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하고 싶으면 연대보증 서" 금융당국도 놀란 갑질 잡아낸 변호사
[구영식,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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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설이 법무법인 지음 대표 변호사 김설이 법무법인 지음 대표 변호사가 7일 오후 서울 강남구 법무법인 지음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 ⓒ 이정민 |
1955년에 설립된 수배전반 중전기 제조사 K사. 총 약 269억 원에 이르는 경기도 양주시 옥정지구 지식산업센터와 오피스텔 개발사업의 공사를 하청받아 총 78억 원의 자체자금까지 들여 공사를 완료했다. 하지만 시공사의 책임준공 기한 도과 등을 이유로 대주단(자금을 빌려주는 금융기관들의 모임)과 신탁사의 채무 2510억 원과 1103억 원에 대해 연대보증책임을 지게 됐다. 게다가 옥정지구 지식산업센터에서 미분양된 부동산 약 227억 원 상당을 매입하는 계약까지 맺어야 했다. 이로 인해 상장기업인 K사는 지난 4월 8일 거래정지가 됐고, 4월 30일에는 결국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하기에 이르렀다.
<사례2>
건물용 기계장비 설치 공사를 하는 S사도 경기도 시흥시 거북섬의 생활형숙박시설 건설사업에서 90억 원의 공사를 하청받았지만, 시공사의 회생신청에 따른 신규 시공사 선정 등으로 인해 공사가 지연돼 자체자금 130억 원을 들여 공사를 마무리했다. 하지만 K사와 동일한 이유(시공사의 책임준공기한 도과 등)로 대주단과 신탁사의 채무 각각 1210억 원과 269억 원에 대해 연대보증 책임을 지게 됐다.
<사례3>
토목, 도시계획 등 분야 엔지니어링 설계 및 감리를 전문으로 하는 Y사는 제주 저지리의 공동주택단지 개발사업과 관련해 공사 수주 약속만 받은 상태에서 대주단과 신탁사의 요구로 자신을 시공사 겸 연대보증인으로 하는 PF대출계약에 서명했다. 하지만 신탁사가 시공사를 바꾸면서 최종적으로 공사도 수주하지 못했다. 그런데도 서명한 연대보증책임 때문에 신탁사가 추가로 투입한 자금 22억 5000만 원을 피담보채무로 한 뒤 가압류를 설정해서 이를 해제하는 조건으로 매월 7000만 원씩 갚고 있고, PF대출 이자 8300만 원까지 대납했다.
"PF 대출의 문제도 자본의 힘이 너무 세져서 생긴 폐해"
최근 하청업체(수급사업자)에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 연대보증을 부담시킨 것으로 인한 피해가 커지고 있다. 결국 지난해 8월 25일 금융위원회는 '대주단이 하청업체에 연대보증을 요구한 것은 금융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금소법) 위반'이라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현재 금융위원회 금융소비자국과 금융감독원 조사3국에서 금소법에 반해 하청업체에 PF대출 연대보증을 요구한 대주단과 신탁사를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도 지난 15일 '2026년 금융감독자문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금융회사가 손쉬운 이자장사에 매몰되지 않아야 한다"라며 "금융권 대출 실태점검, 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한도 규제 도입 등으로 가계부채, 부동산PF 관련 위험요인을 관리하고 부동산으로의 자금 쏠림을 완화하겠다"라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로부터 '대주단이 하청업체에 연대보증을 요구한 것은 금소법 위반'이라는 중대한 유권해석을 처음으로 얻어낸 이는 김설이 현 법무법인 지음 대표변호사였다. 김 변호사는 지난 7일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신탁사와 대주단이 하나로 연결돼 '약탈적 금융'을 하고 있다"라며 "위험한 돈놀이를 하면서 그 위험이 터졌을 때 그 위험을 관계도 없는 하청업체들에 전가한 행위로 이는 건설산업에 대한 금융의 약탈행위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자체자금 투입해 공사 마무리 요구, 이자 대납, 대체 시공사 선정 후 늘어난 공사비 부담, 미분양 부동산 강매 등을 'PF 대출 갑질 세트'라고 꼬집었다.
