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비강남도 국평 분양가 30억 시대 코앞?
서울 아파트 분양가 기준선이 확 높아졌다. 강남권 일부 고가 단지에서나 볼 법했던 ‘국평(전용 84㎡) 30억원’이 한강변 주요 재개발 사업지로 번지는 분위기다.
최근 정비 업계에 따르면 서울 동작구 노량진8구역을 재개발하는 ‘아크로리버스카이(987가구)’ 전용면적별 분양가(최고가 기준)는 ▲36㎡ 11억6370만원 ▲44㎡ 13억8760만원 ▲51㎡ 17억1050만원 ▲59㎡ 21억7940만원 ▲84㎡ 27억9580만원 ▲140㎡P 49억2800만원에 책정됐다. 소위 국민평형(국평)으로 통하는 전용 84㎡ 최고 분양가가 28억원에 근접해 눈길을 끌었다. 3.3㎡당 7733만원 꼴이다. 앞서 지난 4월 분양한 ‘라클라체자이드파인(노량진6구역·1499가구)’ 전용 84㎡ 최고 분양가가 25억8510만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한 달여 새 2억원가량 올랐다.
여기에 같은 동작구 흑석동에서 국평 분양가를 30억원 턱밑까지 밀어 올린 단지가 등장했다. 흑석11구역을 재개발하는 ‘써밋더힐(1515가구)’ 전용 84㎡ 최고 분양가는 29억7820만원에 책정됐다. 발코니 확장 등 유상 옵션을 추가한다면 사실상 30억원을 넘은 셈이다. 지난해 12월 강남구 핵심 입지인 역삼동 ‘역삼센트럴자이(237가구)’ 전용 84㎡ 최고 분양가(28억1100만원)까지 넘어섰다. 일반 아파트 기준으로는 역대 최고 분양가다.
써밋더힐 전용 59㎡ 최고 분양가는 22억4700만원이다. 일부 저층을 빼면 대부분 20억원을 넘겼다. 공급면적 기준 3.3㎡당 분양가도 전용 59㎡는 최고 9061만원으로, 1억원에 한발짝 가까워졌다. ‘국평 30억원’뿐 아니라 소형 평형도 20억원대에 들어선 셈이다.

입지만 좋으면 “비싸도 팔린다”
최근 고분양가 단지의 공통점은 분양가상한제(분상제)를 적용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재 분상제는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에 한정해 적용되고 있다. 이들 지역에서는 택지비와 건축비 산정 기준(기본형 건축지)이 법적으로 제한돼 있어 통상 인근 시세 대비 30%가량 낮은 수준에서 분양가가 결정되는 구조다.
반면 분상제가 적용되지 않는 지역은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조합과 시공사가 협의를 통해 분양가를 우선 책정한 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보증 심사를 받는 방식으로 진행되다 보니 그만큼 가격 자율성이 크다. 동작구 흑석·노량진 일대 재개발 사업지들은 분상제를 적용받지 않는 곳이다.
일례로 지난 3월 분양한 서초구 ‘아크로드서초(1161가구)’ 전용 59㎡ 최고 분양가는 18억2096만원이었다. 이 가운데 대지비는 15억2778만원, 건축비는 2억9317만원으로 건축비 비중은 16.1% 수준이었다. 반면 비분상제 단지인 라클라체자이드파인 전용 59㎡는 대지비 9억7072만원, 건축비 11억7937만원으로 건축비 비중이 54.9%에 달했다.
같은 하이엔드 브랜드 단지끼리도 차이가 컸다. 분상제 적용 단지인 아크로드서초 전용 59㎡ 건축비는 2억9317만원이었지만, 비분상제 단지인 아크로리버스카이 전용 59㎡ 건축비는 6억4088만원으로 2배 이상 차이 났다.
써밋더힐도 대지비 부담이 컸다. 입주자 모집 공고에 따르면 전용 84㎡ 최고가 기준 대지비가 21억원, 건축비는 8억원으로 제시됐다. 아크로리버스카이 전용 84㎡ 최고가 기준 택지비도 19억6349만원이었다. 노량진·흑석 일대 땅값이 강남권 수준으로 평가되면서 분양가를 끌어올렸다는 해석이 나온다.
