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하다? 오히려 킥” SPNS TV 크리에이팅 비즈니스 전략

김혜림, 김수인 2026. 5. 28.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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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ditor's Note

「 인간과 인간의 대화에서,
어떻게 흠을 잡겠습니까

서울시 동자동 SPNS TV 스튜디오에서 만난 조준호 대표와 오메가 사피엔. 사진 폴인


얼마 전 영상 100개를 돌파한 유튜브의 SPNS TV. 2년이 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총 조회수 3700만 회를 돌파했습니다. 인스타그램에서는 매달 1000만 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죠. 매달 5000원을 내고 독점 콘텐츠를 즐기는 유료 구독자 생태계도 탄탄히 구성했어요.

SPNS TV의 콘텐츠는 어딘가 이상합니다. 기존 토크 콘텐츠와 달리 3가지가 없죠. '신발, 대본, 편집'. 누운 듯한 편안한 자세로 맨발의 게스트와 이야기를 나누고요. 정교한 대본과 편집 없이 대화만을 위해 수 시간을 들여요. 이상한 걸 넘어 위험해 보이기까지 하는 이 기획의 비하인드를 SPNS TV의 두 프로듀서에게 들어봤습니다.

조준호 대표는 금융계 출신이에요. 모건스탠리부터 다양한 투자 회사에서 5년간의 경력을 쌓았죠. 오메가 사피엔은 '바밍타이거' 크루에 소속돼 뮤지션으로서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각자의 기존 커리어에서 느낀 갈증과 불만이 새로운 커리어의 탄생으로 이어졌다고요.
금융맨과 음악가는 어떻게 뉴미디어 사업에서 만난 걸까요? 이들의 갈증은 어떻게 '돈 버는 비즈니스'로 자리 잡을수 있었을까요?

반 레거시를 표방하는 SPNS TV가 진짜 대화를 콘텐츠화하는 방법까지 낱낱이 들여다 봤습니다.


SPNS TV, 신발 벗고 인터뷰하는 이유
"미디어 넘치는데, 진짜 대화는 귀하다"

Q : 이직이 잦았어요.

조준호(이하 '준호'):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 재생에너지 투자 개발 회사, VC까지… 5년간 회사 4곳을 다녔어요. 1, 2년 단위로 이직한 셈이죠. 어디를 가도 정착을 못 하는 거예요(웃음). 마지막까지도 캐나다로 돌아갈까, 미국으로 가볼까, 갈팡질팡했고요.

결론은 확실했죠. 이 길은 내 길이 아니구나. '진짜 교류' '진짜 대화'를 하고 싶다는 열망이 컸어요.

Q : 진짜 교류요?

준호: 직장 생활하면서 많은 사람을 만났어요. 수년간 모신 상사도 여럿이고요. 근데 제가 그 사람들을 정말 '안다'고 할 수 있을까? 아니었어요. 한국의 미디어, 토크 콘텐트를 보면서도 비슷한 느낌이었죠. TV에서 매일 보는 사람도, 누군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

북미권에는 팟캐스트 방송이 많은데요. 그런 뉴미디어에서는 사람들이 정말 오랫동안 대화를 해요. 복잡한 편집도 없는데, 열성 팬이 줄을 서죠. 거기서만 들을 수 있는 진짜 이야기가 있으니까요. '한국에는 왜 이런 미디어가 없지? 없으면 우리가 만들자'(웃음). 약간 원시적으로 시작한 거죠.

'한국 토크 콘텐트에서 우리가 느끼는 불만을 해결하자'는 마음으로 기획했어요.

Q : Q. 불만이 뭐였길래요.

오메가 사피엔(이하 '오메가'): '해야 해서 하는 것들'이 너무 많다(웃음).

이런저런 방송에 나가면서 알게 됐어요. 예를 들면, 제게 새로 나온 앨범 이야기를 물어봐 주시거든요. 물론 너무 감사한데요. 솔직히 아무도 관심 없을 거라 생각해요(웃음). 그보다는 그냥 편하게 대화하고 싶었죠.

