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시의료원 설립, 선거철 공약에 그쳐선 안 된다

조규석 2026. 5. 27.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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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지방선거, 의료붕괴 현실을 말하고 대안을 묻는다 ⑤ ] 주민발의조례로 공공의료원 추진하는 부천시민들의 목소리

[조규석]

 우리는 부천시민 79만 명의 안전을 위해 흔들림 없이 부천시의료원 설립을 요구할 것이다. (*위 이미지는 실제 병원의 모습이 아닌 가상의 풍경이며, AI생성 이미지입니다.)
ⓒ 오마이뉴스
지방선거가 이제 일주일이 채 남지 않았다. 최근 부천에서는 시민사회가 주최한 매니페스토 실천 서약식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여야 시장 후보 두 명 모두 '부천시의료원 설립'에 동의하며, 이를 위한 심의위원회를 조속히 구성하기로 약속했다.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한 기시감이 드는 것을 지울 수 없다.

4년 전에도 들었던 약속

우리는 정확히 4년 전에도 같은 자리에서, 같은 매니페스토를 통해 똑같은 약속을 들었다. 달라진 것은 그 당시에는 한쪽 후보만 공공병원 설립에 동의했다는 것이다. 당시 공공병원 설립을 공약했던 후보는 시장에 당선되었다. 하지만, 이 약속은 취임 후 '경제성' 등을 이유로 실현되지 못했다. 결국 부천시 공공병원 설립에 대한 제대로 된 논의를 시작하지 못한 채 임기가 끝나버렸다. 재선에 도전하는 해당 후보는, 또다시 같은 공약을 꺼내 들었다.

이 공약을 다시 내세울 수밖에 없었던 이면에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부천시민들의 강력하고 끈질긴 의지가 작용했을 것이라 긍정적으로 해석해 본다.

시장 논리에 맡겨진 한국 의료의 현실

한국의 보건의료 체계는 철저히 시장 자본주의에 기대어 있다.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에 달하는 비급여 진료비 폭탄, 수익 창출을 위해 무조건 수술부터 권유하는 과잉 진료의 굴레 속에서 시민들은 언제나 약자일 뿐이다.

권력을 가진 정치인들이나 기득권을 가진 고위 관료들은 그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의료 자본 세력에 기대어 있다. 그들은 가진 자들의 불편함이 없다면 굳이 바꾸려 노력하지 않고, 가진 자들이 조금이라도 손해를 입을 것 같으면 앞장서서 변화를 가로막는다. 실제로 부천시의료원 설립 주민조례가 통과되었음에도, 부천시보건소는 민간 병원 행정 전문가 의견 수렴 명목으로 예산을 들여 공공병원 설립 여부를 다시 묻는 설문조사를 추진하려 했다.

시민들은 직접 나섰다. 부천시민 8300명은 주민발의 조례 제정을 위해 직접 서명에 동참했고, 시의회 앞 천막 농성과 시청 앞 1인 시위를 이어가며 싸웠다. 큰 병을 앓아보고 입원과 수술을 겪어본 시민들의 대답은 단순하고 명료했다. "돈 걱정 없이 믿고 치료받을 수 있는 공공병원이 부천에도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부천 요양병원 집단감염 사태, 시민들은 이미 답을 알고 있다

우리는 공공의료의 부재가 얼마나 참혹한 결과를 낳는지 이미 뼈저리게 경험했다. 2020년 겨울, 부천의 한 요양병원에서 발생한 비극을 잊을 수 없다. 입원환자 200명 중 160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되었고, 단 20일 만에 47명이 목숨을 잃었다. 병상 배정을 기다리다 숨진 환자만 27명이었다. '코호트 격리'라는 미명 아래 제대로 된 치료 장비와 인력 지원 없이 가장 취약한 노인들이 사실상 방치된 채 희생되었다. 이윤을 중심에 둔 의료 체계가 위기 상황에서 빈곤하고 고령인 약자들에게 얼마나 가혹한지 보여준 끔찍한 단면이었다.

"현실이 원래 그렇다"며 체념하고 지내온 세월이 벌써 반백 년이다. 감염병 위기와 지역의료 붕괴, 필수의료 공백을 연이어 겪으며 시민들은 분명히 깨달았다.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의료를 시장의 논리에만 맡겨둘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사람 중심의 가치가 실제 제도와 현장에서 작동하도록 만드는 힘은 정치인도, 전문가 관료도 아니라 결국 시민 자신에게 있다는 사실도 함께 배우고 있다.

공공병원은 사회적 안전망, 시민의 손으로 끝까지

공공병원은 특정 정치세력의 치적 사업이 아니라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사회적 기반시설이다. 돈이 없어도, 장애가 있어도, 나이가 많아도 누구나 인간답게 치료받고 돌봄 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망이 지역 안에 존재해야 한다. 부천시민들이 부천시의료원을 요구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는 부천시민 79만 명의 안전을 위해 흔들림 없이 부천시의료원 설립을 요구할 것이다. 선거철 공약일지라도, 우리는 이 약속이 현실이 될 때까지 끊임없이 강제하고 감시할 것이다. 부천시민들이 공공병원을 간절히 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귀가 따갑도록 알려나갈 것이다. 지방선거는 어떤 정치인들에게는 새로운 시작일지 몰라도, 시민들에게는 또 하나의 과정일 뿐이다. 시작도 끝도 시민의 손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부천시의료원 설립이라는 현실로 반드시 증명해낼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조규석은 부천시의료원설립 시민공동행동 상임대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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