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 '열사'와 '형'이라는 이름의 의미
<오월휴먼시리즈2 -18번 방의 형>, "묘지번호 2-88, 묘지번호 5-36, 오월휴먼이 찾는 것, 묘지에 누운 이들의 '광주'를 우리는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기자말>
[조훈성 기자]
5.18민주화운동 46주기, '오월문학제' 참가로 지난 23일 토요일, 대전작가회의 회원들과 전일빌딩245를 찾았다. 광주 곳곳이 광주에서 오월 정신을 기억하고 되새길 수 있는 다양한 문화행사가 개최되고 있었는데, 문학제 일정 가운데 새롭게 개관한 옛 전남도청과 상무관을 찾아 다시금 광주 5.18 민중항쟁의 기억을 되새김할 수 있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이른바 '스타벅스 광주 5.18 탱크데이' 사태만 하더라도 근 반세기가 되어가는 즈음에도 일각에는 5.18 폄훼가 여전하고, 오월의 상처와 국가폭력의 기억을 얼마나 가볍게 여기고 있는가를 반증한다. 그런 가운데, 광주의 오월을 추모하고 오월의 공동체를 되살려내려는 노력도 오월 연극을 통해 계속 반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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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극단 토박이의 '오월연극', 민들레소극장 민들레 소극장 내 , 극단 토박이의 5월연극 포스터 |
| ⓒ 조훈성 |
이 작품은 오월을 '사건'이 아닌 '사람'을 앞에 두면서 경쾌한 웃음과 비극적 기억을 교차시킨다. 우리가 그날을 어떻게 기억하고 감각해야 하는지에 대해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 '18번 방의 형'은 5.18을 다루는 연극이 어떤 방식으로 현재와 만날 수 있는지 고민한 흔적이 역력한 작품이다.
연극은 '오월휴먼'이라는 이름 아래, 거대한 사건이나 숭고한 인물의 엄숙한 서사가 아니라 그 안에 있었던 수많은 '사람'을 찾아내려는 데 시선을 둔다. 특히 '박관현'과 '신영일'이라는 두 인물을 두고 그들이 불꽃 같은 삶 전체를 따라가기보다, 수감되어 마지막 순간 이들의 선택과 감정에 집중함으로써 오월을 보다 가까운 거리로 끌어온다.
무대는 감옥이라는 제한된 공간으로 설정되지만, 이 공간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다. '교도소 체험 프로그램'이라는 장치를 통해 관객은 자연스럽게 극 안으로 입장하게 된다. 관객은 어느 순간 극 중 수인이 되거나 또다시 감옥 바깥으로 밀려나는 것을 거듭한다. '갇힌 자'와 '갇히게 한 자'의 경계를 끊임없이 허물고 세우면서 객석의 정서를 교란하면서 관객은 단순한 관람자가 아니라 참여자로 위치한다. 이를 통해 관객은 단순히 한 과거를 몰입해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어떤 상황에 연루된 현재의 자신을 의식하게 되는데 이러한 객관적 감각은 분명히 이전 객석의 수용 감각에 익숙한 관객에게 효과적이다.
'연대'와 '공동체'
이 작품의 특징은 이러한 오월 열사의 삶을 조명하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전반적으로 경쾌한 리듬을 유지한다는 점이다. 교도관이 죄수로 전환되는 장면이나, 수감 상황을 희극적으로 풀어내는 연출은 객석의 긴장을 의도적으로 이완시킨다.
관객은 웃고, 참여하고, 장면에 끌려 들어간다. 그러나 바로 그 지점에서 질문이 있을 수밖에 없다. 우리는 왜 웃고 있는가, 그리고 이 웃음은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는가, 만약 당사자성이 없다면 이 웃음은 자칫 연출 의도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될 수도 있다. 실제로 이 연극의 미덕이자 동시에 낯설음도 이 '경쾌함'에 있다. 웃음을 통해 진입 장벽을 낮추고, 오월을 보다 친근하게 현재화하는 데는 성공한다. 다만, 그 과정에서 비극의 무게가 순간적으로 희석될 수 있는 위험도 함께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아마도 참여자들 모두가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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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극단 토박이의 <오월휴먼시리즈2 -18번 방의 형> 커튼콜 |
| ⓒ 조훈성 |
여기서 드러나는 '섬'의 감각은 특히 인상적이다. 이들은 역사적 인물이기 이전에, 단절과 불안을 견디는 개인으로 존재한다. 극 중에 드러나는 '들불야학'의 흔적 또한 중요한 층위를 형성한다. 이는 투사가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지는 존재가 아니라, 일상의 선택과 관계 속에서 형성된다는 사실을 환기한다. 따라서 감옥 안에서의 단식투쟁 역시 단순한 처우 개선의 문제가 아니라, 삶 전체의 연장선 위에 놓인 선택으로 읽힌다.
이 지점에서 연극은 죽음을 기리는 대신 삶을 되짚는 방식으로 오월을 재구성한다. 결국 이 작품은 오월 연극의 방향을 다시 묻는다. 숭고한 기억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관객과 어떤 방식으로 관계 맺을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18번 방의 형'은 그 답으로 '곁', '가까움'을 제시한다. 그 가까움이 감정적 친숙함에 머무를 것인지, 아니면 역사적 성찰로 확장될 것인지는 이 연극을 바라보는 이들의 몫으로 남을 것이다.
위대한 열사의 이름이 아니라, 친한 곁의 '형'을 찾기
공연이 끝난 뒤, 극장을 나서 계단을 내려오는데 눈시울이 뜨겁다. 5월 광주 이전 이들의 삶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어느 날 갑자기가 아닌 삶 속의 투사되기, 두 투사의 살아남은 자의 부채의식을 이 연극은 얼마나 많은 토론과 '되기'를 통해 오늘의 연극 안, 감방에 그들을 두었을까를 상상하게 된다. '박관현'과 '신영일', 두 독거수 이야기가 우리 앞에 있다. 단식투쟁의 명분이 재소자 처우개선을 외치고 있지만, 그 두 청년의 단식투쟁이 어찌 단순한 '처우'의 문제였을까. 묘지번호 2-88, 묘지번호 5-36, 오월휴먼이 찾는 것, 묘지에 누운 이들의 '광주'를 우리는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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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극단 토박이의 <오월휴먼시리즈2 -18번 방의 형> 을 보기 '민들레소극장'을 가득 메운 관객 |
| ⓒ 조훈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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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극단 토박이의 <오월휴먼시리즈2 -18번 방의 형> 포스터 |
| ⓒ 극단 토박이 |
덧붙이는 글 | 연재 "극장가는 길"은 어둠이 번지는 저녁, 극장을 향해 걷는 발걸음에서 시작된다. 객석과 무대에서 벌어지는 밀고 당기며 교차하는 숨소리, 조명기 점멸, 사라졌으나 사라지지 않는 세계 변화의 순간을 길어내고 이를 기록한다. 나는 지역의 연극과 축제의 현장을 묵묵히 걷고 보면서 그 무대의 잔상과 스쳐간 감정과에 대해 적으며 동시대적 의미를 함께 나누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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