저만 그런 것도 아닐 거예요. 촬영장 도착하면 작가가 대본 리딩해주고, 앞에 스태프 수십 명이 앉아있는데, 당연히 부담되잖아요. 사석에서는 웃긴 코미디언들이 방송에만 나오면 재미없어지는 것도 그런 이유겠고요(웃음).

″콘텐츠를 소비하는 사람뿐 아니라,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에게도 리얼한 미디어가 없었죠. 그런 자리만 만들어도 '무조건 된다' 싶었습니다.″ 사진 폴인

Q : '신발 벗고 편하게 대화하자'(웃음). 그래서 코너 이름이 '슈즈 오프'군요.

오메가: '응당 공인이라면…'으로 시작하는 조건들이 있잖아요. 똑바른 자세, 정확한 발음, 부드러운 의견…. 저희는 반대로 갔어요. 거의 누운 듯한 자세로 양말을 만지고, 코를 후비면서 몇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누죠.

TV에는 멋지게 차려입은 사람들이 나오지만, 우리가 항상 그렇게 사는 건 아니잖아요. 꼭 그렇게 정돈된 상태가 아니더라도 진짜 대화를 나눌 수 있고요. 그걸 기존 미디어가 놓치고 있었다고 봐요.

론칭 당시만 해도 낯선 그림이었는데요. 주변 반응은 어땠나요?

Q : 오메가: 다들 미쳤다고 했죠(웃음).

"이 쇼츠 시대에 편집을 하고 자막을 달아야지""너네 말하는 게 너무 위험해서 논란에 휩싸일 거다""그런 그림을 누가 원하겠냐"…….

근데 그 리스키함이 오히려 키라고 봤어요. 사람들은 무조건 리얼함에 갈증을 느끼고 있을 테니까. 물론 두렵죠. 눈치도 보이고요. 근데 비즈니스의 원칙이 뭡니까?

" 사람들이 원하는 걸 주면 그만이잖아요? "

″다들 눈치 보느라 못한 걸 우리가 해버리자는 생각이었죠.″ 사진 폴인

"어디서도 못 듣는 말 끌어내려면…"
SPNS TV의 인터뷰 기획법

Q : 근데 인터뷰이 입장에선 '어떤 이야기를 해야겠다' 준비하고 나올 수밖에 없잖아요.

오메가: 그렇죠. 리얼함은 숨기는 게 미덕이니까. 근데 대화를 나누다 보면 서로의 진짜 마음이 맞닿는 순간이 와요. 모든 계산이 사라지는 순간. 카메라를 잊어버리는 순간. 그게 인터뷰만의 폭발력이라고 생각하고요. 도파민 터집니다(웃음).

Q : 구체적인 방법에 관해 이야기해 볼게요. 인터뷰이가 모든 걸 잊어버리도록 만드는 방법이 뭔가요?

준호: 일단 2시간 동안 쉬지 않고 이야기해요.

2시간 동안 가짜 대화를 연기한다?
그건 쉽지 않거든요.
시간을 밀도 있게 채우려고 저희가 정말 관심 있는 주제와 인터뷰이를 선정합니다. 저희끼리도 '이번 인터뷰가 잘 나왔나'를 판단하는 기준은 그 밀도예요. 숨 쉴 틈도 없이 궁금한 걸 막 쏟아냈다면,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껴졌다면 완성된 콘텐트의 질도 당연히 올라요. 다른 데서는 이야기한 적 없는 주제들이 나오거든요.

Q : 인터뷰이의 경계심을 낮추는 방법도 있을까요?

준호: 저희 이야기를 먼저 해요. 예를 들어서 방어 기제에 관한 질문을 한다고 칠게요. 그냥 상대에게 "당신의 방어 기제는 뭡니까?"라고 묻기보단 "제 방어기제는요…"로 시작하는 식이에요. 게스트는 저희가 나눈 대화에 본인의 이야기를 얹기만 하면 돼요. 부담이 훨씬 덜하죠.

오메가: 일방적인 Q&A 형태가 아니었으면 했어요. 질문하고 답하는 사람이 정해진 게 아니라 모두가 각자의 생각을 던지는 거죠. 댓글 중에는 "쟤네는 인터뷰하는데 자기들 이야기만 한다"는 말도 있는데(웃음).

