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아파트 100억 시대, 위험한 30만 호 공급 약속

신상호 2026. 5. 27.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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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개발 공약의 환상 ②] 25년 토허제 풀었다 한 달 만에 '유턴'... 정원오·오세훈 모두 공급 만능주의

[신상호 기자]

▲ 서울 아파트 '전세' 수요는 늘고 물량은 줄고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도심 곳곳에 아파트가 빼곡히 들어서 있다.(자료 사진)
ⓒ 연합뉴스
서울 강남 아파트 100억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때는 지난해 3월부터다. 2025년 3월 27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 7차(전용면적 245.2㎡)가 115억 원에 팔렸다. 강남에서 주택법 적용을 받는 아파트(30세대 이상) 가격이 최초로 100억을 넘긴 거래였다. 이같은 강남 아파트 급등의 배경에는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당시 서울시장)의 뼈 아픈 '오판'이 있었다.

오세훈 후보는 지난해 1월 14일 '규제 풀어 민생살리기 대토론회'에서 "특단의 시기에 선택됐던 토지거래허가제는 해제를 적극적으로 검토 중"이라며 "조금만 기다려주시면 조만간 생각을 정리해 발표하겠다"고 했다. 그로부터 한 달 뒤인 2월 12일 서울시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과 삼성동, 청담동, 송파구 잠실동 일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해제했다. 오랜 기간 서울시장을 했던 오세훈 후보의 '판단'이 실행된 것이다.

오 후보의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는 서울 아파트 시장에 불을 질렀다. 아파트 신고가 거래가 폭증했다. <오마이뉴스>가 2022년 1월~2025년 12월 3년간 서울 아파트(1만6398개 단지) 실거래가 자료를 집계해본 결과, 2025년 3월 아파트 신고가 경신 거래는 1268건으로 나타났다. 특히 강남 아파트 신고가 거래가 급증했는데, 강남구 아파트 신고가 거래는 1월 59건에서 2월 176건, 3월 259건으로 늘었고, 서초구도 1월 49건, 2월 147건, 3월 208건을 기록했다.

집값 급등이 계속되자 오세훈 후보는 결국 고개를 숙였다. 중앙정부와 서울시는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을 통해 3월 24일부터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재지정하기로 발표했고, 오 후보는 이 자리에서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이후 강남을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의 변동성이 커졌다는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인다, 심려를 끼쳐드린 점,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스스로 오판임을 인정했지만, 이후로도 토지거래허가제와 관련한 그의 입장은 수시로 바뀐다.

정부가 지난해 10월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자, 오 후보는 서울시의회 시정 질문에서 공개적으로 이 정책을 비판하며, 해제를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20일 서울시의회 시정질문에서 "사실 처음에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을 안 했어야 됐다, 최소화해야 됐다"면서 "지금 집값이 통계상 잡힌 걸로 나오지 않나, 그러면 지금 한번(토허제 해제를) 고려해볼 만한 시점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번 지방선거 기간인 5월 11일 오세훈 후보는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자신의 토지거래허가제 해제 판단에 대해선 "한두 달 정도의 해프닝, 유일한 부동산 실책"이라고 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정부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비판하고 해제를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가, 올해 5월 토지거래허가 해제가 실책이었다고 하는 등, 토지거래허가제와 관련한 오 후보의 생각은 명확히 정리하기 어렵다.

30만 호 공급, 아파트 가격 잡을 수 있을까
 2015~2025년 서울 아파트 실거래 평균 매매가격 추이. 한국감정원 등 호가에 기반한 부정확한 통계와는 다른 실제 가격을 기준으로 산정한 내용이다.
ⓒ 신상호
오세훈 후보는 그동안 이재명 정부와 박원순 전임 서울시장을 비판하면서, 아파트 공급을 통한 가격 안정을 끊임없이 강조해왔다.

그런데 서울 아파트의 실거래 가격 추이를 보면, 오 후보의 시장 재직(2021~2025년) 기간에도 서울 아파트 가격은 쉼없이 올랐다. 한국도시연구소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격 통계를 분석한 자료를 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 2021년 10억 2000만 원에서 지난 2022년 9억 7000만 원으로 하락했지만, 2023년 10억 6000만 원, 2024년 12억, 2025년 12억 7000만 원으로 급등세를 이어갔다. 이 중 이재명 정부 임기는 2025년 한 해에 불과하고, 오세훈 시장 5년 재임기간의 결과임을 고려한다면, 정부 여당에 책임을 돌리는 오 후보 역시 책임을 피해갈 수 없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을 놓고 경합을 벌이는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는 모두 '아파트 공급'을 해법으로 제시하고 있다. 정원오 후보는 민간과 공공 정비사업을 통해 30만 가구 이상을 착공하겠다고 했다. 오세훈 후보도 신속통합기획으로 2031년까지 31만호를 착공하겠다는 것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공급이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가격이 떨어진다는 구상이 깔린 공약이다.

하지만 두 후보 구상의 전제인 '공급 만능론'은 실증적으로 증명된 적이 없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문재인 정부 시절 아파트 가격과 공급량을 분석한 논문(주택가격 급등 원인과 정책 대응에 대한 연구, 2021년)을 보면, 서울 아파트 준공 실적은 집값이 급등했던 문재인 정부(연 평균 4만 5000호)때 가장 많았고, 박근혜-이명박 정부 때는 각각 3만3000호에 그쳤다. 주택 공급량과 매매 가격에는 상관성이 없다는 걸 실증한 내용이다.

개다가 개발 포화 상태인 서울에 아파트를 무턱대고 늘릴 경우, 인구 과밀에 따른 삶의 질 저하 문제에도 대비해야 한다. 하지만 두 후보의 공약에서 이런 부작용에 대한 해법은 현재로선 찾아보기 어렵다. 조정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토지주택위원회 위원장은 "서울시장 선거 후보들의 공약을 살펴보면 집주인들에게 한 표라도 얻으려고 표장사를 하는 것 같다"면서 "공급을 하겠다면서 용적률 늘리고 정비 사업지의 사업성까지 맞춰주려면, 분양가가 20억, 30억으로 높아지고, 주변 아파트 가격도 동반 상승하는데 어떻게 가격이 떨어지겠나"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도시 공간의 한계 용량이 있는데, 아파트를 그렇게 밀집해서 빽빽하게 짓는다면 도시 전체 기능이 망가지게 될 것"이라면서 "그 문제는 해결할 것인지,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도 제시하지 않은 채, 공급만 주장하는 것은 너무나도 무책임한 태도"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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