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6생명안전공원'을 기다리는 마음
4.16생명안전공원은 2025년 조성 공사를 시작해 2027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안전 사회의 이정표가 될 4.16생명안전공원에 대한 다양한 분들의 글을 연재합니다. <기자말>
[박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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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16생명안전공원 문화제 2025년 11월 1일 진행된 4.16생명안전공원 문화제 무대 공연 |
| ⓒ 4·16재단 |
나는 생명안전공원을 기다리고 있다. 2028년 봄의 어느 날에 단원고등학교 교정을 출발해 수학여행을 떠났던 250명이 돌아올 날을 기다린다. 그들은 2014년 4월 15일 출발했고, 4일 뒤인 4월 18일 금요일엔 제주도 여행의 추억을 가득 안고 재잘거리며 돌아올 예정이었다. 한 도시, 그것도 학교 주변의 마을들에서 한꺼번에 250명이 사라졌다. 그리고 곳곳에 흩어져 있었다. 그들이 수학여행을 끝내고 돌아와 한자리에 모이는 날을 기다린다. 그들이 돌아오는 날, 그들을 맞으러 사람들이 올 것이다. 사실 그날부터 생명안전공원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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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16생명안전공원 건립 공사현장(2026년 5월 19일) 4·16재단에서 매월 4.16생명안전공원 건립 공사 현장을 사진과 영상으로 담아 모니터링 하고 있습니다. |
| ⓒ 4·16재단 |
사계절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공간은 죽은 자와 산 자가 만나는 공간이다. 산 자들이 찾아와 그들과 대화하는 공간이다. 희생된 소녀, 소년들의 유가족만이 아니라 친구들도 찾아와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조용히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다. 그리움으로 찾아오는 이들도 있지만, 세월호참사로 희생된 이들이 누구인지 궁금해 들어오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아주 오래전에 희생된 이들이 너무도 또렷하게 풋풋한 고등학생의 모습인 주인공들을 보고 놀랄 수도 있다. 대화의 방식은 각자 다양하게 가질 수 있다. 조용히 소곤거리며 말로 할 수도 있고, 기타 하나 들고 와서 '내 노래 들어볼래?' 하면서 노래를 불러줄 수도 있다. 작은 모임들이 진행될 수도 있는 그런 공간이다. 추모의 공간이라고 무겁지만은 않을 것이다.
추모 공간 위로는 언덕이 있다. '기억의 숲'이라고 부르는 곳이다. 그곳에는 전국에서 시민들이 보내준 나무들이 자라서 숲을 이룬다. 좀 먹먹해진 마음으로 추모 공간을 나오면 광장이다. 두 개의 긴 건물 사이에 형성된 광장, 광장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다. 세월호참사 뒤에 유가족들과 시민들은 광장에서 만났고, 광장의 연대를 통해 많은 것을 바꾸어 왔다. 그랬던 것처럼 이 광장에서도 집회가 열리고, 추모 행사도 열리고, 문화 공연도 열린다. 그걸 보러 시민들도 찾아올 것이다.
추모 공간에서 호수 쪽 공간은 상설 전시장이고, 수장고가 자리한다. 이곳에서 진행되는 전시는 상투적이지 않고, 가르치려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벽면마다 판넬이 다닥다닥 붙어있고, 사건의 시작부터 현재까지의 전개 과정을 교과서처럼 설명하는 전시는 아닐 것이다. 세월호참사를 말하면서도 모든 것을 설명하지 않는 그런 전시, 궁금한 점이 있으면 스마트폰으로 링크 타고 들어가 알아보는 그런 전시, 그래서 학습하기보다는 느낄 수 있는 그런 전시면 좋겠다. 느끼고, 생각하게 하는 그런 전시가 이루어지는 곳이면 좋겠다. 수장고는 보이는 수장고를 스마트 방식으로 구현할 것이다. 그동안 수집, 보관했던 희생자들의 유품과 유류품들만이 아니라 그동안 진상규명 투쟁, 안전사회를 만들기 위한 투쟁 과정의 소중한 자료들이 보관될 것이다. 그래서 수장고는 일종의 도서관처럼 운영되면 좋겠다.
