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국 맞붙은 AI허브 유치전…'당대표 이재명' 지시로 뚫었다

송승섭 2026. 5. 27.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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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국의 韓 견제에 치열했던 AI 허브 유치전
'기여금 더 줄게'…강대국들 머니게임도 불사
2년 전 李대표 지시로 준비 시작한 AI 플랜
결국 국제기구 고위직 마음 돌리는데 성공해

"말도 마세요. 다른 국가들은 엄청난 분담금을 제안했습니다. 한국보다 훨씬 많이요. 그래서 우리는 실력과 비전으로 설득한 겁니다."

한국이 '글로벌 AI(인공지능) 허브'를 얼마나 힘들게 유치했는지 묻자 한 정부 고위관계자가 한 말이다. AI 허브는 7개국이 천문학적인 분담금을 제시하며 다툴 정도로 유치전이 치열했다. 한국은 적은 분담금과 비서구권이라는 불리한 환경에서도 당정청의 총력전과 2년 전 '당대표 이재명' 지시로 시작된 청사진을 바탕으로 유치에 성공했다. 청와대와 정부 안에서는 'AI 3강'을 넘어서는 목표도 가능하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우리가 돈 더 줄게'…경쟁국 견제로 힘겨웠던 AI 허브 유치전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에서 열린 제1회 미래국방전략위원회에서 핵추진잠수함 개발 기본계획 영상 시청 후 박수치고 있다. 2026.5.26 연합뉴스

27일 청와대와 정부, 더불어민주당 등에 따르면 국제기구의 글로벌 AI 허브를 자국에 유치하기 위해 경합을 펼친 국가는 한국을 포함해 미국, 중국, 일본, 스위스, 아랍에미리트(UAE), 인도 등 총 7개국이다. 유치전 초반은 한국에 불리하게 돌아갔다고 한다. 다른 국가들이 우리 정부의 분담금보다 훨씬 많은 돈을 국제기구에 제안했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에서 온 국제기구 직원들이 서구권 근무를 선호한다는 점도 한국에 제약으로 작용했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한국이 유치를 따낸 건 당정청의 치밀한 전략 덕분이었다. 글로벌 AI 허브는 한국이 유치한 국제AI플랫폼으로, 전 세계가 AI로 협력하고 이를 바탕으로 지구적 현안을 해결하는 게 목표다. 그런데 당시 UN은 산하 기구끼리의 경쟁과 미국의 자금 지원 중단으로 AI에 제대로 된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었다고 한다. 각 기구에 AI 전문가가 없어 자체적인 향후 계획도 세우지 못한 상태였다.

한국 대표단은 이 틈을 파고들었다. 국제기구가 놓친 AI 플랜을 먼저 만들어 선물했다. 청와대에서는 국제기구 경험이 풍부한 오현주 안보실 3차장과 AI 전문가인 김우창 국가AI정책비서관이 협상 전략을 조언했다. 외교부는 보유한 네트워크를 통해 국제기구와 우리 정부 간의 만남을 주선했다. 당에서는 차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영국 맨체스터대 교수와 국경없는의사회로 활동할 당시 친분을 쌓았던 UN 고위급들을 직접 만나며 한국 유치를 설득했다.

오현주 국가안보실 제3차장이 21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민관 경제안보 실무 점검회의 첫 번째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6.1.21 연합뉴스

한국 대표단의 AI 플랜은 UN이 공동 AI 플랫폼을 구축하고 전문 인력이 하나의 생태계를 이루는 1단계, UN 기구가 각자 AI를 프로젝트에 활용하는 2단계로 구조가 탄탄했다. 해당 협상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우리 정부의 제안은 "미국 백악관 고위관계자, 유엔(UN) 사무총장, 스위스 대통령이 혁신적이라고 반응했을 정도"로 파급력이 컸다고 한다. 재정 지원뿐 아니라 AI 플랜까지 만들어 간 것이 큰 효과를 발휘했다는 게 당정청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AI 전략 세워보시죠"…'글로벌 허브' 배경에 2년 전 李 지시가

