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 흔드는 美 ‘비선실세’…트럼프의 그림자 외교관 누구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서 아무런 직책도 없는 민간인이 베네수엘라, 쿠바 등 미국의 대(對)중남미 정책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25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의 ‘비공식 베네수엘라 총독’이라고 불리는 인물이 있다”며 마우리시오 클라베르-카로네(51)라는 남성을 조명했다.
클라베르-카로네는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서반구 담당 선임국장을 맡았던 인물이다. 2기 행정부 초반 130일 임기의 국무부 라틴아메리카 특사를 맡기도 했으나, 현재는 맡은 직책이 없는 민간인이다. 1기 행정부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입김으로 중남미 출신 인물들이 주로 맡아왔던 미주개발은행(IDB) 총재직에 미국인 최초로 임명되기도 했으나 부하 직원과의 불륜 의혹으로 2년 만에 해임됐다.

WP는 클라베르-카로네를 공식 직함 없이 베네수엘라 정책을 좌우하는 사실상의 ‘트럼프 비선 실세’로 묘사했다.
대표적으로 그는 백악관의 요청으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축출 이후 베네수엘라 안정화 방안인 이른바 ‘포스트 마두로(Post-Maduro)’ 계획을 설계했다. WP는 “마두로 축출 전후로 미국과 베네수엘라의 핵심 인사들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며 포스트 마두로 청사진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를 대신해 제시카 베도야라는 여성이 올해 여러 차례 베네수엘라를 방문해 델시 로드리게스 부통령(대통령 대행)을 만났다고 한다. 베도야는 백악관, IDB 등에서 클라베르-카로네와 함께 일한 적이 있는 최측근이다.
그는 미국 정부의 베네수엘라 석유 장악을 실행하는 일에서 특히 핵심적 역할을 맡고 있다.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들은 그가 뉴욕에 본사를 둔 금융회사 ‘센터뷰 파트너스’가 투자사로 선정되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증언했다.
국무부 안팎에서도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WP에 따르면 마두로 대통령 체포 작전 직후, 국무부 직원들은 “베네수엘라 정책에서 손을 떼라”는 지시를 받았다. 클라베르-카로네의 업무를 잘 아는 한 전직 미국 관리는 WP에 “공식 직책이 전혀 없는 사람치고는 지나치게 큰 역할을 한다”고 비판했다.

클라베르-카로네는 스스로를 트럼프 대통령의 맏사위인 재러드 쿠슈너에 비유하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쿠슈너 역시 백악관 내에서 맡은 직책이 없음에도 스티브 위트코프 특사와 함께 미국의 중동 외교 정책에 관여하고 있다. 클라베르-카로네는 “이건 아주 정상적인 일”이라며 다만 자신은 연결자(Connector)일 뿐 정책 결정자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클라베르-카로네는 미국의 쿠바 정책에도 깊숙이 관여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쿠바 출신 이민자 어머니를 둔 쿠바계 미국인으로, 고향인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쿠바 강경 제재를 주장하는 보수 로비단체 활동을 약 15년 간 한 이력이 있다. 로비스트 활동은 2018년 백악관에 들어가면서 그만뒀는데, 이후 NSC 서반구 국장을 맡으며 대쿠바 강경정책을 설계했다.
이 같은 문제제기에 대해 국무부 대변인실 소속 관계자는 “클라베르-카로네는 전문가이자 훌륭한 미국 시민으로서 정기적으로 미국 관리들과 상의하고 자신의 견해를 공유할 뿐”이라고 말했다.
하수영 기자 ha.su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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