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조 5000억여 원...'우선 순위'가 당신의 미래를 바꾼다

서복경 2026. 5. 28.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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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서울시장에 바란다] 시급한 사회 대전환을 동네서 준비해야

[서복경]

 서울특별시선거관리위원회가 1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한강공원 인근 상공에서 제9회 지방선거 투표 참여 홍보를 위한 무인 비행선을 운행하고 있다.
ⓒ 연합뉴스
2026년 6.3지방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이 등록을 마쳤다. 이 사람들 중 당선자가 앞으로 4년 서울의 공공정책과 재정 우선순위 결정권을 갖는다. 인구 930만여 명이 살고 있는 특별시 서울의 2026년 예산은 51조 4778억 원, 25개 자치구 예산 총액은 25조 원에 이른다. 76조 5000억여 원의 재정을 운용해 930만여 명의 시민들의 생활과 생계, 생명을 지켜야 할 공직자들이 되겠다고 나선 사람들이다. 여러분 동네 후보들 상황에 대해 얼마나 알고 계신가?

언론에 비친 후보자들은 서울시장 후보, 소위 '격전지'라고 불리는 몇몇 구청장 후보로 제한되지만, 서울시와 25개 자치구의 조례를 만들고 예산 씀씀이를 결정하는 사람은 의원들이다. 같은 예산이라도 어디에 우선순위를 두어 사용하는가에 따라 시민의 삶과 생계는 크게 달라진다.

광화문 광장에 '받들어총' 조형물을 만드는 데 든 예산이 207억 원, '한강버스' 사업 예산은 1500억 원이라고 한다. 서울시의회가 승인해 준 예산이다. 1700억 원이면 약 150MW의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할 수 있고, 서울시 4만 5000여 가구가 1년 동안 쓸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2024년 에너지경제연구원 조사 기준 설비설치비 및 전기 생산량으로 재계산). 이 돈이면 따릉이 3만 대를 7년 동안 운영할 수 있다(서울시 발표 기준 따릉이 구입가, 연간 운영비, 연간 적자 보전비 포함 계산). 또 이 돈이면 연간 10만여 명에게 '돌봄 SOS' 사업을 제공할 수 있다(2026년 기준 1인당 연간 한도액 180만 원으로 계산).

시장이, 구청장이 편성한 예산안을 최종 조정해서 승인해 주고 제대로 썼는지 감독하는 사람이 서울시의회, 구의회 의원들이다. 그런데 여기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는 걸 알고 계신가?

2026년 서울시의회 지역구 의원 103명 중 4명은 선거일 투표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의원이 된다. 1명 선출하는데 후보가 1명이기 때문이다. 1995년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시행된 이래 4명이나 무투표 당선자가 나온 서울시의회 선거는 처음이다. 1∼4회, 7회에는 1명도 없었고, 2010년 1명, 2014년과 2022년 2명이 있었는데 이번 지선에는 4명으로 늘었다.

2026년 25개 자치구 지역구 선출의원 383명 중 92명이 투표 없이 당선자가 될 예정이다. 24%, 4명 중 1명은 무투표 당선자다. 2018년 지선 자치구 지역 선출의원 중 무투표 당선자는 8명이었다. 그런데 2022년 109명으로 14배가 늘더니 이번에도 92명이나 되는 의원이 무투표로 의원이 된다. 대부분 2∼3명을 선출하는 선거구에 출마자가 딱 그만큼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2022년보다 조금 줄어든 것은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등 국회 원내 제3당 이하 정당들이 후보를 더 냈기 때문이다.

유권자가 검증하지 않고 투표도 하지 않고 의원직에 앉은 의원들이 이렇게나 많으면, 우리는 그 의회가 무슨 일을 할 것인지를 운(?)에 맡기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그가 누구인지, 의원이 되고 나서 무엇을 할 것인지, 자치구 예산을 어디다 쓰려고 하는지, 구청장을 견제할 생각이나 능력이 있는지, 정부 추진 사업들에 대해 이해는 하고 있는지, 찬성이나 반대 입장인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시간은 없고 갈 길은 멀다
 24일 서울 마포구의 한 아파트 우편함에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선거공보물이 꽂혀 있다.
ⓒ 연합뉴스
사태가 왜 이렇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제쳐두고, 이제는 이렇게 구성된 지방정부에서 사회 대전환을 해나갈 방도를 찾는 게 급선무다. 앞으로 4년, 세계가 급변하고 우리 삶에도 전에 없던 일들이 계속 일어날 것이다.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이 끝나도 세계는 평화로워지지 않는다. 석유, 가스 가격 불안정과 물가 불안은 지속될 것이다. 대한민국이 홀로 어쩔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공공건물, 아파트, 주차장, 학교에 빠르게 태양광 설비를 갖추고, 건물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대중교통과 자가용을 전기자동차로 바꾸고, 냉난방 에너지도 전환해서 화석연료 의존을 빠르게 낮춰야 한다.

정부는 개인주택, 공공주택, 초중등학교 태양광 발전 확대와 전기차·수소차 지원사업을 하고 있지만, 광역과 기초에서 예산을 매칭하고 사업 집행 계획을 세워야만 실행이 되는 일이다. 서울시와 자치구가 관련 사업 계획을 입안하고 집행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2025년 지구 온도는 이미 1.5도씨를 넘어섰다. 폭염, 폭우, 산불, 가뭄 등 기후 재난의 빈도와 규모는 계속 기록을 갈아치울 것이다. 동네에서 기후 취약층을 찾아 대책을 마련하고 기후 재난 대비 교육도 하고 기후 안전망을 구축해야 하며, 서울시와 자치구가 여기에 훨씬 많은 예산을 쓰도록 만들어야 한다.

세계적 규모의 인공지능(AI) 산업 전환 경쟁은 이미 우리나라 산업구조 전반을 충격에 빠뜨리고 있다. 일자리와 소득이 사라져 위기에 처한 사람들을 서로 도와야 하고 자치구, 서울시, 정부가 대책을 마련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이 많은 일을 주민들 스스로 해나가기 위해서는 제도적 근거지와 연대 기반이 필수적이다. 우선 각 동 주민자치회에 적극 참여해 주민자치회 사업과 예산으로 할 수 있는 일을 도모해야 한다. 지방자치법이 개정되었고 10월부터 시행된다. 서울의 전 동에 주민자치회는 의무화되고, 서울시와 자치구의 주민자치회 지원도 의무가 된다. 주민자치회가 공공의 자원이 된 것이다.

영역별 마을 모임을 만들고, 다양한 마을 모임들의 연대 기구도 갖춰야 한다. 서울시와 자치구에 요구하고 견제하고 협력하면서, 또 시민들 스스로의 실천을 모색하면서 앞으로 4년을 만들어가야 한다. 시간은 없고 갈 길은 멀다. 지금 우리에게 무엇보다 절실한 것은 서로에 대한 신뢰와 협력의 기반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서복경 더가능연구소 대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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