김 변호사는 "금융기관의 대여행위에서 제3자에게 연대보증을 시키지 말라는 것이 금소법의 취지이고, 이는 금융이 연쇄도산을 가져오지 않도록 하려는 최소한의 안전판이다"라며 "그렇기 때문에 신탁사에 대해서도 하청업체에 연대보증 책임을 요구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쪽이라도 면죄부를 받으면 PF 대출로 인해 하청업체들이 받고 있는 고통은 앞으로도 영영 해결할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신탁사가 규제받지 않으면 대주단을 규제하는 것의 실효성은 매우 적어진다, 그래서 금융당국이 대주단을 규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동시에 신탁사도 같이 규제해야 한다"라며 "하청업체에 PF 대출금과 사업을 완성하기 위해서 투입된 금액들에 대해서 하청업체에 연대보증을 시키지 말라는 원칙을 일관되게 집행하지 않으면 그들을 전혀 보호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이는 조만간 발표될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조사 결과에 대주단은 물론이고 신탁사에 대한 제재방안이 포함되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 변호사는 "이번 사건을 다루면서 금융이 산업을 지배하는 힘, 즉 자본의 힘이 더 세졌다고 느꼈고, PF 대출의 문제 자체도 자본의 힘이 너무 세져서 생긴 폐해라고 생각한다"라며 "이 상황에서 규제기관이나 사법부가 이런 문제에 대해서 엄중한 판단을 내리고, 조금 더 '을의 입장'에서 판단을 내렸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재명 정부에서 대출로 인한 피해를 보는 금융소비자 등 경제적 약자를 더 적극적으로 배려해야 한다는 기조를 보이고 있어 참 다행이다"라고 덧붙였다.
김 변호사는 사법시험(사법연수원 34기)에 합격한 뒤 법무법인 율촌의 공정거래팀에서 변호사 업무를 시작했다. 법무법인 지음을 설립한 지난 2007년부터 공정거래위원회 소송 대리를 맡아 플랫폼기업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입찰 담합, 특허권 침해, 계열사 부당 지원 등 500건 이상의 사건을 처리했다.
구글과 네이버, 삼성웰스토리, 포스코, 쿠팡 등 '골리앗들'이 그의 상대였다. 구글 사건은 고등법원에서 전부 승소했고, 포스코 사건은 대법원으로부터 파기환송을 받아내 최종 승소했다. 그가 받아낸 대법원 파기환송만 10건이 넘는다. 그런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2022년 4월 '대통령표창'을 받았고, 지난해 발표된 시사주간지 <시사저널>의 '2025 차세대 리더 100인'에 선정됐다(법조분야).
김 변호사는 "강자의 힘이 강해지는 수준에 맞춰서 법이 더 강화되지 않으면 결국 강자의 수단처럼 보이게 된다"라며 " 법이 없는 사회, 법이 유명무실한 사회보다는 법이 잘 집행되는 사회가 약자를 보호할 수 있는 사회라고 믿고 있다"라고 말했다.
다음은 김설이 대표와 2시간 10분 동안 진행한 인터뷰 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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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설이 법무법인 지음 대표 변호사 김설이 법무법인 지음 대표 변호사가 7일 오후 서울 강남구 법무법인 지음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 ⓒ 이정민 |
"작년 초에 저희 법무법인 소속 한 변호사가 '제가 아는 회사 대표가 진짜 억울한 일을 당했는데 그 억울한 일에 대해서 5대 로펌이나 10대 로펌에 물어봤지만 방법이 없다고 했다고 한다, 건실한 회사가 거의 망할 지경에 이른 사건이니 한번 검토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 업체의 경우 자기들이 하청받은 공사 금액이 90억 원 정도인데, 1200억 원에 대해서 연대보증의무를 지게 되었고, 실제 공사비도 다 받지 못한 채 오히려 자기 자금을 130억 원 추가로 넣어서 공사를 완공했는데도 아직도 연대보증에 대한 면책을 못 받고 있었다.
게다가 신탁사가 갚으라는 금액도 250억 원이나 돼 이 업체가 지고 있는 연대보증 책임액이 1450억 원에 이른다. 그래서 '기업회생을 신청해야 하나' 하는 기로에 서 있었다. 이에 대해 기존 법무법인들은 계약했으니 어쩔 수 없다고 자문했다고 한다. 제 생각에는 이자제한법도 있고, 금소법(금융소비자보호법)도 있으니 전체를 무화(無化)시키지는 못한다고 하더라도 중간에 갑질을 당하면서 피해가 더 커진 부분이 있으면 일부라도 손해 회복을 받아야 하니까 검토해 보겠다고 했다.
