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한 표,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고양시 고3 유권자들의 호소

박상준 2026. 5. 28. 14:28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무원고·백신고 3학년 새내기 유권자를 만나다

[박상준 기자]

오는 6월 3일 치러지는 제9대 전국동시지방선거, 고등학교 3학년 학생 일부도 생애 첫 투표소로 향한다.

투표권을 쥔 청소년들은 선거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기자는 고양시 덕양구 무원고등학교와 일산동구 백신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3학년 학생들을 직접 만나 새내기 유권자로서의 솔직한 속내를 들여다보았다. 이들은 어른들의 우려와 달리, 자신들의 권리와 지역 사회의 현안을 명확히 직시하고 있었다.
 새내기 유권자를 위한 선거 정보 포스터.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청소년 전용 문화 공간 절실... 공약의 현실성 따져볼 것"

무원고등학교 3학년 김채원 학생은 생애 첫 참정권을 얻게 된 소감에 대해 "교과서나 뉴스에서만 보던 참정권이 저에게도 생겼다는 게 기분이 좋다"며 입을 열었다. 그는 "이제는 제 손으로 직접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하는 유권자가 되었다는 생각에 어깨가 무겁기도 하다"며 투표의 무게감을 실감하는 모습이었다.

김채원 학생이 고양시에 가장 바라는 변화는 '청소년 여가 공간의 확충'이었다. 그는 "주말에 친구들을 만나면 갈 곳이 카페, 코인노래방, PC방 말고는 마땅히 없다"며, "청소년들이 눈치 보지 않고 모여서 동아리 활동을 하거나, 춤이나 밴드 연습을 하고 편하게 쉴 수 있는 청소년 전용 문화·체육 복합 공간이 동네마다 더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현장의 목소리를 전했다.

후보를 선택하는 기준 역시 명확했다. 그는 '공약의 현실성'과 '소통의 자세'를 꼽았다.

"정작 예산은 어떻게 마련할지, 정말 실현 가능한지 꼼꼼하게 따져보지 않으면 결국 말뿐인 약속이 되더라고요. 겉포장만 번지르르한 사람보다는, 작고 사소한 약속이라도 끝까지 책임지고 지킬 것 같은 신뢰감을 주는 후보에게 제 소중한 첫 표를 주고 싶습니다."

기성 정치권을 향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김채원 학생은 "분위기에 휩쓸려 투표할 것이라는 편견을 가지신 분들도 계시지만, 요즘 저희 세대는 인터넷과 SNS를 통해 후보들의 과거 행적과 공약을 누구보다 빠르고 꼼꼼하게 검증한다"며 "저희의 첫 투표를 결코 가볍게 보지 말아달라"고 일침을 가했다.

"교육감 선거, 교실의 진짜 주인이 목소리 낼 기회"

백신고등학교 3학년 오윤선 학생은 집으로 배달된 선거 공보물을 보며 유권자로서의 책임감을 느꼈다고 전했다.

그는 "대입을 앞둔 고3이다 보니 공부하기도 바쁜데 선거까지 신경 써야 하나라는 번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우리가 매일 타는 버스 노선, 학교 주변의 안전망, 하교 후 이용하는 도서관 환경까지 모두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선출되는 분들의 손에서 결정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성숙한 답변을 내놓았다.

특히 오윤선 학생은 학생이 직접 교육감을 선출하게 된 이번 선거의 의미를 깊게 짚었다.

"그동안 학칙이 바뀔 때마다 교실 안에서는 '정작 학교에 다니는 우리 의견은 아무도 묻지 않는다'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학생 유권자의 등장은 교육의 3주체로서 중심에는 반드시 학생이 있어야 한다는 너무나 당연한 원칙을 사회와 정치에 다시 한번 분명하게 보여주는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오윤선 학생은 차기 교육감이 반드시 해결해야 할 현장 현안으로 세 가지를 조목조목 제시했다.

첫째, 지역에 따라 개설 과목 격차가 발생하는 '고교학점제의 내실화'.
둘째, 고액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고 학교 내에서 정밀하게 이루어지는 '체감형 진로·진학 상담의 확대'.
셋째, 와이파이 끊김 등 하드웨어 관리 부실을 막는 '실효성 있는 디지털 교육 인프라 정비'다.

그는 "어느 지역, 어떤 학교에 다니든 평등하고 안정적인 진로 선택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균형 있는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투표소 가는 길, 새내기 유권자가 꼭 알아야 할 수칙
 새내기 유권자를 위한 투표 가능 연령과 준비물 안내.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이처럼 당당히 권리를 행사할 준비를 마친 고3 학생들을 위해, 교육 당국과 선거관리위원회는 곳곳에 투표 안내문을 부착하며 독려에 나섰다.
가장 많은 질문이 나오는 '본인 확인' 절차의 경우, 주민등록증이나 여권이 없더라도 생년월일이 기재되고 사진이 첨부된 학생증이나 청소년증으로 투표가 가능하다.
 새내기 유권자가 할 수 있는 선거운동방법.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새내기 유권자가 할 수 있는 선거운동방법.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만 18세가 넘은 학생 유권자는 합법적으로 선거운동도 할 수 있다. 카카오톡이나 SNS에 지지 글을 올리거나, 선거일을 제외하고 평상시 친구에게 특정 후보를 뽑아달라고 말하는 것은 가능하다. 하지만 옥외 집회에서 다중을 대상으로 말하거나, 동시 수신 대상자가 20명을 초과한 메시지 전송 등의 행위는 선거법 위반이므로 주의해야 한다.

더불어 숏폼 콘텐츠를 통한 '가짜뉴스' 확산을 막기 위해 자극적인 제목에 현혹되지 않고 중앙선관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팩트를 확인하는 미디어 리터러시 습관도 요구된다.

학생 유권자들은 교실 안의 방관자가 아닌, 지역 사회의 내일을 바꾸는 당당한 주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부모님과 함께 투표소에 가 당당히 줄을 서겠다는 이들의 맑고 매서운 눈초리에, 정치권이 어떤 응답을 내놓을지 다가오는 6월 3일 선거 결과가 주목된다.
 새내기 유권자를 위한 선거에 관한 가짜 뉴스 주의보.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덧붙이는 글 | 이번 제9대 전국동시지방선거의 사전투표는 5월 29일(금)부터 30일(토)까지, 본 투표는 6월 3일(수)에 진행됩니다. 투표 시간은 모두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입니다. 취재에 응해준 고양시 무원고등학교 김채원 학생과 백신고등학교 오윤선 학생에게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