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여전히 마이클 잭슨의 시대를 산다

이현파 2026. 5. 27.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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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마이클>

[이현파 크리에이터]

 영화 <마이클> 중
ⓒ 유니버설픽쳐스
(* 이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마이클 잭슨의 전기 영화 <마이클>이 전 세계 수익 8억 달러 돌파했다. <슈퍼 마리오 : 갤럭시>에 이어 올해 개봉한 영화 중 두 번째 성적이다. 국내에서는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앤트완 퓨콰 감독이 연출한 <마이클>은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이 보이 밴드 잭슨파이브(Jackson 5)로 데뷔했던 1960년대부터 역사상 가장 성공한 앨범 <스릴러(Thriller)>와 <배드(Bad)>로 상징되는 전성기를 그리는 데에 집중하고 있는 작품이다.

<마이클>은 첫 공개 당시 영화 자체로서는 미묘한 평가를 받았다. 마이클 잭슨이 가장 아꼈던 여동생이자 팝스타 자넷 잭슨, 디바 다이애나 로스처럼 마이클 잭슨의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들, 그리고 '위 아 더 월드(We Are The World)'의 탄생 등 중대한 사건들이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여러 현실적 제약이 있었겠으나, '팝의 황제'의 전기 영화로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인물에 대한 묘사는 어떤가. 밥 딜런의 입체적인 면모를 여러 자아로 나눠 그려낸 <아임 낫 데어>, 치유 세션이라는 형식을 빌려 과거와의 화해를 이뤄낸 엘튼 존의 <로켓맨> 등과 비교하자는 것이 아니다. <마이클>은 평이한 전기 영화다. 마이클 잭슨을 철저히 무균실의 순수한 영혼으로 그리는 데에서 그친다. 대중에게 잘 알려진 피터팬 동화책에 대한 사랑, 여러 종류의 동물을 키우면서 외로움을 해소하려고 하던 모습 정도를 제외하면, '팝의 황제'의 섬세한 심리 묘사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영화에서 위기와 갈등을 담당하는 것은 마이클 잭슨의 아버지이자 매니저였던 고 조셉 잭슨이다. 조셉 잭슨은 어린 잭슨 파이브 멤버들을 가혹한 스케줄에 노출시켰고, 재능이 특출났던 마이클 잭슨에게 유독 가혹한 가정 폭력을 가하기도 했다. 잭슨 일가가 참여한 이 영화는 아버지가 만든 그늘을 숨기지 않는다. 이 영화에서 가장 짜릿함을 선사하는 부분 역시 마이클 잭슨이 잭슨즈(The Jacksons)의 빅토리 콘서트 중 아버지로부터의 독립을 선언하는 장면이다. 이어질 속편에서는 마이클 잭슨의 또 다른 대히트작 <덴져러스(Dangerous)>, 그리고 그를 오랫동안 괴롭혔던 언론의 공격과 아동 성추행 무고 등의 일화가 담길지가 관심사다.

전기 영화로서는 미달, 그러나 음악은...
 영화 <마이클> 중
ⓒ 유니버설픽쳐스
<마이클>은 단 하나의 과업에 집중한다. 인류 역사상 최고의 슈퍼스타의 전성기를 재현하는 일이다. 갱 댄서들과 함께 '비트 잇(Beat It')을 추고, 모타운 25주년 공연에서 빌리 진(Billie Jean)의 퍼포먼스를 처음으로 공개하는 장면에 많은 시간이 할애된다. 대중음악의 판도를 바꾼 '스릴러(Thriller)'의 뮤직비디오, 공연의 대미를 장식하는 웸블리 스타디움에서의 '배드' 라이브 역시 생생하게 재현된다. 좋은 화질과 음질로 마이클 잭슨의 전성기를 간접 경험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마이클>은 좋은 선택이다.

특히 마이클 잭슨의 친조카이자 저메인 잭슨(잭슨 파이브의 멤버이자 마이클 잭슨의 친형)의 아들인 자파 잭슨의 역할이 크다. 그는 마이클 잭슨의 전성기 시절 퍼포먼스를 결코 어색하지 않게 소화한다. 발차기나 발끝으로 서는 모습 등 마이클 잭슨 특유의 시그니처 동작은 물론, 춤에 몰입할 때 찡그리는 표정마저 부지런히 재현한다. 그의 얼굴이 삼촌 마이클 잭슨을 충분히 닮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영화를 보는 동안 마이클 잭슨을 보고 있다는 착각을 하게 될 정도다. 이것이 평론가 점수와 관객 실제 점수 간의 간극을 극대화한 포인트이기도 하다.

다시 마이클 잭슨의 노래를 듣는 사람들

마이클 잭슨을 사랑했던 이들은 그의 노래를 다시 듣고 있다. 마이클 잭슨의 시대를 살아보지 못한 이들은 생소했던 팝스타를 만날 기회를 얻었다. <마이클>의 관객들은 스트리밍 플랫폼과 유튜브로 몰려갔다. 지난 5월 19일 빌보드가 발표한 빌보드 핫 100 차트(5월 23일 차트)에 따르면, 마이클 잭슨의 노래 여섯 곡이 차트에 진입했다. '빌리 진(Billie Jean)'이 15위, '휴먼 네이쳐(Human Nature)'가 21위에 올랐다. '비트 잇(Beat It)'과 '돈트 스탑 틸 유 겟 이너프(Don't Stop Til You Get Enough)'는 각각 29위와 36위에 올랐다.

앞선 네 곡은 모두 영화 <마이클>에 삽입된 곡들이지만, 영화에 삽입되지 않은 두 곡 역시 함께 차트에 이름을 올렸다. <배드(Bad)>의 수록곡 '더티 다이애나(Dirty Diana)'가 44위, '락 위드 유(Rock With You)'가 47위에 올랐다. 마이클 잭슨이 빌보드 핫 100 차트에 동시에 6곡을 올린 것은 데뷔 후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시장을 포함해 전 세계에서의 성적을 정리하는 '글로벌 200' 차트에서는 '빌리 진'이 1위에 올랐다.

스포티파이에서는 마이클 잭슨의 노래를 듣는 월별 청취자 수가 1억 1천만 명을 넘어섰다. 이는 현시점 스트리밍의 왕인 테일러 스위프트, 위켄드, 브루노 마스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치다. 그가 타계한 지 17년째가 되었지만, 여전히 우리는 마이클 잭슨의 시대를 살고 있다. 미완의 영화 <마이클>이 탄생한 이유 역시, 이 결과가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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