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닉스 아니다…한달새 주가 2배 뛴 ‘숨은 승자’ 둘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이 인공지능(AI) 시대 ‘숨은 승자’로 부상하고 있다. 그래픽처리장치(GPU)와 AI 서버 구동에 필요한 첨단 반도체 기판 공급망에서 빠르게 존재감을 키우고 있어서다.
2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은 올해 나란히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신증권은 삼성전기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를 1조5340억원으로 제시했다. 지난해보다 68% 늘어난 수치다. 하나증권은 LG이노텍의 올해 영업이익이 1조1115억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망대로라면 LG이노텍은 2022년 이후 4년 만에 ‘영업이익 1조원’ 고지에 오르게 된다.
주가도 가파르게 뛰고 있다. 이날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은 정규장에서 각각 163만원, 104만4000원을 기록했다. 한 달도 안 돼 약 두 배 급등한 수준이다.


주가 상승 배경에는 AI 서버용 반도체 패키지 기판인 ‘플립칩 볼그리드어레이(FC-BGA)’ 수요 폭증이 자리하고 있다. FC-BGA는 반도체 칩과 메인보드를 연결하는 핵심 부품이다. 최근 AI 칩은 수천 개에 달하는 미세 회로를 촘촘하게 연결해야 할 정도로 복잡해진 반면, 메인보드는 상대적으로 회선 폭이 넓고 구조가 단순하다. 이 둘 사이를 안정적으로 이어주는 역할을 하는 게 FC-BGA다.
특히 엔비디아 GPU 같은 고성능 AI 칩은 방대한 데이터를 초고속으로 처리해야 해 고다층·고집적 기판 기술이 필수다. 하지만 이를 불량없이 안정적으로 양산할 수 있는 기업은 많지 않다. AI 투자 확대와 맞물려 FC-BGA 공급 부족 현상이 심화하면서 이를 공급할 수 있는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의 기업가치도 빠르게 뛰고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기의 경우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경쟁력도 주목받는다. MLCC는 전기를 저장했다가 필요한 순간 즉시 공급해 전압 변동을 줄이는 ‘전류용 미니 댐’ 역할을 한다. 반도체가 순간적으로 많은 전력을 사용할 때 전원을 안정적으로 유지해 오작동을 막아준다. 스마트폰·PC·자동차·서버 등 거의 모든 전자기기에 들어간다. 특히 AI 서버와 고성능 GPU는 전력 소모와 발열이 큰 만큼 더 많은 고사양 MLCC가 필요하다. 일반 스마트폰에는 1000개 안팎이 탑재되지만, AI 서버나 전기차에는 수만 개 이상이 들어간다.

양사 모두 차세대 ‘꿈의 기판’으로 불리는 유리기판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유리기판은 기존 FC-BGA보다 휨 현상이 적고 신호 손실도 20~30% 이상 줄일 수 있어 차세대 AI 반도체 기반 핵심 기술로 꼽힌다. 삼성전기는 세종사업장에 파일럿 라인을 구축해 시제품 생산에 돌입했다. 일본 스미토모화학그룹과도 합작법인(JV)을 설립해 이르면 2027년부터 양산을 진행할 계획이다.
LG이노텍도 마곡 연구개발(R&D)센터와 구미 공장을 중심으로 개발·시범 생산 체제를 갖추고 이르면 2028년부터 양산을 추진 중이다. 이달 26일부터 29일까지 미국 플로리다 올랜도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반도체 패키징 학회 ‘ECTC 2026’에 처음 참가해 차세대 기판 기술을 공개하며 글로벌 고객사 확보에도 나서고 있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두 회사 모두 AI와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 확산 과정에서 단순 부품 공급사가 아닌 핵심 인프라 파트너로 재평가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영근 기자 lee.youngk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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