탄탄한 AI 플랜의 배경에는 '당대표 이재명'의 지시가 있었다. 이 대통령은 여당 대표였던 2024년 차 의원에게 "AI 전략을 세워보라"고 지시했다. 이에 같은 해 11월 여당에 '미래거버넌스위원회'가 꾸려졌다. 여기에 참여한 사람이 차 의원과 동료 카이스트 교수였던 김우창 비서관이다. 두 사람은 협업하며 UN 기구 연대 계획을 수립했다. 차 의원의 경우 낮에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 집회를 가고, 밤에 AI 전략을 수립했다고 한다. 이때부터 꾸준히 준비했던 전략이 2년 뒤 국제무대에서 유치 성과로 이어진 셈이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면서 AI 허브 구상은 급물살을 탔다. 직접적인 계기는 지난해 11월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였다고 한다. 당시 공동선언문에는 한국에 '아시아·태평양AI센터'를 건립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AI 국제기구가 처음 한국에 발을 들이는 순간이었다. 당시 상황을 지켜봤던 APEC 관계자는 "일부 국가가 반대해 쉽지 않았다"면서 "오현주 3차장의 밤샘 설득으로 AI 센터 한국설립이 극적 타결됐다"고 설명했다.

김우창 대통령실 AI정책비서관이 2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글로벌 AI 허브 유치위원회에서 글로벌 AI 허브 추진경과 및 향후계획 대해 보고하고 있다. 2026.3.24 연합뉴스

이후 청와대 안에서 APEC뿐 아니라 다른 국제기구의 AI 기능도 유치할 수 있겠다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발제자는 김우창 비서관이었다. 김 비서관은 아예 '한국에 국제기구의 AI 기능을 하나로 모으자'고 제안했다. 이에 김민석 국무총리 주재로 태스크포스(TF)가 꾸려졌다. 협업 경험이 있던 김 비서관과 차 의원은 간사를 맡았다. 김 총리나 차 의원, 외교부가 국제기구와 야간 회의를 하면 다음날 새벽 김 비서관이 청와대와 소통하며 전략을 다듬는 식의 협업이 이뤄졌다.

국정 기조와 산업 생태계도 유치에 크게 기여했다. 협상을 주도했던 차 의원실 관계자는 "AI를 이윤이 아니라 보편적 삶을 보장하는 기본사회로 접근한 점이 UN 이념과 정확히 일치했다"며 "한국이 세계 최고 기술 생태계와 재정 역량을 갖췄다는 점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국이나 중국에 종속되지 않고 안전하게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는 국가라는 점도 고평가를 받았다"고 부연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정부는 지난 3월 UN 산하 6개 기구와 협력의향서(LOI)를 맺고, 지난 21일 9개 국제기구·5개 다자개발은행(MDB)과 한국에서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는 국제기구에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통상 UN과의 협의는 조문 검토에만 수년이 걸리는데 AI 허브 유치는 불과 몇 개월 만에 전격 타결됐기 때문이다. 한 UN 고위직은 차 의원 측에 "이런 속도로 UN이 연대하고 협정이 체결되는 것은 처음 본다"고 놀라워했다고 한다.

국제기구 한국 온다…"AI 3강 넘어설 준비된 것"
청와대는 이재명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차지호 의원에게 AI 기본사회 정책에 기여한 공로로 감사패를 수여했다고 18일 전했다. 10일 자로 수여한 감사패는 13일 청와대 정무비서관이 이 대통령을 대신해 차 의원에게 전달했다. 2026.4.18 연합뉴스

당정청으로 꾸려진 TF는 내년 AI 허브 가동을 목표로 마무리 작업에 돌입했다. 정부는 AI 허브가 들어설 도시를 선정하고, UN 측과는 파견 인력 규모와 한국인 직원 비율을 협의 중이다. 내년 예산안에 관련 비용을 반영하는 논의도 이뤄지고 있다.

기대감도 크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글로벌 AI 허브 유치를 두고 AI 3강을 넘어설 준비도 어느 정도 된 것이라는 자신감도 나오고 있다. 차 의원은 "의료나 교육 같은 3차 서비스 산업의 AI 전환을 선점하게 된다"며 "우리가 UN 기구와 글로벌 표준을 설계하면 한국의 AI 기업에 기회가 생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전영주 기자 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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