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선거 개입 논란 부른 대통령의 지방 행보

이재명 대통령이 어제 부산에서 열린 ‘바다의날’ 기념식에 참석해 “부산을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해양 수도로, 동남권을 남부 해양 수도권으로 완성하겠다”고 말했다. 바다의날 기념식은 전국 여러 곳에서 열렸었는데,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을 기념해 올해는 부산에서 개최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항만과 공항, 철도와 도로가 이어지는 물류 인프라를 확충하고 남해안 전체를 아우르는 해양 관광벨트를 구축하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그런데 이 대통령이 부산·울산·경남이 속한 동남권을 향해 메시지를 낸 것은 이날만이 아니다.
전날 국무회의에서도 해수부와 해운선사 HMM의 부산 이전에 더해 다른 공공기관이나 기업의 추가 이전까지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발맞추듯 해수부가 국무회의에서 부산을 해양 비즈니스 중심지로, 울산을 친환경 에너지 허브로, 경남을 인공지능 결합 공급망 거점으로 육성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더니 이 대통령은 그날 바로 경남 창원을 찾은 데 이어 부산 자갈치시장을 방문해 주민들과 접촉하는 등 1박2일에 걸쳐 PK(부산·경남) 지역에 공을 들이는 모습을 보였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 지역은 부산시장·울산시장·경남지사 선거와 부산 북갑 국회의원 보궐선거 등에서 여야가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다. 이전에도 이 대통령은 김해 외동시장을 방문하고, 울산에서 K조선 간담회를 여는 등 이달에만 PK 지역을 네 차례나 방문했다. 주민 숙원사업인 대구경북통합신공항 건설 예정 부지를 간 적도 있다. 역대 대통령들도 전국 선거를 앞두고 이런저런 지방 행사를 소화해 야권의 비판을 받은 적이 있지만, 규모와 빈도에서 이 대통령은 과하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선거 중립 의무가 있는 대통령이 지역 발전 공약을 들고 지방을 누비니 야당에서 “노골적인 선거 개입이 극에 달하고 있다”는 반발이 나오는 것 아닌가.
이 대통령뿐 아니라 박근혜 전 대통령도 대구와 대전 등에 이어 어제는 부산 기장시장에서 국민의힘 후보 지원 활동에 나섰다. 탄핵당한 대통령이 선거 한복판에 나서는 것은 여러 모로 바람직하지 않다.
더불어민주당은 과거 야당 시절 대통령이 선거철에 지방을 돌면 “불법 관권 선거”라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까지 했었다. ‘내로남불’ 비판을 듣지 않도록 지역 행보를 자제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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