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장급 수두룩, 대기 30만명”…길고양이 챙기는 이들 정체

채혜선 2026. 5. 28.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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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만난 한국노인인력개발원 '동네 고양이 모니터링 활동가' 사업에 참여한 김혜영(왼쪽)씨와 김광선씨. 이 사업은 지난 3월 처음 시작됐다. 현재 60~65세가 활동 중이며, 참여 만족도가 높다고 한다. 인천=채혜선 기자

지난 22일 인천 부평구의 한 공원. 김혜영(63)씨와 김광선(61)씨가 공원 곳곳을 돌며 길고양이 급식소를 점검하고 있다. 사료와 물이 충분한지, 급식소가 훼손되지는 않았는지 꼼꼼히 살피고, 길고양이 서식지와 개체 현황을 지자체에 전달하는 게 이들의 업무다. 구청은 이들이 수집한 데이터를 토대로 중성화 대상을 선정하는 등 체계적인 관리에 활용한다. 각각 10년, 28년 넘게 직장 생활을 했던 두 사람은 정부가 지원하는 노인 일자리 사업(노인 역량 활용 사업) 참여자다. 해당 사업은 만 65세 이상만 참여 가능한 공익형과 달리 일부 유형은 60세 이상부터 참여할 수 있다.

외모만 보면 50대로 봐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젊지만, 은퇴 뒤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김혜영씨는 “예순이 넘으니 아르바이트 자리 구하기도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광선씨는 “매일 출근할 수 있는 일자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했다.


‘젊은 노인’ 몰려…노인 일자리 대기자 30만 돌파


이런 노인 일자리를 원하는 대기자가 30만 명을 넘어섰다. 베이비부머(1955~63년생)가 본격적으로 고령층에 진입하면서 일부 사업은 지원자 10명 중 4명이 탈락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해졌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일자리 확대를 넘어 ‘젊은 노인’의 경력과 전문성을 활용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2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서명옥 의원(국민의힘)이 한국노인인력개발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노인 일자리 대기자는 30만5622명으로 지난해(18만2046명)보다 67.9% 늘었다.

대기자 급증의 배경에는 참여 연령 문턱이 낮아진 영향이 크다. 기존엔 법정 노인(만 65세)만 신청할 수 있던 일부 사업이 2019년 60세 이상으로 확대되면서 60대 초반 은퇴자들이 대거 몰렸다. 해당 사업 대기자는 14만8977명으로 전체의 48.7%를 차지했고, 지난해(9만8498명)보다 51.2% 늘었다. 경쟁률은 1.7대 1이었다.

임금도 쏠림을 부추겼다. 이들 사업의 월 급여는 60시간 기준 76만1040원으로, 65세 이상 취약계층 대상으로 하는 노인 일자리 사업(월 29만원)의 2.6배에 달한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 관계자는 “건강 상태가 양호하고 교육·직업 수준이 높은 ‘신노년 세대’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일자리를 원하는 노인 인구도 늘고 있다. 올해 노인 일자리 신청자는 130만5772명으로, 최근 5년 새 38만 명 넘게 증가했다. 이전 세대에 비하면 건강 상태가 좋고, 학력 수준도 더 높은 베이비부머가 노인 대열에 합류하면서 생긴 변화다. 한 지역 노인인력개발센터 관계자는 “지원자 중에는 국장급 공무원 출신도 수두룩하다”며 “60세 퇴직 후 65세 연금 수령 전까지의 소득 공백을 메우는 게 이들의 가장 큰 고민”이라고 전했다.

정부는 이런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올해 노인 일자리 사업에 2조3851억원을 편성하고 일자리를 5만4000개 추가로 늘릴 계획이다. 60세 이상 ‘젊은 노인’이 참여할 수 있는 사업 비중도 지난해 37%에서 2030년까지 42%로 높이기로 했다.

'동네 고양이 모니터링 활동가' 김광선씨가 구청이 설치한 길고양이 급식소를 살펴보고 있다. 인천=채혜선 기자

하지만 전문가들은 예산 확대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베이비부머의 일자리 수요를 정부 사업만으로 감당하기 어렵다”며 “이들이 유연하게 민간 노동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선 경희대 노인학과 교수는 “노인 인구 증가에 따라 고령층도 중산층·고소득층 등으로 세분화해 접근해야 한다”며 “베이비부머처럼 상당한 경험을 가진 노인을 사회가 수용할 수 있는 노동 생태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서명옥 의원은 “고령층이 평생 쌓아온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맞춤형 일자리 생태계 조성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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