제가 검토했을 때 이것은 금소법 위반 취지에 반하고, 금소법 취지에 반한다면 금소법으로 (계약 자체를) 무효화시키지 못한다고 해도 중간에 압박하면서 돈을 더 넣게 하거나 추가적인 책임을 부담하게 하거나 공사비 지급도 안 해주면서 공사를 완공하게 하는 등의 행위는 거래상 지위 남용 행위에 해당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공정거래법 위반으로라도 구제할 수 있겠다 싶어서 사건을 맡아 구제할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 아버지가 중소기업을 운영했다고 들었는데, 그것이 이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데 조금이라도 영향을 미쳤나?
"저희 아버지가 환경분야 중소기업을 운영했는데, 거래 상대방이 대기업이었다. 아버지가 사업하는 걸 보면서 중소기업 편을 들어주는 변호사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특히 IMF 때 아버지가 큰 타격을 입었는데, 당시 대표이사뿐만 아니라 대표이사의 친척 등 가까운 사람들까지 다 회사에 대해서 연대보증을 요구받았다. 그때 기업들이 줄도산, 연쇄도산을 했는데, 이렇게 사업체가 어려워지면서 많은 가족 구성원들이 연대보증에 연루돼 고생했을 했어야 했다. 그런데 '대마불사'라고 대기업들은 정부로부터 많은 지원을 받아 살아나기도 했다.
우리나라가 좀 더 잘 살게 되려면 다양한 중소기업들이 경쟁력을 많이 가져야 하는데 그러려면 제도적으로나 법적으로 중소기업 편을 들어주는 변호사가 있어야 숨 쉴 틈을 찾을 수 있겠다 싶었다. 민법이나 형법 등 법원에서 판결받는 것으로는 늦는 경우가 많고, 힘의 논리가 작용하는 경우도 많아서 처음 찾았던 것이 '공정거래법'이었다. 그나마 공정거래법에는 거래상 지위의 차이를 인정하고 약자의 경쟁을 보호하는 측면이 있어서 관심을 갖게 됐다.
제도가 이런 약자를 보호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져야 한다. 우리나라가 1997년 IMF,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 때 연대보증으로 인해 기업이 연쇄도산하면서 임직원의 친인척들까지 신용불량이 됐다. 그런데 이것이 단순히 '불쌍하다'가 아니라 산업에 굉장히 큰 악영향을 미친다. 다수의 사람들이 상당한 기술력과 경쟁력을 가지고 있었는데 보증을 섰다는 이유로 경제생활이 막히지 않나?
그래서 선진금융을 하기 위해서는 이렇게 제3자에게 연대보증을 세우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졌고, 그것이 금소법 제정으로 꽃을 피웠다. 금소법 제정은 사업 이익을 공유하거나 특수관계인이 아닌 사람에게 연대보증을 세울 수 없음을 제도적으로 못 박았다는 점에서 굉장히 의미가 컸다.
그 다음으로 중요했던 것이 '이자제한법'이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이자제한법을 초과하는 이자를 부여한 대출에 대해서는 원금도 갚지 않게 하라'고 했다. 또 이억원 금감원 원장과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도 '고리의 이자를 부과해서 사람을 회생 불가능하게 만드는 방식은 선진금융이 아니고, 금융선진화를 어떻게 이룰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해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런 내용이 금소법에도 녹아 있다. 이렇게 대통령과 금융당국이 금융기관의 공공성을 강조하며 약탈적 금융이 개인과 산업을 망치지 못하도록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에 희망을 걸고 있다.
작년에 처음 이 사건을 봤을 때 이런 연대보증으로 인한 폐해는 오랜 기간 문제제기되고 개선되어 왔는데 다시 또 이런 폐해가 어떻게 나타날 수 있는지 의아했고, 반드시 문제제기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한 회사가 자기가 돈을 빌린 것도 아니고 연대보증을 서서 회사가 망할 상황에 놓이는 구조의 계약을 할 수가 있나? 또 이런 계약이 허용이 되는가?
