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임금협약 최종 타결…사장단 “5년간 5조원 상생기금 풀겠다”

삼성전자 노사가 5개월간의 진통 끝에 임금 교섭을 최종 마무리 지었다. 삼성전자 사장단은 그간 파업 위기 등으로 심려를 끼친 데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며 5조원 규모의 상생 자금 조성안을 내놨다.
27일 초기업노조와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으로 구성된 공동교섭단은 ‘2026 임금 및 단체협약’ 잠정 합의안이 찬성률 73.7%로 가결된 후 사측과 조인식을 가졌다. 지난해 12월 11일 노사 상견례로 입금 교섭이 시작된 지 167일 만이다. 이날 오전 10시에 종료된 찬반 투표에서 전체 투표 인원 6만5593명 중 6만2616명(투표율 95.5%)이 참여해 4만6142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삼성전자 사장단은 별도 메시지를 통해 “(국민과 주주, 고객 등에) 걱정과 심려를 끼쳐드린 점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며 향후 5년간 총 5조원을 조성해 ‘상생·건전한 생태계 조성’과 ‘미래 인재 육성’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일종의 사회적 책임 강화 방안으로 ▶2·3차 중심 중소 협력사 지원 ▶취약계층·영세자영업자를 위한 포용적 금융 확대 ▶인공지능(AI) 인재를 위한 산학협력 등에 사용될 예정이다.
잠정 합의안 가결로 삼성전자는 반도체 생산 및 공급망 정상화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재계 일각에서는 ‘새로운 갈등의 서막’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핵심 갈등 요인은 사업부별 성과급 격차에 따른 노노(勞勞) 갈등 심화다. 실제 이번 표결에서 반도체를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소속 직원이 대다수인 초기업노조에선 80.6%가 찬성했지만, 가전·스마트폰 등 디바이스경험(DX) 부문 직원들이 주축인 전삼노에선 찬성률이 21.1%에 불과했다.
DX 부문의 불만이 고조되며 법적 분쟁까지 예고되자 노태문 DX부문장(사장)이 직접 진화에 나섰다. 노 사장은 이날 사내 메시지를 통해 “사업 환경과 업황의 차이가 부문별로 다른 결과로 이어지는 상황에 안타까움과 책임감을 느낀다”며 “DX 부문의 경쟁력을 회복하는 일에 더 엄중하게 임하겠다”고 약속했다.
삼성전자가 직면한 과제는 노노 갈등만이 아니다. 당장 합의안을 둘러싼 주주들의 반발이 매섭다. 주주단체인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는 성과급 산정 과정에 주주총회 결의가 빠진 점 등 절차적 위법성을 들어 무효확인 소송을 예고한 상태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신뢰 회복도 시급하다. 극적으로 총파업 리스크는 넘겼지만, 노사 리스크가 꼬리표처럼 붙을 경우 빅테크 고객사들에 ‘안정적인 공급처’로서의 입지가 흔들릴 수 있다. 서둘러 내부 갈등을 씻어내고 대내외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것이 하반기 최대 숙제로 남았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학과 교수는 “글로벌 고객사 입장선 삼성전자의 노사 갈등 자체를 심각한 공급망 리스크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며 “공급 안정성이 최우선인 반도체 산업 특성상, 향후 납기 차질이 없다는 점을 확실히 증명해 고객사의 불안감을 잠재우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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