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만전자·200만닉스 찍은 날, 폭락 경고 떴다
코스피가 처음으로 8100선을 뚫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이전에 밟아보지 못한 ‘30만 전자’ ‘200만 닉스’ 고지에 나란히 올랐다. 반도체 쏠림에 대한 경고음도 함께 커졌다.
26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99.80포인트(2.55%) 오른 8047.51로 마감하며 종가 기준 첫 8000 시대를 열었다. 장중엔 8131.15까지 치솟았다. 6거래일 만에 새 기록을 썼다. 코스피 시가총액은 6581조원으로 세계 7위 수준으로 뛰어올랐다. 올해 누적 상승률만 90%에 육박한다. 주요 20개국(G20) 중 압도적인 1위다.
문제는 가파른 상승 폭만큼 비대해진 반도체 쏠림이다. 이날 삼성전자는 2.22% 오른 29만9000원, SK하이닉스는 5.72% 급등한 205만20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코스피 전체 시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9%에 달한다. 1년 전(21.8%)의 두 배를 웃돈다. 코스피는 사실상 단일 업종에 명운이 걸렸다.

시장에선 인공지능(AI)이 메모리 업계의 고질적인 ‘호황 뒤 불황’ 사이클을 끊어냈다는 낙관론이 번지고 있다. 실제 올해 들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각각 132.7%, 203.1% 치솟았다. 미국 마이크론(138.1%)과 샌디스크(437.2%)까지 메모리 반도체 업계 전체가 광풍에 올라탔다.

그러나 투자업계에선 과도한 낙관론에 대한 경계감도 커지고 있다. 영국계 자산운용사 블루박스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윌리엄 드 게일은 CNBC에 “메모리는 본질적으로 극심한 등락을 반복하는 끔찍한 산업”이라며 “‘메모리 사이클은 사라졌고, 장기적으로 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이 됐다’는 주장이 나올 때마다 어김없이 업황이 꺾이곤 했다”고 밝혔다.
반도체 쏠림에 기름을 부을 단기 변수도 대기 중이다. 27일 국내 증시에는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 종목의 2배 성과를 추종하는 레버리지·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상장지수증권(ETN)이 상장된다.
윤재홍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상장 후 5거래일 안에 초기 유입 자금의 80%가 집중되는 만큼 단기 변동성 급증에 유의해야 한다”고 짚었다.
시장 지표는 이미 위험 신호를 보내고 있다. ‘빚투’(빚내서 투자)를 의미하는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지난 22일 기준 36조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에 묶인 빚은 처음 7조원을 돌파했다.
‘한국판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26일 기준 68.09로, 이달 내내 위험 수위인 70선 안팎을 넘나들고 있다. 통상 50을 넘으면 극단적 공포 구간으로 분류된다. 정현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고변동성 환경은 증시가 언제든 극단적 충격 위험에 노출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박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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