분명히 우리나라에도 이것을 규제할 장치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계속 꼬리에 꼬리를 잡고 들어가다 보니 '하청업체에게 연대보증을 요구하는 것은 금소법에 반한다'는 유권해석까지 작년에 받았다. 또한 작년 국정감사에서도 하청업체들을 이런 연대보증으로 망할 지경에 이르게 하는 것은 금융만 살고 산업을 죽이는 것이라는 얘기가 공론화됐고, 금융당국도 이 사건들을 고민하는 데까지 오게 됐다."
"하청업체에 연대보증 세우는 것은 절대 정상적인 관행 아냐"
- S사, K사, Y사 등 건설사업 하청업체 사례들을 다루어 왔는데, 이 사례들에서 가장 먼저 확인되는 공통점은 대주단이 하청업체들에 PF(프로젝트 파이낸싱)대출에 대한 연대보증을 요구했다는 점이다. 공사만 담당하는 하청업체에 대한 이러한 연대보증 요구가 건설사업에서 일반적인 관행인가?
"일반적인 관행이 전혀 아니다. 금소법에서는 명시적으로 제3자 연대보증은 금지하되 PF 대출과 관련해서는 '사업이익을 공유하는 사업자'에 한해서만 예외적으로 연대 보증을 허용한다고 나와 있다. 다만 '사업이익을 공유하는 사업자'가 어디까지냐에 대한 부분이 논란인데 작년에 하청업체들은 그런 사업자가 아니라는 명시적인 유권해석도 나왔다.
시공사는 자기의 공사비 대부분을 PF자금에서 지급받고, 또 그중 일부는 분양대금에서 지급받게 되기 때문에 사업이익을 공유하는 자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하청업체는 그 시공사로부터 돈을 받아서 공사하는 업체일 뿐이기 때문에 사업이익을 공유하는 사업자라고 해석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보통은 시공사까지만 연대보증을 시키거나 시공사가 자기 계열사를 공동 시공사로 데려온다. 계열사가 아니더라도 예를 들어 7 대 3의 비율로 공동시공을 한다고 하면 자기 시공 지분 비율에 따라 책임을 진다.
시공사들에 부과되는 '책임준공의무'는 PF 대출금을 받고 공사를 완료하지 못하면 그 PF 대출의 담보가 됐던 부동산이 없어지니까 책임을 지고 공사를 완공하라는 의미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책임준공을 해내야 하는 시공사로서는 책임준공을 조건으로 시행사의 PF 대출에 대해 연대보증을 하는 것이 관행이었지만, 이렇게 공사의 10%, 20%를 하청받는 하청업체에 대해서 연대보증을 시키는 것은 절대 정상적인 관행이라고 볼 수가 없다."
- 그런데 왜 이런 관행이 나타나기 시작한 건가?
"우리나라는 자본력이 없는 시행사들이 오로지 PF 대출금만으로 건설사업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경우에 현대건설이나 포스코건설 등 우량한 시공사를 선택하고, 완공한 후 분양해서 PF 대출금을 회수하는 것이 건강한 구조다. 그런데 건설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우량한 시공사들이 PF사업에 참여하지 않거나, 신용이 부족한 시공사가 PF사업에 참여하게 되는 경우가 늘어났다. 이런 경우 금융기관으로서는 해당 사업의 성공가능성과 시행사, 시공사의 신용을 판단하여 PF대출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PF 대출이 일어나면 대주단도 PF 대출 수수료가 있고, 별도로 이자와 지연 이자도 있다. 또 신탁사가 PF 대출금을 관리하기 위한 '관리형 신탁'으로만 들어가도 전체 사업비를 관리해 준다는 이유로 수수료를 받는다. 더 나아가서 신탁사가 책임준공의무를 부담하겠다고 하면 수수료 금액도 높아진다. 이렇게 해서 하나의 PF 대출이 일어나면 사업 초기 단계에서 금융기관이 몇 십억 원의 수수료와 이자를 얻을 수 있다.
PF 대출의 목적에 부합하려면 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봐야 하고, 만약 사업의 성공 가능성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PF 대출을 일으키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 PF 대출을 일으키지 않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시공사 신용만으로 안 되면 하청업체들 중에 건실한 업체를 연대보증인으로 데려간다. 즉 연대보증을 시킬 시공사가 없어지니까 시공사의 신용을 보강할 수 있는 하청업체를 잡아오게 한 것이다.
