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핵잠 연료, 해외에서 도입”…美 더딘 실무협상에 연료 조달 고심
정부가 26일 핵추진잠수함 개발을 공식화한 가운데 향후 핵잠 건조의 ‘시작과 끝’인 연료 조달 문제가 최대 관건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특히 핵잠 연료 조달과 관련해 미국 측과 아직 실무 협상조차 개시하지 못한 가운데 정부가 내부적으로 ‘미국 외 제3국 조달’을 고려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27일 국회 국방위원회 강대식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국방부는 이달 중순 대면 보고에서 핵잠의 연료 조달 방식에 대해 “해외에서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답변했다. 이어 국방부 관계자는 구두 보고를 통해 “지금으로선 미국 외의 가능성이 크지 않지만, 제3국을 통한 연료 조달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이는 국방부가 지난 3월 관련 보고에서 “미국과 군사적 목적의 핵물질 이전 협상 및 협정 체결을 추진”하겠다고 한 것과는 달라진 표현이다. 양국 간 실무 협상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미국을 특정하지 않는 것으로 입장이 바뀐 것을 두고 정부가 ‘플랜 B’를 고려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강 의원은 “현재 실제 연료 협상 대상국이 미국인지, 프랑스 등 제3국인지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고 짚었다.
당초 한국형 핵잠 도입 논의에 물꼬가 트인 건 지난해 10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미 측에 연료 조달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국이 아닌 제3국에서 핵잠용 연료를 조달하게 된다면 본말이 전도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이는 미 측과의 협상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한 ‘플랜 B’ 구상일 수는 있다. 실제 미국 외 국가를 본격적으로 검토한다기보다는 만일의 상황에 대비한다는 차원이다. 이와 관련, 정부 안팎에선 연료를 조달할 제3국으로 프랑스 등을 거론하고 있다. 하지만 군 소식통은 “프랑스는 반대급부를 요구하는 등 조건이 까다로운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부는 범정부 태스크포스(TF)차원에서 핵연료 이전을 위한 협정문 작성을 구체화하는 단계다. 그러나 미국이 실무 협상에 속도를 내지 않으면서 실질적인 연료 이전 시기를 가늠하기 어려운 상태다.
이와 관련, 국방부는 “정부 차원에서 발표한 ‘핵추진잠수함 개발 기본계획’에 명확히 명시된 것처럼, ‘미국과 핵연료인 저농축우라늄 확보를 위해 긴밀히 협의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기본 입장”이라며 “국익 차원에서 추측성 보도를 자제해주길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방부 관계자도 “현재로서는 미국이 유일한 협상 대상”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정부는 2030년대 중반 진수를 위해 2020년대 후반부터 1번함 건조에 들어가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10년 내 1번함 확보’라는 시간표를 맞추기 위해 ‘핵잠 특별법’을 제정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이럴 경우 일반 사업과 달리 사업타당성 조사를 건너뛰는 방안도 거론된다. 하지만 이는 향후 작전요구성능(ROC)의 적정성, 수주 방식 등이 문제로 불거질 소지가 있다.
또 미국의 핵잠수함 분류 기준 상으로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탑재한 핵잠은 전략핵잠(SSBN)에 속한다는 점도 향후 협상에서 오해를 부를 수 있다는 우려가 군 안팎에서 제기된다. 통상 SLBM은 핵탄두 탑재를 통한 ‘제2격 능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력이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 버지니아급 공격형 핵잠수함(SSN)은 어뢰와 순항미사일만 탑재한다. 반면 한국은 추진 체계만 핵연료를 쓰고, 재래식 탄두를 쓰는 SLBM을 달겠다는 계획이다. 한국형 핵잠의 규모가 8000~9000t급으로 추진되는 것도 SLBM을 비롯한 무장 요소를 고려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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