Q : 인터뷰 준비 과정은 어떤가요?

오메가: 처음에는 팟캐스트니까 자유롭게 하면 되겠다 싶어서 준비를 거의 안 했어요. 근데 하다 보니까 대화가 완전 산으로… 게스트도 길을 잃어서 "이거 괜찮냐"고 물어볼 정도였으니까요. 한번은 승모근에 힘 꽉 주고 처음부터 끝까지 준비해본 적도 있는데, 확실히 인공적인 느낌이 나더라고요.

아직 둘 사이의 적정선을 찾는 중이에요. 하나의 팁이라면…

우리끼리는 이야기하되,
게스트한테는 비밀로 한다?
준호가 프리프로를 준비하면 저희끼리는 계속 말하거든요. '이런 이야기가 나오면 좋겠다' '이런 질문을 해보자'는 식으로. 근데 게스트한테 미리 어떤 대화가 오갈지를 알려주지는 않아요. 조금 더 즉흥적으로 답했으면 해서요.

″게스트의 계산을 무력화하는 게 저희의 목표예요.″ 사진 폴인


인터뷰이를 선정하는 기준도 있나요? 콜드 메일을 아주 공들여 쓴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준호: 세 가지 원을 그려놓고 교집합을 찾아요.

① 우리가 진짜 궁금한 사람인가
② 시청자도 궁금해할 만한 사람인가
③ 한국에서 아직 다뤄지지 않은 이야기를 가진 사람인가.

처음에는 주변 사람들로 시작했는데요, 영역을 넓히고 있어요. 일상에서는 못 나눌 대화도 담고 싶어서요. 스님, 교수, AI 연구자, 한의사, 과학자… 작년에는 정치인과 페미니스트, 트랜스젠더도 모셨죠.

Q : 낯설고 민감할 수 있는 주제를 다룬다는 데 두려움은 없었나요?

오메가: 쇼트 폼이나 단편만 보면 이상한 반응이 있을 수 있는데요. 한 가지 확신은 있어요. 영상 다 보면 그런 생각 안 할 거라는 점. 전체적으로 보면 저희가 진심으로 임한다는 게 보이니까요. 인간과 인간의 대화에서 어떻게 흠을 잡겠습니까.

한국은 대화가 '포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잘 꾸며진 채로, 선을 넘지 않으면서 이야기해야 한다는 강박이죠. 많은 걸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낯선 사람과는 대화를 시작하는 것조차 힘들죠.

준호: 그래서인지 기존 레거시가 다루지 않았던 주제가 너무 많아요. 서울역에 매일 모이는 종교인들, 빡센 직장 문화에서 살아남는 여의도 직장인들, 범상치 않은 패션으로 탑골공원에 모인 어르신들, 서브컬처의 광팬들이 그렇죠.


이 유니크한 사람들을 왜 외면하는지 이해가 안 갔어요. 진심으로 다가가면 꽤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데, 진짜 교류가 없었으니까 다들 지레 두려워했던 거죠. 이런 현실도 조금 바꿔보고 싶었어요. 우리 콘텐트를 보는 사람들도 SPNS처럼 대화하면 좋겠다는 생각? (웃음)


"나답게 일하는 게 레전드 행보"
나와 비즈니스를 동기화하니 시너지 났다

Q : SPNS TV를 시작하면서 본인도 달라졌다고 느끼나요?

오메가: 예전에는 신비주의 병이 있었어요. 인스타 프로필 사진 지우고, 말 아끼고(웃음). 동경하는 아티스트들 따라 하고 싶었던 거죠. 근데 SPNS TV 하면서 배 긁으며 허튼소리 하는 영상이 너무 많아져서 그 콘셉트는 포기했어요.

가시밭길 걷는다는 느낌도 있었어요. 불안했죠. 근데 혁오밴드 기타리스트인 임현제 형이 이런 말을 해줬거든요. "의석아, 네가 진짜 레전드 행보를 걷는다." 무슨 의미였냐면...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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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가기 링크 https://www.folin.co/article/14183

김수인 에디터kim.suin1@joongang.co.kr, 김혜림 에디터kim.hyerim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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