물론 처음에 그렇게 했어도 부동산 경기가 괜찮으면 하청업체가 책임지는 정도가 심하지 않을 수 있다. 자기가 받을 공사비를 조금 포기하고 완공하면 분양대금으로 손실 처리하고 끝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이렇게 문제가 됐는지 구조적으로 살펴보면, 지식산업센터나 생활형 숙박시설, 물류센터 등이 너무 많이 'PF 사업화'가 되었다가 나중에 이것이 시장에서 전혀 분양이 안 돼 피해가 났을 때, 그 피해를 사업 리스크를 잘못 판단한 대주단이나 신탁사가 지는 것이 아니라 맨 마지막에 연대보증으로 들어간 하청업체들이 책임지는 구조가 되어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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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설이 법무법인 지음 대표 변호사 김설이 법무법인 지음 대표 변호사가 7일 오후 서울 강남구 법무법인 지음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 ⓒ 이정민 |
"고대 때부터
동서양을 막론하고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아 이익을 얻는 것을 제한하는 논리가 있어왔다. 이슬람법은 아직까지도 이자를 금지하고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을 수 있는 이유는 기회비용에 대한 보상의 측면이 있는데, 이는 해당 자금을 다른 곳에 썼더라면 이자에 상응하는 돈을 벌 수 있었을 경우에 그 정당성이 인정된다. 그런데 만일 과도한 이자나 담보로 인해 돈이 투입된 목적을 이룰 수 없게 되고, 산업이 연쇄적으로 붕괴된다면 사실 그 돈을 다른 곳에 썼더라도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없었던 상황이 온다. 약탈적 금융으로 인해 개인의 삶과 산업이 황폐화되면, 이자를 받을 명분 자체가 사라지는 것이다.
금융기관은 단순히 돈을 빌려줬기 때문에 이자를 받는 게 아니다. 어느 정도 회수될 수 있는지, 어느 정도 이익을 얻을 수 있는지 등 리스크와 이익 가능성을 전문적으로 잘 판단할 책임과 의무가 있고, 또한 해당 자금이 그 자금의 사용목적에 따라 사용되어 채무자가 원리금을 변제할 수 있도록 구조화할 의무도 부담한다. 그래야 본인들의 '회수가능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금소법에서 제3자에게 연대보증을 세우지 말라는 이유는 금융이 연쇄도산을 가져오지 않도록 하려는 최소한의 안전판이고, 근본적으로는 연대보증으로 위험을 쉽게 회피하려 하지 말고 금융기관에서 리스크를 판단해서 사업의 성공 가능성, 채무자의 신용, 프로젝트의 가치 등을 다 산정하되 이런 산정이 안 되는 것은 투자하지 말라는 취지다. 그것이 산정되지 않는다고 제3자를 연대보증인으로 끌어들여서 그들의 신용으로 보강할 경우 리스크가 발생하고 그것이 많은 사람들을 파탄으로 몰아가게 되기 때문이다.
연대보증을 지면서도 사업에 참여해 그만큼의 이익을 볼 수 있는 투자자나 전체 시공을 총괄하는 시공사는 사업 참여와 선택에 대한 책임을 지고, 그 선택이 현실화될 수 있도록 통제할 수 있기 때문에 '사업 이익을 공유하는 자'에 해당한다. 반면 사업 이익을 공유하지 않는 자는 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계산할 정보도 부족하고, 사업을 성공시킬 수 있도록 대출금 사용, 투자 등을 통제하거나 거기에 개입할 수 있는 권한도 전혀 없다.
그런 상태에서 대주단이나 신탁사의 말만 믿고 연대보증을 서거나 개인적 인간관계로 연대보증을 서거나, 눈앞에 보이는 이익이 더 갈급해서 멀리 있는 리스크를 계산하지 못하고 망하면 그것이 주는 산업적 피해가 크다. S사가 망하면 가족까지 포함한 500명, K사의 경우 상장이 폐지되고 기업회생에 들어가면 2만 명에 가까운 소액주주에게까지 큰 경제적 피해를 끼칠 수 있다. 그래서 금소법에서는 그런 하청업체에는 연대보증을 요구하지 말라고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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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8월 1일 '대주단이 하청업체에 연대보증을 요구한 것은 금소법 위반'이라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
| ⓒ 법무법인 지음 제공 |
"일단 '사업 이익을 공유하는 자'에 하청업체는 포함되지 않는다는 유권해석을 받아냈다. 다만 개별 업체가 거기에 해당되는지 안 되는지는 현재 조사 중이다."
