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미술 대부를 통해 예술의 사회적 실천을 묻다

손영옥 2026. 5. 27. 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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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헌 작가 기증 작품 54점
경기도미술관 특별전서 공개
김정헌 기증작 ‘어쩌다보니 나 너’(2019).


“기증한 소감이요? 저야 제 작품을 받아준 게 고마운 사람입니다. 기증하고 싶다고 미술관이 아무나 받아주지 않아요. ‘빽’을 썼는지 딱 다 받아줬습니다.”(웃음)


경기도 안산 경기도미술관이 개관 20주년을 맞아 소장품 특별기획전 ‘흐르고 쌓이는’을 진행 중이다. 소장품 125점이 총출한 전시는 총 5개 섹션 중 마지막 섹션을 민중미술 대부 김정헌(80·사진) 작가의 기증 작품 54점으로 꾸몄다.

26일 서울 송파구 자택 근처 카페에서 만난 작가에게 소감을 물었더니 이렇게 농이 돌아왔다. 동석한 전승보 경기도미술관장도 “선생님은 무슨 소리를 해도 재미가 있다”며 거들었다.

지난 20년 수집의 역사와 기획 방향을 톺아보는 특별전의 마지막 섹션은 예술의 사회적 실천을 묻는데, 김 작가의 작품 세계와 예술 인생 자체가 그랬다. 그는 서울대 미대 졸업 후 1979년 최초의 민중미술 단체인 ‘현실과 발언’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이후 예술뿐 아니라 정치·경제·사회 전반에 걸쳐 목소리를 내 왔다. 민족미술협의회 대표, 전국민족미술연합 공동의장, 문화개혁시민연대 상임집행위원장,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 서울문화재단 이사장, 4·16재단 이사장 등 예술 행정가로서도 역량을 발휘했다.

기증작은 ‘낫 아저씨’ ‘호미 아줌마’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9가지 기억-5월에 지다’ 등 대표작을 망라한다. 또 ‘잡초’ 연작은 1974년부터 50년간 지속해온 터라 그의 예술 세계 변천사를 압축한다. 1974년 작 ‘잡초’는 기하학적 화면 구성에서 모더니즘의 영향이 보인다. 그를 잘 아는 미술평론가 백지숙씨도 “이런 작품도 있었나”라며 놀라워했다고 한다. 2019년 작 ‘잡초’는 ‘나’와 ‘너’라는 글자를 합쳐 잡초에서 싹이 트는 것처럼 조형화해 개념미술처럼 읽힌다.

그는 유신 시절이던 1973년쯤 오윤, 권순철 등 서울대 미대 동기들과 ‘잡초’전을 기획해 5, 6년 진행했다. “잡(雜)이 뭐냐. 여러 개가 섞인 겁니다. 낱개가 아니고 여러 가지가 혼합됐을 때 나오는 게 ‘잡’입니다.” 잡초론은 리얼리즘, 팝아트, 개념미술, 포스트모더니즘 등 다양한 요소를 수용하는 그의 포용적 예술 태도이자 예술 실천 철학으로 들렸다.

전승보 관장은 “한국의 기증 문화가 작가 중심인 것과 달리 서구에서는 컬렉터들이 작품을 사서 기증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기증 문화가 한 단계 성숙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손영옥 미술전문기자 yosoh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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