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실력이 통했다”… 강릉중 홍석우, 소년체전 e스포츠 제패
중 3 ‘강철 멘탈’로 개인전 금메달
단체전 ‘금’ 충남팀 “꿈이 생겼다”
내년 전국체전 시범종목 논의 중

트랙도, 골대도 없다. 대신 모니터와 키보드가 있다. 근육 스트레칭보다 잡념을 비우기 위한 심호흡에 투자하는 시간이 훨씬 많다. 기존의 체육대회에선 볼 수 없었던 낯선 풍경. 바둑 대국 현장을 연상시키다가도, 승리 후 팀원들과 얼싸안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 영락없는 스포츠다. 지난 23~24일 부산 e스포츠 경기장에서 열린 제55회 전국소년체육대회 e스포츠 종목 현장의 모습이다.
e스포츠가 올해 처음으로 소년체전 종목으로 편입됐다. 국가 공인 체육대회에 e스포츠가 종목으로 이름을 올린 건 2014년 전국체육대회 동호인 종목으로 2년간 운영된 이후 약 10년 만이다. 세부 종목은 넥슨의 온라인 축구게임 ‘FC 온라인’이다. e스포츠협회는 초등학교 5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 함께 참여하는 12·15세 이하 통합부로 운영되는 종목 특성, 학교 체육과의 연계성, 종목 이해도 향상에 축구게임이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대회는 개인전과 3인이 한 팀을 이루는 단체전으로 나눠 열렸다. 개인전은 강원 강릉중의 홍석우가 금메달을 땄다. 잉글랜드 축구팀 맨체스터 시티의 광팬으로 평소 FC 온라인을 즐기다가 첫 e스포츠 대회에 참가한 홍석우는 “처음에는 관중들 앞에서 게임을 하니 긴장이 됐다. 하지만 내 실력이 통한다는 걸 확인한 뒤로는 평소보다 더 집중이 잘 됐다”고 말했다. 강원 대표팀의 정민수 감독은 “어린 선수는 멘털(정신력) 관리가 중요한데, 석우는 중학교 3학년생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멘탈이 강했다”며 엄지를 치켜들었다. 외향적인 성격의 홍석우의 꿈은 가수다.
개인전 은메달은 충남의 최연우, 동메달은 충북 진무율·제주 황진환에게 돌아갔다. 단체전 금메달은 충남, 은메달은 제주, 동메달은 강원과 대전이 거머쥐었다. 소년체전은 3·4위전을 따로 진행하지 않고 준결승전 탈락자를 공동 3위로 간주한다.

충남의 최연우와 윤예준은 이번 대회를 치르며 게임 업계에 없던 관심이 생겼다. 중학교에 재학 중인 두 선수는 “아직 명확한 장래 희망이 없었는데 이번 대회를 통해 게임업계와 운동선수에 대한 꿈이 생겼다”고 말했다. 최연우는 “단톡방을 통해 응원을 보내주신 선생님, 부산까지 찾아와 응원해 주신 교장선생님께도 감사드린다”는 소감도 밝혔다. 단체전 결승전에서 짜릿한 결승 골을 넣은 윤예준은 “평생 기억에 남는 순간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충남 대표팀의 한종혁 감독은 “이번 대회를 통해 역시 e스포츠도 스포츠라고 느꼈다”고 했다. 그는 “스포츠에서만 느낄 수 있는 희열과 보람이 있는데, 선수들이 이번 대회를 통해 그런 감정들을 경험한 것 같아 e스포츠 종사자로서 기쁘고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e스포츠협회는 이번 소년체전 편입이 종목의 제도권 스포츠 안착을 위한 마중물이 되길 기대하고 있다. 협회 김영만 회장은 “학교 스포츠 및 제도권 스포츠 안착을 위한 기반 마련과 학교 e스포츠 생태계 조성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
또한 전국체전 정식종목 입성도 조속히 이뤄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협회는 내년 전국체전 시범종목 도입도 논의 중이다.
부산=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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