- 현행법상으로도 금지하고 있고, 금융위원회에서도 그렇게 유권해석을 내렸는데도 불구하고 대주단이 하청업체들에 PF대출에 대한 연대보증을 무리하게 요구하는 이유는 뭔가?
"PF 대출을 일으켜 그것에 대한 이자와 수수료를 얻어야 자기들의 단기적인 실적이 높아진다. 그런데 시공사들의 신용이 계속 안 좋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것을 헷징(Hedging, 위험 회피 전략)할 수 있는 방법은 결국 하청업체에 연대보증을 지우는 것이었다. 그것이 가장 편리한 신용 보강 방법이니까 그것을 선택한 것이다. 금융당국도 '이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다'라고 했다."
- 금소법과 별도로 '하도급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하도급법)이 있는데 여기에는 대주단에 의한 이러한 연대보증 요구를 제한하거나 규제하는 규정은 없나?
"명시적인 규정은 없다. 다만 시공사가 하청업체한테 '내 공사를 받으려면 연대보증을 같이 서 달라'고 요구한 경우가 있다면, 그런 경우에는 하도급법상 '이익 제공 강요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는 시공사가 하청업체한테 부탁하거나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시행사와 시행사의 대행자인 신탁사, 시행사 측에 돈을 빌려주는 대주단이 각각 하청업체를 연대보증인으로 세우라고 요구하고 있다."
- 하도급법이 아닌 금소법에만 그런 규정이 있는 이유는 하청업체에도 연대보증을 세우는 업계의 관행들 때문인가?
"사실 채무자는 연대보증인을 세우고 싶지 않다. 자기와 가까운 사람에게 연대보증을 세웠다가 잘못됐을 때 그 리스크가 그 사람들에게까지 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될 수 있으면 자기 선에서 자기 신용으로 대출을 받고 싶어 하지, 자기와 관련된 사람이나 거래 상대방 등을 연대보증인으로 끌어오고 싶어 하는 채무자는 없다. 그런데도 연대보증을 세우는 이유는 뭐냐? 대출기관이 '이 대출을 받으려면 너만으로는 안 되니까, 네가 보증인을 데려와야 해'라고 요구하고, 연대보증인을 데려와야 계약이 체결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돈을 빌려주는 주체인 금융기관을 규제하는 금소법에 '제3자에게 연대보증을 요구하는 행위를 하지 말라'는 규정이 들어가게 된 것이다.
물론 공정거래법에서도 '거래상의 지위을 남용해 이익 제공 강요를 하지 말라'고 규정돼 있고, 이 규정으로도 이 사건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포섭할 수는 있다. 시행사나 신탁사, 대주단이 하청업체에 부당하게 요구한 행위들을 공정거래법으로도 포섭하려고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공정거래법은 처음 계약을 체결하는 단계를 규제하는 데에는 매우 신중하고, 주로 거래관계가 지속되던 과정에서 거부하기 어려운 일이 발생할 때 적용된다. 물론 금융기관과 같이 시장에서의 역할과 정보의 비대칭성 등을 고려할 때 거래 개시 단계에서도 거래상지위가 인정될 수 있는 경우에는 계약 자체의 불공정성에 대해 다퉈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약관규제법으로 접근하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다.
한편, 구체적 사실관계를 보면, 단지 위법한 연대보증계약을 체결했을 뿐만 아니라, 그 실행과정에서 하청업체들을 가압류로 압박한 후 부족한 공사비를 대신 지급하게 하거나, 심지어 미분양된 대상 물건을 억지로 구매하게 하기도 했다. 이런 행위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정거래법을 적용할 수 있다. 하지만 근원적으로 제3자를 연대보증인으로 끌고 온 것은 결국은 대주단과 신탁사이기 때문에 대주단과 신탁사가 금소법 원칙을 지킬 수 있도록 금융당국이 규제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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