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 확대 목표 29.2%... 그런데 노동자는 죽어간다

한재각 2026. 5. 28.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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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 기후정의 공론장] 하청 계약직이 떠안은 위험, 공공재생에너지법 통과가 답이다

[한재각]

한국의 전력 시스템에서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은 여전히 높지 않다. 2024년 말에 전체 발전량 중 고작 10%를 넘어섰을 뿐이다. OECD 평균이 35.8%인 것과 비교가 된다. 재생에너지 발전량의 절반가량이 태양광 발전이며, 풍력발전 비중은 5%대에 머물러 있다.

재생에너지 발전을 빠르게 늘리겠다는 정부는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2038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을 29.2%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2024년 기준, 태양광과 풍력의 발전 설비용량이 각각 32GW, 2.3GW이었으나 2038년에는 태양광 77.2GW, 풍력 40.7GW로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풍력 발전설비들이 빠른 속도로 증가할 전망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풍력 발전단지에서 사고가 잇달아 일어나고 있다. 2026년 2월에는 경북 영덕군의 영덕풍력단지에서 1.65MW의 풍력발전기 1기가 전도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2005년에 준공되어 가동된 지 20년이 넘은 노후 풍력발전기였다.

같은 달, 경남 양산시의 양산풍력단지의 1.5MW 풍력발전기 1기에서도 화재 사고가 발생하였다. 이 역시 2011년에 가동을 시작한 노후 풍력터빈이었다. 노후된 육상풍력단지뿐 아니라 최근에 가동한 풍력 발전단지에서도 사고가 발생했다.

작년 4월에는 전남 화순군 금성산 풍력 발전단지에서 4.7MW 용량의 풍력발전기 하나가 전도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2023년 6월에 상업 운전을 시작한 것으로 채 2년이 되지 않은 풍력발전단지였다.

풍력발전기 유지보수 노동자의 중대재해사고

이 사고들은 인명 피해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불행하게도 작업자의 목숨을 앗아간 사고들도 있었다. 이미 사고가 났던 영덕풍력단지에서 3월 23일 또 다시 화재 사고가 발생했다. 이때 3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단지 내 19호기의 블레이드 보수를 위해서 높은 타워에 올라가 있던 중, 풍력터빈에 화재가 발생하면서 벌어진 일이었다. 왜 화재가 발생했는지, 안전하게 땅에 내려와 대피하지 못한 이유가 무엇인지는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복잡한 고용구조는 확인할 수 있었다. 목숨을 잃은 노동자 3명 모두는 유지보수를 담당하는 외부 위탁업체 소속이었고, 이 중 2명은 계약직(일용직) 노동자였다. 심지어 당시 작업 현장에 원청인 ㈜영덕풍력발전 소속의 직원은 없었다.

육상 풍력발전소 시공을 했던 회사(유니슨)와도 직접적인 관련이 없었다. 소유, 운영, 시공, 유지보수를 담당한 회사 전부 각기 다른 회사였다. 복잡한 고용구조가 이번 중대재해의 원인이 아닌지 확실히 규명해야 한다.
 민간발전사 풍력발전기에 대한 적절한 유지보수 의무와 노동안전 규제 적용이 시급하다.
ⓒ pixabay
해상풍력단지에서도 노동자의 사망사고가 발생한 적이 있었다. 2020년 2월, 제주도 탐라해상풍력에서 작업자 2명이 해상으로 추락했고, 이 중 한 명은 구조되었으나 다른 한 명은 끝내 목숨을 잃었다.

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재해자는 사고 며칠 전 해상풍력 작업 현장의 사다리 하부 안전 발판이 유실된 사실을 보고하고 수리를 요청했으나,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재해자는 정규직 전환을 기대하며 해당 협력업체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로 근무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풍력발전의 안전을 위협하는 요인들

이런 사고들과 관련하여 한국풍력산업협회 관계자는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풍력발전의 품질 및 안전 규제가 미약하다고 비판한 바 있다.

관계자는 "국민의 전기 요금을 받고 운영하는 (풍력발전) 단지이기 때문에 전기에 대한 품질(을) 지켜야 하지만, 풍력발전 사업자들은 금융기관 대출의 원리금 상환을 우선시하면서 유지보수 비용을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정부가 유지보수를 해야 한다는 규정조차 마련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하면서 풍력발전 노동자를 위한 작업 안전 규제도 충분하지 않아 "국제적으로 문제가 될 것"이라 비판했다. "한국 같은 위상에서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도 그는 덧붙였다. 기업의 입장을 대변해 왔던 협회 관계자가 지적할 정도로 한국 풍력 산업의 규제는 미비한 상황이다.

비용을 회피하려는 민간 발전사에 풍력 발전기의 적절한 유지보수 의무를 부여하고 노동안전 규제를 적용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로 드러나고 있다. 이때 풍력발전의 유지보수 노동자들이 하청계약을 통해서 취약한 위치에 놓여 있다는 점 역시 주목할 필요가 있다. 김용균, 김충현 노동자로 대표되는 '발전 비정규직' 자체가 위험의 취약한 구조적 조건이라는 점은 풍력발전에서도 유사한 듯하다.

더불어 발전 및 정비 산업에 민간 사업자의 비중이 커지고 있는 상황 자체도 개선이 필요하다. 특히 재생에너지 발전산업의 민영화는 심각한 상태이며, 이는 유지보수 노동의 안전을 위협하는 구조적 원인이 될 수 있다.

최근 상업 가동에 들어간, 최초의 민간 해상풍력단지인 전남 해상풍력 사업의 고용 규모(MW당 0.23명)는 발전공기업이 참여한 사업(한림 해상풍력, MW당 0.34명)에 비해서 작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같은 규모임에도 더 적은 수의 인력으로 해상풍력 운영관리를 한다는 것은 그만큼 유지보수와 안전 관리에 소홀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이를 반전시킬 방안으로 공공재생에너지 정책이 다시 한번 강조되어야 한다. 공공재생에너지 정책에서는 이윤 추구 논리에 의해 유지보수와 안전 비용이 삭감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유지보수를 담당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도 당연한 일이 되어야 한다.

5만 입법 청원 운동을 통해 국회에 발의한 공공재생에너지법안은 이러한 취지를 담고 있다. 법안 통과는 기후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발전산업의 공공성을 지키는 일뿐 아니라, 노동자들의 안전을 확보하는 구조적 조건을 제공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월간 일터 5월호에도 실립니다.이 글을 쓴 한재각 님은 기후정의동맹, 대전녹색당 운영위원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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