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위기에 Z세대 분노까지…‘혼돈의 인도’ 모디, 美로 기우나

한지혜 2026. 5. 27.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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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가 에너지 위기발 민생고로 흔들리고 있다. 이란 전쟁 여파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고 설상가상 기록적 폭염으로 물 부족 사태까지 이어지자, 청년층을 중심으로 정부에 대한 불만이 폭증하고 있다. 인도 정부는 일단 미국 에너지 수입을 모색하는 등 도널드 트럼프 정부와의 밀착 행보를 강화하고 나섰다.

지난 22일(현지시간) 인도 구자라트에서 마을 주민들이 주유소에 놓인 플라스틱 용기 옆에 서서 물 펌프에 연료를 채우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최근 인도 서부 산업지대인 구자라트·마하라슈트라와 북부 최대 정치권역 우타르프라데시 일부 주유소에선 연료 품절과 사재기 현상이 발생했다. 중동 정세 악화로 국제유가가 급등하자 시민들이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국영 주유소로 몰리며 혼란이 커진 것이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정부가 나섰다. 수자타 샤르마 석유천연가스부 차관보는 지난 25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일부 지역 수요가 20~30% 급증했고, 운송 차질 때문에 일시적 품절이 발생했다”며 “전국에 액화석유가스(LPG)·휘발유·경유 재고는 충분하다. 허위 정보에 휘둘리지 말고 사재기를 자제해달라”고 밝혔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인도 국적 유조선 데시 가리마호가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한 후 인도 뭄바이의 하역 터미널에서 원유를 하역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세계 3위 석유 소비국인 인도의 원유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달 미국 에너지정보청(EIA)과 국제에너지기구(IEA)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중국의 석유 소비량은 하루 약 1620만 배럴, 인도는 약 540만 배럴 수준이지만 향후 인도가 수요 증가를 이끌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인도가 원유 수입의 약 40%, LPG 수입의 90%, 천연가스 수입의 65%를 중동에 기대고 있다는 점이다. 호르무즈해협 위기에 매우 취약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기록적 폭염이 맞물리며 최근 수요가 더욱 폭증했다. 26일 인디아투데이에 따르면 수도 델리 일대 기온은 최근 45도를 웃돌았고, 냉방 수요 급증으로 전력 사용량도 역대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델리의 최대 전력 수요는 지난 21일 8647MW를 기록하며 2024년 역대 최고치와 같은 수준까지 올라갔다.

지난 18일(현지시간) 인도 뭄바이 웨스턴익스프레스하이웨이에서 차량들이 출퇴근 시간대에 서행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물 부족도 심각하다. 특히 중부·서부 농촌 지역인 마하라슈트라·찬드라푸르·아콜라 등에선 주민들이 강바닥을 파 물을 길어 쓰는 상황이다. 물이 부족한 일부 마을은 “결혼 기피 지역으로까지 인식되고 있다”(인디아투데이)는 보도마저 나온다.

지난 26일(현지시간) 인도 암리차르에서 주민들이 깨끗하고 정상적인 식수 공급 복구를 요구하는 시위 도중 하수로 오염된 수돗물이 담긴 양동이를 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분노는 청년층에서 먼저 폭발했다. 최근 인도 Z세대(1997~2011년생) 사이에선 정부와 기성 정치권을 풍자하는 온라인 단체 ‘바퀴벌레국민당(CJP)’이 급속도로 확산 중이다. “일자리를 얻지 못 한 젊은이 중 일부는 바퀴벌레처럼 언론·소셜미디어·활동가 영역으로 들어가 모두를 공격한다”는 수리야 칸트 대법원장의 발언을 풍자하며 출범한 단체다. 16일 활동을 시작한 이후 11일 만인 27일 기준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가 2281만 명을 넘어섰다. 집권 인도국민당(BJP)의 공식 계정 팔로워 수(938만 명)를 앞질렀다. 아비지트 딥케 CJP 창립자는 로이터통신에 “인도 젊은이들은 주류 정치 담론에서 배제돼 있다”며 “이번 움직임은 인도의 정치적 담론을 바꾸려는 운동”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단체 ‘바퀴벌레국민당(CJP)’ 인스타그램 계정.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일단 미국과의 밀착 행보를 강화하며 활로 찾기에 나선 모습이다. 인도 정부는 26일 미국·인도·일본·호주 안보 협의체 쿼드(Quad)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해 “호르무즈해협을 포함한 핵심 해상 교역로의 안전과 중단 없는 상업 운송이 에너지 안보의 핵심”이라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내놨다. 또 “인도·태평양 에너지 안보 협력 구상” 추진 방침도 밝혔다. 수브라마냠 자이샨카르 인도 외교장관은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을 별도로 만나 에너지 공급, 해상 안보, 중동 정세 등을 논의했다.

인도는 미국산 원유·액화천연가스(LNG) 수입 확대도 고려 중이다. 에너지시장 분석업체 아거스미디어는 이달 보고서에서 “인도 정부가 중동발 공급 불안에 대비해 미국산 천연가스 계약 등 미국 에너지 도입 채널 다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전했다.

마코 루비오(왼쪽에서 두번째) 미국 국무장관과 수브라마냠 자이샨카르(오른쪽에서 두 번째) 인도 외교장관이 26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 하이데라바드하우스에서 양해각서(MoU)에 서명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이달 보고서에서 “인도는 중국 견제와 에너지 안보를 동시에 고려하고 있다”며 “미국과의 전략 협력에 있어 이전보다 훨씬 실용적으로 접근하는 중”이라고 평가했다.

한지혜 기자 han.jee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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