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대한항공 헤쳐가야 할 ‘난기류 4’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오는 12월 ‘통합 대한항공’으로 새로 출발한다. 2020년 11월 신주 인수 계약을 체결한 이래로 5년 6개월 만이다. 계획대로 절차가 마무리되면 통합 대한항공은 자산 규모 약 40조원, 항공기 200대 이상을 보유한 글로벌 10위권 메가 캐리어로 거듭난다.
다만 출범까지 넘어야 할 산은 적잖다. 1988년 아시아나항공 출범 이후 38년간 별도 기업으로 존재해온 만큼 마일리지 비율부터 연공서열(시니어리티)까지 마찰이 예상된다. 통합 대한항공을 둘러싼 4가지 관전 포인트를 짚어봤다.

소비자들의 최대 관심사는 마일리지 전환 비율이다. 현재 양 사 마일리지 통합안은 공정거래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대한항공이 제출한 통합안은 지난해 6월과 12월 두 차례 보완 요구를 받았다. 초안은 기존 아시아나항공 대비 마일리지 사용처 부족·통합 비율 설명 미흡, 1차 수정안은 마일리지를 이용한 보너스 좌석·좌석 승급 서비스 공급 관리 방안 미흡을 이유로 제동이 걸렸다.
다만 큰 틀은 잡혔다. 탑승 마일리지는 1 대 1, 제휴 마일리지는 1(대한항공) 대 0.82(아시아나항공) 비율로 전환하는 방안이다. 합병 이후에도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는 10년간 유지하고, 고객이 원하는 시점에 대한항공 마일리지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양 사 적립 기준이 유사한 탑승 마일리지와 달리 제휴 마일리지는 각 사의 마일리지 적립에 소비자가 투입한 비용을 고려했다”며 “공정위가 통합안 검토 후 3차 심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2) 단일 FSC 체제…독과점 우려도
국내 대형항공사(FSC) 시장이 38년 만에 단일 체제로 재편되는 만큼 독과점 문제도 지적된다. 독과점이 심화할 경우 항공권 가격 인상과 노선 축소, 서비스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우려가 적지 않다. 이를 의식한 공정위도 기업결합 승인 과정에서 ‘행태적 시정조치’를 부과했다. 행태적 시정조치는 시장 경쟁 제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의 영업 방식 등을 일정 기간 제한하는 규제 방식이다.
핵심은 운임과 공급 좌석 관리다. 통합 항공사는 2019년 대비 공급 좌석을 일정 수준 이상 유지해야 하고, 평균 운임도 물가 상승률을 넘어 과도하게 올릴 수 없다. 무료 수화물, 기내 서비스 등 서비스 품질 저하도 방지했다.
대한항공은 오히려 통합으로 고객 편의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통합 이후 중복 운항을 줄이고 여유 기재와 슬롯(시간당 비행기 이착륙 횟수)을 신규 노선에 투입하면 소비자 선택지도 넓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공정위 모니터링 조치를 성실히 이행하는 동시에 중복 노선 재배치, 신규 노선 개발, 서비스 개선 등을 통해 고객 편의성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통합 이후 사업 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보고서에서 “노선망·슬롯·기재 운용 등의 일원화는 사업 경쟁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통합 네트워크 기반의 환승 수요 확대와 글로벌 항공동맹 활용도 상승에 힘입어 국제선 운항 효율성이 개선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내부 갈등은 격화하는 분위기다. 쟁점은 양 사 간 연공서열 통합 여부다. 앞서 대한항공 사측은 입사일 기준 통합을 제안했다. 그러나 대한항공조종사 노동조합(KAPU)은 아시아나항공과 채용·진급 조건이 달라 역차별 문제가 발생한다고 반박했다.
대한항공은 조종사 채용 시 총 1000시간 이상 비행 경력을 요구하는 반면, 아시아나항공은 300시간 이상이면 입사할 수 있다. 기장 승급 기준도 대한항공은 총 비행시간 4000시간·이착륙 350회 이상, 아시아나항공은 3500시간·250회 이상으로 차이가 있다.
두 노조의 충돌은 법적 공방까지 번졌다. 최도성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조(APU)위원장은 지난 5월 5일 대한항공 사측에 보낸 공문에서 “아시아나항공에서 탈락한 지원자들이 비행시간을 채워 대한항공에 입사한 경우가 많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KAPU는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 등으로 민·형사상 대응 방침을 밝혔다.
객실 승무원과 일반직 직원 사이에서도 임금 체계·복지 차이에 대한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각 사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대한항공 직원의 1인당 평균 연봉은 1억2300만원인 반면, 아시아나항공은 이보다 낮은 9263만원이다. 업계에서는 통합 과정에서 진통이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라고 본다.
대한항공은 조율과 소통을 통해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겠다는 입장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조직문화 융합은 장기적 관점에서 꾸준히 노력해야 하는 과제”라며 “양 사 간 정서·가치관 차이를 충분히 고려해 점진적으로 시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조직 간 화학적 결합이 급선무라고 입을 모은다. 이휘영 인하공업전문대 항공경영학과 교수는 “인수 후 통합(PMI)은 안전 운항과 서비스 품질을 유지하기 위한 조직 안정화 과정”이라며 “사측이 양 사 노조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4) ‘메가 LCC’에 지각변동 예고
통합 대한항공에 이어 자회사 저비용 항공사(LCC) 통합도 관전 포인트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산하 LCC인 진에어와 에어부산·에어서울 역시 올해 협의를 거쳐 내년 1분기 ‘통합 LCC’ 출범을 계획하고 있어서다. 진에어를 중심으로 3사가 합쳐지면 보유 기단 59대, 매출 약 8000억원 규모의 국내 최대 LCC가 탄생한다.
국내 LCC 시장 판도에도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 현재 국내 LCC 업계는 9곳으로, 대부분 일본·동남아·중국 등 단거리 국제선에 집중돼 있다. 이 때문에 과잉 공급과 수익성 악화 문제가 꾸준히 지적돼왔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내 LCC 시장은 과잉 공급·출혈 경쟁에서 벗어나 소수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며 “기존 LCC 업체는 생존 전략을 다시 짜고 중소형 LCC는 향후 인수합병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업 전략 역시 달라질 전망이다. 과거에는 지방 공항을 중심으로 단거리 국제선을 확대해 점유율을 늘리는 양적 성장이 주를 이뤘다. 통합 이후에는 점유율보다 수익성을 우선하는 질적 성장 전략이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수요가 적은 노선은 감편하고, 수요와 수익성이 검증된 노선에 운항을 집중하는 식이다. 가령 에어부산이 통합 후 인천 중심 체제로 옮겨간다면 거점으로 삼았던 김해국제공항 내 일부 노선이나 운항 스케줄 조정 가능성이 언급된다.
김광옥 한국항공대 항공경영학과 교수는 “통합 이후에는 중복 노선 정리와 기재 효율화 과정에서 일부 지방 노선 축소 가능성이 있다”며 “경쟁 LCC 업체에는 지방 공항 점유율을 확대할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동현 기자 cho.donghyun@mk.co.kr, 이채원 기자 lee.chaewe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61호(2026.05.27~06.0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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