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끝장낼 수도” 6시간 뒤 이란 타격…‘호르무즈 지렛대’ 싸움

김형구 2026. 5. 28.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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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열린 각료회의 도중 손가락으로 한쪽을 가리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이 막판 진통을 거듭하는 가운데 미군이 27일(현지시간) 호르무즈해협을 낀 이란의 해군 거점을 타격했다. 지난 25일 이란 남부 지역의 이란 기뢰부설함과 미사일 발사대를 겨냥해 제한적 수준의 공격을 가한 지 이틀 만의 추가 공습이다.

미국은 “방어적 조치”라고 했지만, 연이은 군사행동으로 호르무즈해협의 긴장감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미군의 이번 공격을 두고는 협상 핵심 쟁점인 호르무즈해협에서 이란의 위협요인을 제거함으로써 협상력을 높이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 “방어적 성격…휴전 유지 목적”


이날 로이터통신과 CNN에 따르면, 미국은 자국군과 호르무즈해협 상선 항행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한 이란 남부 해군 시설을 공격했다. CNN은 미 당국자 발언을 인용해 “미군은 위협이 된 이란 공격용 드론 4대를 격추했고 다섯 번째 드론을 발사하려던 이란 남부 항구도시 반다르아바스의 지상관제소를 타격했다”고 보도했다.

이 당국자는 “순전히 방어적 성격이며 휴전 유지를 위한 것”이라고 했다. 이란 반관영 파르스 통신도 현지시간 28일 오전 1시 30분(미 동부시간 27일 오후 6시)쯤 반다르아바스 동쪽에서 세 차례 폭발음이 들렸고 이후 몇 분간 방공 시스템이 가동됐다고 보도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미국 공격에 대응해 공격 발신지인 미 공군기지에 반격을 가했다고 밝혔다. 이란 국영방송 등에 따르면, 혁명수비대는 이날 오전 4시 50분쯤 한 미 공군기지를 표적 타격했다고 발표했다. 공격 대상 기지를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혁명수비대는 미군의 이번 공격을 “침략”으로 규정하며 “이러한 일이 반복된다면 더 결정적인 대응이 이어질 것이고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침략자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김영옥 기자


트럼프, 각료회의서 “중간선거 신경 안써”


미국의 이날 공격은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각료회의에서 대(對)이란 강경 메시지를 쏟아낸 직후 이뤄졌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종전 협상 상황을 두고 “지금까지는 우리가 만족할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 “이란은 우리에게 줘야 할 것들을 주기 시작했다. 그건 좋은 일이지만 그렇지 않는다면 내 왼쪽 사람(피트 헤그세스국방장관)이 그들을 끝장낼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요구하는 수준의 합의안에 도달하지 않을 경우 민간 인프라까지 파괴하는 대규모 공격을 재개하겠다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미국의 11월 중간선거를 이란이 협상 지렛대로 삼고 있다는 인식을 드러내며 “이란은 기다리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중간선거는 신경 쓰지 않는다”며 선거를 의식해 합의를 서두를 생각이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미군이 이란 남부 전략 거점을 타격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이 나온 지 약 6시간 뒤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 두 번째)이 27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열린 각료회의 도중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트럼프 대통령,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로이터=연합뉴스


공격 타깃, 호르무즈 인접 이란 전략거점


이번 공격 대상인 반다르아바스는 호르무즈해협 북쪽 해안에 위치한 이란 최대 항구 도시다. 이란 해군과 혁명수비대 해군 지역사령부가 위치한 핵심 군사거점으로, 이란이 호르무즈해협 봉쇄에 활용하는 미사일·드론·고속정 전력 상당수가 이곳을 기반으로 운용된다. 동시에 이란 수출입 물류의 핵심축이기도 하다. 컨테이너 물동량 상당 부분을 처리하는 항만이어서 군사·경제 기능이 복합적으로 결합된 거점 지역으로 꼽힌다.

미국이 이러한 지역을 정밀 타격한 것은 호르무즈해협에서 이란이 보유한 실질적 공격수단을 제거함으로써 미국의 협상력을 한층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드론과 기뢰, 소형 고속정은 이란이 저비용으로 해협을 위협할 수 있는 대표적 비대칭 전력이다.

김주원 기자


‘호르무즈 위협 제거→협상력 확보’ 의도인 듯


호르무즈해협 통행 정상화 문제는 미·이란 간 종전 협상에서 최대 쟁점이다.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양측 모두 전쟁 이전 수준으로 항행을 복원한다는 원칙에는 공감하고 있지만, 해협의 통제 권한을 둘러싼 입장차는 극명하다.

이란은 해협 관리 과정에서 자국의 운영 통제권을 인정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란 국영방송이 보도한 종전 협정 초안에는 ‘항행 서비스 제공 및 해상 보안 유지’ 명목으로 일정 수수료와 서비스 비용을 징수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혁명수비대 해군은 이날 “지난 24시간 동안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한 선박이 23척이었다”고 발표하면서 이 선박들이 혁명수비대의 허가를 얻은 후, 해군의 보호 하에 원활히 해협을 통과했다고 주장했다. 협상 타결을 앞두고 자신들의 해협 관리 능력을 과시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오만, 해협 공동관리 시도시 날려버릴 것”


반면 미국은 호르무즈해협이 특정 국가의 통제 아래 놓여서는 안 되며 자유 항행이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각료회의에서도 이를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특히 호르무즈해협을 이란과 함께 맞대고 있는 오만을 겨냥해 “오만은 다른 나라들처럼 행동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그들을 날려버릴 것”이라고 했다. 오만이 이란과 함께 해협을 공동 관리하는 단기 합의를 시도할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받고 한 말이었다.

이는 자유 항행을 지지하는 다른 나라들 입장에 오만도 함께해야 하며 이란의 해협 통제 시도에 동참하지 말라는 강력한 경고로 풀이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그곳(해협)은 국제 수로”라며 “아무도 통제하지 못할 것이다. 우리가 감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 ‘이란 페르시아만해협청’ 제재 대상 추가


미국 재무부가 이날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관련 기관을 제재 명단에 추가한 것도 해협을 둘러싼 협상력 강화 차원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이란 페르시아만해협청(PGSA)과 이 기관에 협력하는 모든 개인 또는 단체를 ‘특별지정국민 및 차단대상’(SDN)에 추가했다고 밝혔다. 페르시아만해협청은 이란이 해협 통항 관리를 명목으로 최근 설립한 기관으로, 선박당 최고 200만 달러(약 30억원)의 통행료를 부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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