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이 다 AI 수도? 지방선거 후보자들은 교황의 말을 들어라
[한영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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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울산 남구 AI 데이터센터 건설현장에서 개최된 AI 데이터센터 울산 기공식 및 AI 수도 선포식에서 김두겸 울산시장이 발언하고 있다. 2025.8.29 |
| ⓒ 울산시 사진DB |
막대한 전력을 소모하는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공장을 무비판적으로 유치해 청년 일자리를 만들고 지역 소멸을 막겠다는 것이다. 기술이 모든 사회·경제적 난제를 단숨에 해결해 줄 것이라는 'AI 맹신'이 선거판을 덮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치권의 맹목적인 기술 추종이 과연 지역 주민의 삶을 온전히 구원할 수 있을까.
지난 25일 레오 14세 교황이 반포한 사상 첫 AI 관련 회칙 <위대한 인간성>(Magnifica Humanitas)과 1944년 명저 <거대한 전환>을 통해 시장 만능주의를 비판했던 경제인류학자 칼 폴라니(Karl Polanyi)의 통찰은 2026년 대한민국의 지방선거판에 경고를 보낸다.
새로운 형태의 노예제
첫째, 후보들이 외치는 AI 인프라 유치의 이면에는 인간을 한낱 가공 상품(Fictitious Commodities)으로 떨어뜨리는 착취 구조가 도사리고 있다. 폴라니는 본래 팔기 위해 만들어지지 않은 인간의 생명 활동(노동)을 상품화할 때 사회 근간이 붕괴한다고 경고했다. 교황 역시 이번 회칙에서 AI의 화려한 발전 뒤에 숨은 저임금 데이터 라벨링(분류) 노동과 무분별한 개인 데이터 추출을 "새로운 형태의 노예제"라고 강도 높게 규탄했다.
지역 경제를 살리겠다며 무비판적으로 끌어들이는 AI 산업이 결국 주민들의 고유한 삶과 인지 능력을 데이터로 치환하고, 소수 빅테크 기업의 이윤을 위한 도구로 전락시킬 수 있다는 점을 지자체장 후보들은 간과하고 있다.
묻지마식 성장
둘째, AI 기술은 맹목적 유치의 대상(바벨탑)이 아니라 사회적 윤리망 아래 두어야 할 통제의 대상(배태성)이다. 폴라니는 경제 활동이 도덕적·사회적 관계망 속에 단단히 뿌리내려야(배태성·Embeddedness) 한다고 역설했다. 교황청은 막대한 자본으로 이윤과 효율성만을 좇는 현재의 AI 개발 독점을 맹목적인 '바벨탑'에 비유하며, 기술을 인류의 형제애와 공동선이라는 테두리 안으로 시급히 '재배태'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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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황 레오 14세가 바티칸 신성홀에서 열린 인공지능의 발전을 다룬 자신의 첫 번째 회칙 '마니피카 휴마니타스'(Magnifica humanitas) 발표회에 참석했다. 2026.5.25 |
| ⓒ 로이터=연합뉴스 |
셋째, 지금 지자체에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빅테크를 향한 구애가 아니라, 폭력적인 기술 팽창으로부터 주민을 보호하기 위한 이중 운동(Double Movement)이다. 파괴적인 시장 논리에 맞서 사회를 방어하려는 자기 보호적 반작용이 이중 운동의 핵심이다. 교황은 빅테크의 통제 불능한 디지털 권력 독점과 자율무기 체계에 맞서 "AI 무장해제"를 촉구하며 인류를 위한 방어막을 제안했다.
차기 지방정부를 이끌 후보들이 진정으로 지역 공동체를 위한다면, 글로벌 기술 자본의 무제한적 팽창에 지역을 통째로 내어줄 것이 아니라, 알고리즘의 횡포와 노동 착취로부터 인간의 존엄을 지킬 방법을 어떻게 구축할 것인지 먼저 답해야 한다.
AI는 쇠락하는 지역 경제를 되살릴 마법의 지팡이가 아니다. 6·3 지방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은 빅테크의 성장 논리를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AI 만능론에서 깨어나, 기술을 어떻게 시민의 민주적 통제 아래 두고 공동선에 기여하게 할 것인지 묻는 교황과 폴라니의 목소리에 깊이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에도 실립니다. 기자는 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 이사 겸 사무국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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