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재즈페스티벌 2026, 기억에 남는 순간

염동교 2026. 5. 27.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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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76세 아르투로 산도발부터 차세대 슈퍼스타 코리 헨리까지

[염동교 기자]

 서울 재즈 페스티벌 2026
ⓒ 염동교
지난 24일 서울재즈페스티벌 2026 마지막 날, 허비 행콕이 연주하는 동안 다른 스테이지에선 실리카겔이 공연했으며 허비 바로 다음 순서는 아이슬랜드의 개성파 록밴드 오브 몬스터스 앤 맨이 예정됐다. 순간 스위스 몽트뢰에 온 줄 착각했다. 음악 축제 애호가들이라면 한 번쯤 꿈꿨을, 재즈를 중심으로 최상급 출연진을 자랑하는 스위스 몽트뢰 재즈 페스티벌 이야기다.

제18회를 맞은 서울재즈페스티벌 2026엔 최고의 순간을 뽑기 어려울만큼 양질의 무대가 많았다. 프린스의 '레츠 고 크레이지(Let'sGo Crazy)'를 깜짝 연주한 자넬 모네와 베토벤의 '엘리제를 위하여(Fur Elise)'를 재즈로 편곡한 존 바티스트, 키보드와 기타를 합체한 듯한 키타(Keytar)를 든 채 폴짝 점프하며 재즈 펑크 명곡 '카멜레온(Chameleon)'을 마무리한 허비 행콕 모두 명성에 걸맞았다.이들 말고도 조금 더 긴 이야기로 풀고 싶을 만큼 요일별로 인상적이었던 공연을 공유한다.

[금요일] 아르투로 산도발
 아르투로 산도발
ⓒ 염동교
너무나도 강한 현재성에 전설이란 아득한 칭호가 무색해져 버렸다. 1960년대 쿠바의 정상급 빅밴드였던 오케스타 쿠바나 지 무지카 모데르나(Orquesta Cubana De MúsicaModerna)와 라틴 펑크의 기념비적 존재 이라케레(Irakere), 비밥을 상징하는 명인 트럼페터 디지 길레스피와의 협업으로 경력을 쌓아온 쿠바계 미국인 음악가 아르투로 산도발. 2023년 세르지오 멘데스, 2024년 집시 킹스에 이어 또한번 라틴 재즈의 마력을 설파했다.

초반부터 스태프들에게 고함치며 음향 조정에 힘쓴 그는 76세 고령이 무색할 만큼 정력적이었다. 피치 휠을 맘껏 사용하며 개성 넘치는 키보드를 들려주고, 랩에 가까운 빠른 가창을 소화했으며, 위대한 영화인 찰리 채플린이 작곡한 '스마일(Smile)'에선 그윽한 음성과 피아노 연주를 선보였다. 깜짝 등장한 트롬본 쇼티와의 트롬본-트럼펫 콜 앤 리스판스도 인상적이었다.

올해 발매된 정규작 < 상구(SANGU) >의 표제곡 '상구'에서 청중과 함께 수십 번 "상구"를 외친 산도발. 문득 나도 70대 중반에 저런 모습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상구는 영어로 "잇 사운즈 굿(It Sounds Good)"을 빠르게 읽었을 때 나는 소리라고. 라틴 뮤직 특유의 낙관주의와 긍정성은 일요일 동향의 후배 시마펑크(Cimafunk)로 이어졌다.

[토요일] 코리 헨리 앤 더 펑크 아포슬스
 코리 헨리
ⓒ 염동교
인스타그램에 올린 영상을 보고 캐나다인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이 사람 대체 누구야?" 주인공은 미국 오르가니스트 코리 헨리. 70만이 넘는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보유한 차기 슈퍼스타는 본인의 밴드인 펑크 아포슬스와 함께 잔디 마당(메이 포레스트)를 펑키 그루브로 가득 채웠다. 제임스 브라운과 슬라이 스톤 같은 선배들이 선보였던, 다이너마이트처럼 언제 터질지 모르는 채 긴장감을 유발하며 10분이고 계속되는 잼(Jam)에 1960-70년대 소울 펑크의 향수를 소환했다.

영화 < 토요일 밤의 열기 >(1977)에 흐른 비지스의 디스코 명곡 '스테잉 얼라이브(Stayin' Alive)'로 산뜻하게 문을 연 이들은 이곡은 맛보기에 불과하다는 양 엄청난 양의 리듬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파티 라이크 위 저스트 갓 페이드(Party Like We Just Got Paid)"란 구절이 프린스의 '1999'를 오마주한 듯한 '저스트 갓 페이드(Just Got Paid)'와 원곡보다 훨씬 길게 늘어뜨린 '홀리 고스트(Holy Ghost)'에선 미국 프로레슬러 빅쇼를 닮은 기타리스트의 랜디 루년(Randy Runyon)이 놀라웠다. 주인공은 무릇 코리 헨리. 신시사이저의 전자 음향과 오르간의 아날로그 사운드를 번갈아 가며 관객의 혼을 쏙 빼앗았다.

[일요일] 메데스키 마틴 앤 우드
 메데스키 마틴 앤 우드
ⓒ 염동교
재즈에 알앤비와 펑크(Funk)를 결합한 퓨전 재즈 마니아로서 해당 계열 음악가의 출연은 늘 반갑다. 35년 경력의 미국 트리오 메데스키 마틴 앤 우드는 날씨가 선선해질 즈음 등장했고, 그들의 음악에 맞춰 스탠딩 존 뒤쪽에서 여유롭게 춤췄던 기억이 마치 영화속 장면처럼 남아있다. 19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반에 걸쳐 재즈 명가 블루노트의 총아로 떠올랐던 이들은 다양한 레이블을 경유하며 도전적인 음악세계를 건설 중이다.

전날 잔디 마당을 뒤흔들었던 코리 헨리처럼 존 메데스키의 오르간이 빛났다. 색소폰과 트럼펫의 비중이 높았던 1950-60년대 비밥/하드밥 시대와 달리 1970년대 퓨전 전성기에는 선율과 음향에 두루 강한 키보드가 부각되었으며 작금의 야외 페스티벌에서도 관객의 흥을 유발하는 키보드 중심의 퓨전 밴드가 득세하고 있다.

펑크와 힙합의 중독성에 방점을 둔 트리오는 자연스럽게 전위성을 담보한 프리 재즈로 전환했다. 일렉트릭 베이스 대신 콘트라베이스를 잡은 크리스 우드와 스타일에 맞는 주법으로 전환한 빌리 마틴은 베테랑 연주자의 관록을 드리웠다. 마틴은 철 소재의 다양한 도구를 두드리며 실험성을 내비쳤다. 일견 난해한 곡조에도 그 안에 배어있는 일정한 리듬 덕에 덩실덩실 춤은 이어졌고, 종종 축제에서 마주치는 어느 마니아가 조카와 놀아주는 모습이 훈훈함을 배가했다.

이 밖에도, 오는 10월 내한 공연을 앞둔 영국 퓨전 재즈 집단 에즈라 콜렉티브의 리더 존 아몬 존스는 정교한 퓨전, 덥 등 여러 작풍을 선보였으며 고전적인 스윙과 감각적인 인디 팝을 아우른 애런!도 돋보였다. 무수한 공연에 출연하며 대중의 여흥을 책임지고 있는 까데호와 일본의 전설적인 팝록 그룹 피치카토 파이브에 재적했던 타카오 타지마의 협연이 호수수변무대(스프링 가든)를 수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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