라를 귀신같이 찾는다며 무대 체질이라고 칭찬하기도 했다.
"원래 뮤직비디오 촬영이 없었다. 영화 촬영이 끝나고 급작스럽게 찍게 되었다. 단순히 영화 속의 삽입 영상으로만 생각했지 홍보용으로 전격 공개될지 몰랐다. 한편으로는 배우로서 언제 뮤직비디오를 찍어볼까 싶어 들떴다. 세팅된 조명 앞에서 배우지만 가수로서 카메라를 봐야 하니 어색하면서도 새로웠다. 그 순간만큼은 아이돌이 된 것처럼 최선을 다했다. 다시 하면 더 잘할 것 같은 미련이 남았던 촬영이다. (웃음)"
- 20대의 자신감과 40대 재벌가 며느리로서의 텐션 변화에 중점 둔 부분은 무엇인가.
"항상 '내가 센터가 맞지'라는 자신감으로 무대에 섰다. 센터로서 중심을 잡고 안무 동선이나 보컬에 신경 썼다. 하지만 막상 촬영에 들어가면 무대 위에서 날아다니는 선배들을 보면서 밀렸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웃음) 세월의 흐름을 다루면서도 도미의 변함없는 가치관을 뚜렷하게 드러내는 데 중점 두었다. 도미는 생각을 필터링 없이 드러내는 당당함이 매력이다. 투명하게 매력을 보여주었을 때 주변인이 기에 눌리는 반응이 유머 코드로 읽힐 것 같았다. 40대 도미는 돈과 명예를 위해 재벌가로 들어갔지만 내재된 끼와 시어머니의 속박으로부터 억눌린 꿈의 절실함에 집중했다. 결혼 십여 년 차인 만큼 안정적인 위치이기도 하지만 특유의 반항기는 숨기지 못하는 거다. 시어머니의 간섭을 맞춰 주는 건 아니고 서로 개성을 잃지 않으면서 공존하는 관계성에 주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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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지현 배우 |
| ⓒ 롯데엔터테인먼트 |
"트라이앵글은 데뷔도 절실했고 20년 후 재기를 꿈꾸며 무대로 향하는 과정은 더 절실했다. 캐릭터의 욕망과 절심함은 다르지만 목표가 같다. 여정 자체가 스토리이자 전개의 원동력이 되어준다. 현장에서 서로 진지하게 임했던 기억이다. 동원 선배님은 몇 시간 일찍 와서 브레이크 댄스로 중력을 거스르고 있었다. 단기간에 해내기 쉽지 않은 동작인데 대단한 연습벌레였고, 강한 독기를 배웠다. 정세 선배님은 성곤으로 분장한 모습을 보자마자 위협적으로 다가왔다. 까딱하다가는 트라이앵글이 묻히겠다고 생각했다. 가장 킹 받았던 인물은 태구 선배님인데, 셎터가 해야 할 법한 제스처를 다 뺏어가는 귀여움이 압도적이었다."
-코미디 장르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동화지만 청불입니다>에 이어 벌써 두 편의 영화를 선보였다. 코미디 장르의 매력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코미디는 웃음이 터지는 지점과 취향이 주관적이라 쉽지 않더라. 오케이 사인을 받아도 확신이 서지 않았다. 자신감이 붙지 않아서 계속 도전하고 확인받아야 하는 장르라고 생각했다. 손재곤 감독님은 잔잔한 호수같이 부드러운 분이시다. 상상하던 이미지와 다르셨는데 차분한 성격 속에서 재치와 유머가 등장하니 감탄할 뿐이었다."
-코미디 영화 중 추천할 만한 영화가 있다면.
"독백 오디션을 봤던 <이층의 악당>이나 <내 아내의 모든 것>, <아내가 결혼했다> 같은 장르의 한국 코미디 영화를 좋아한다. 해외 작품 중에서는 <해롤드 앤 쿠마>, <행오버>도 좋아한다."
-도미를 연기하며 성장한 지점은 무엇인가.
"도미를 만나며 자신감은 결여되고 자기 성찰은 많아졌다. 코미디는 하나가 부족해지면 와르르 무너진다는 걸 배웠다. 완벽하게 맞아떨어져야 모두가 공감하고 웃을 수 있더라. <와일드 씽>을 계기로 삼아 앞으로도 코미디 장르에 더 도전해 보려 한다. 이제 막 시작하는 배우라 앞으로 어떤 모습을 더 보여줄 수 있을지, 못하는 부분은 무엇일지, 어떤 성장을 할지 배우는 중이다."
-화려했던 전성기를 뒤로하고 완전체로 무대에 선 트라이앵글을 보면 뭉클하다. <와일드 씽>이 갖는 메시지는 무엇이라 보는가.
"한 번의 공연을 위해 달려가는 인물들의 과정, 그걸 또 결국 해내고야 마는 모습에 감동받을 것 같다. 코미디 영화는 모든 요소가 다 갖추어진 장르다. 인물의 절실함이 모든 인물에 부여되어 매끄럽게 이어진다. 말도 안 되는 캐릭터의 콜라보레이션이 시너지가 되어 웃음과 감동을 자아낸다. 관객도 잊고 지낸 꿈과 원하는 순간을 생각해볼 수 있겠다. 많은 분이 보셨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필더무비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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