이곳에서 이루어지는 전시는 '소녀들의 방 28호'와 같은 전시면 좋겠다. 나치에 끌려갔던 소녀들이 아우슈비츠에 끌려가 살해되기 직전에 머물렀던 방을 재현하는 전시가 베를린에 있다고 한다. 이미 우리는 참사 직후 광화문 광장에서 '아이들의 방' 전시, 그리고 10주기에 '회억정원(回憶庭園)' 전시를 해본 경험도 있다. 아이들의 방을 그대로 보여주면서, 희생된 이들이 나와 다른 별난 이들이 아니라 바로 나와 같은 삶을 살았던 사람이라는 것, 회억정원에서 선보였던 유품들의 스토리를 통해서 공감했던 그런 전시라면, 사람들은 재난참사 희생자와 자신을 자연스레 연결해 볼 것이다. 여기서 전시가 끝나면 전국으로 순회할 수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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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16생명안전공원 건립 공사 현장(2026년 5월 19일) 4·16재단에서 매월 4.16생명안전공원 건립 공사 현장을 사진과 영상으로 담아 모니터링 하고 있습니다. |
| ⓒ 4·16재단 |
이런 '4.16생명안전공원'이라면 혐오시설이라는 어떤 낙인도 통하지 않을 것이다. 추모시설도 문화시설이나 공간처럼 만들어지고, 운영될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그래서 다른 추모시설의 변화, 심지어 장례문화도 바꿀 수 있다. 지금까지 재난참사를 비롯한 사회적 아픔을 눈에 보이지 않게 꽁꽁 숨기고, 감추었던 데서 벗어나 쉽게 찾아가서 추모도 하고, 느끼기도 하고, 필요하면 즐기기도 하면서도 공부도 할 수 있는 곳이 된다. 강요가 없는 추모, 훈육 없이 자연스레 공감하는 문화와 교육, 곳곳에서 시민들이, 청소년들이 자신들의 프로그램을 갖고 와서 나누는 곳, 생명존중과 안전의 가치를 배워가는 그런 곳이면 좋겠다.
이곳에 한 번 온 사람이 다시 찾고, 주위에 찾아볼 것을 권유하고, 인근의 4.16기억교실도 찾아가고, 멀리 진도 팽목항 현장과 목포에 세월호를 활용한 (가칭)국립목포생명기억관(2030년 개관 예정)에도 찾아갈 마음이 자연스레 생겨날 수 있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기억문화의 공간'이 '4.16생명안전공원'이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안산의 시민들이 운영과정에서 피해자들과 함께 참여하는 방식이면 더욱 좋을 것이다. 안산 시민들과 유가족들은 일부 정치권을 비롯한 혐오세력들의 극렬한 '납골당 반대' 목소리를 극복해 온 저력을 갖고 있다. '생명안전도시 안산'을 만들기 위해 안산 시민들은 초기부터 어떤 추모공원이어야 하는가를 토론했고, 그런 과정을 통해서 '지침서'를 공동으로 만들었다. 이 지침서는 이후 국제설계공모의 과업지시서 등에 반영되어 오늘의 현장 시공에까지 반영되고 있다. 이런 과정도 다른 곳에서는 찾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이런 안산의 역량을 고스란히 받아서 발전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관 주도의 운영을 지양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그동안 4·16재단은 정부의 지원을 받으면서 다양한 추모와 피해자 지원사업을 전개해왔다. 4.16생명안전공원이 개관하는 시기면 재단은 10년 동안 사업을 진행하며 축적된 노하우를 갖게 된다. 거기에 안전문화 확산 사업을 해왔고, 콘텐츠도 축적되어 있기에 생명안전공원을 운영하기에는 적임자일 것이다.
안산시는 4.16생명안전공원 운영 관련해서 유가족 단체, 시민단체, 4·16재단과 구체적인 협의를 서둘러야 한다. 그 과정을 통해서 모아지는 의견들을 조례로 제정해야 한다. 기존의 사례들을 참고하면서도 4.16생명안전공원만의 특별한 콘텐츠와 유·무형의 공감을 위한 장치들, 전시 내용과 방법 등 모든 면에서 새로운 기억 공간을 만들기 위한 치열한 논의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 중앙정부는 이런 안산시와 시민들의 활동을 적극 뒷받침하면 된다.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 그런 역할을 해주면 족하다.
그럴 때 4.16생명안전공원은 "안산이 품고, 대한민국이 기억하며, 세계가 찾아오는" 그런 명소가 될 것이다. 어느 유가족은 예전 화랑유원지에 김밥 싸가서 아이들과 놀았던 그때처럼 아이들과 청소년들이 소풍 오듯이 와서 북적이는 곳이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런 가운데 세월호참사를 기억하고, 생명존중과 안전의 가치를 자연스레 배워가는, 그러면서 우리 사회를 안전사회로 이끌어가는 그런 허브 공간이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그런 마음으로 나는 간절하게 4.16생명안전공원이 오기를 기다린다.
덧붙이는 글 | 생명존중·안전사회를 만들어 갈 이정표가 될 4.16생명안전공원이 잘 만들어질 수 있도록 시민 여러분의 마음을 모아주시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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