신보연 세종대 부동산AI융합학과 교수는 “대지비는 감정평가를 통해 정해지기 때문에 변동폭이 제한적이지만 비분상제 지역은 분양가를 먼저 정한 뒤 나머지를 건축비로 채우는 구조가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주요 지역 내 신축 아파트가 희소해졌다는 점도 분양가를 끌어올린 원인으로 꼽힌다. 흑석뉴타운과 노량진뉴타운은 한강과 가깝고, 여의도·용산·강남 업무지구로 이동하기 편리한 입지로 평가받는다. 여기에 대규모 재개발을 통한 주거환경 개선 기대감까지 더해지면서 높은 분양가에도 수요가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노량진뉴타운 첫 분양 단지였던 라클라체자이드파인은 일반분양 물량 369가구 가운데 단 2가구(5월 19일 기준)만 미계약으로 남았다. 고분양가 논란에도 사실상 완판에 가까운 성적을 냈다. 업계에서는 앞선 단지가 흥행하면 이후 공급 단지가 이를 새로운 가격 기준점으로 삼는 흐름이 반복된다고 본다.
이주현 월천재테크 대표는 “분상제 지역에서는 시장이 받아들일 만한 가격을 기준으로 분양가가 책정되는 분위기”라며 “결국 주변 시세를 기준으로 분양가가 형성되고, 고분양가 논란에도 완판이 이뤄지는 만큼 고분양가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분양가 상승은 이후 공급되는 신축 아파트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흑석뉴타운에는 써밋더힐 외에도 ‘디에이치켄트로나인(흑석9구역·1540가구)’ ‘래미안팰리튼(흑석2구역·1045가구)’ 등 정비사업을 진행 중인 곳이 많다. 이 중 연내 분양을 계획 중인 디에이치켄트로나인 국평 분양가가 30억원을 넘긴다면, 이후 흑석뉴타운에서 공급되는 아파트는 전부 30억원을 훌쩍 넘길 가능성이 크다.
주변 시세에 맞춰 분양가가 책정됐지만, 급등한 분양가는 다시 주변 기존 아파트값을 끌어올릴 공산이 크다. 신축 아파트 분양가가 높게 책정되면 인근 입주권·분양권을 포함해 준신축 아파트값 기대감이 함께 커질 수 있어서다.
예를 들어 내년 3월 입주 예정인 ‘마포자이힐스테이트라첼스(1101가구)’ 전용 84㎡ 입주권은 지난 5월 15일 31억원(9층)에, 앞서 지난 4월에는 31억3000만원에 주인을 찾았다. 신축 아파트 입주권이 30억원을 넘어서며 주변 구축 아파트 가격 구도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왔다. 마포 구축 단지이면서 대장단지인 ‘마포래미안푸르지오(3885가구·2014년 입주)’ 전용 84㎡는 올해 들어 23억원 중반~26억원에 실거래되다 최근 27억원에도 매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로또 청약·공급 위축 딜레마
분양가를 낮출 묘수는 마땅치 않다. 비분상제 민간 재개발 단지는 가격 자율성이 큰 반면, 지자체나 HUG가 분양가 산정에 직접 개입하기 어렵다. 동작구는 “민간 재개발 사업이어서 지자체가 분양가에 직접 개입하지 않는다”고 밝혔고, HUG도 “분양가 산정에는 관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고분양가 논란은 커지지만 검증 주체는 모호한 셈이다.
일각에서는 현 정부의 주택 시장 안정 기조를 고려할 때 비강남권에서 고분양가가 반복될 경우 분상제 확대 적용 등 강한 규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분상제 확대 역시 간단한 해법은 아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분양가를 인위적으로 억누르면 당첨자에게 시세차익이 집중되는 ‘로또 청약’ 역차별 논란이 커질 수 있다”며 “분상제가 적용될 경우 사업성이 낮아져 공급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다운 기자 jeong.dawo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61호(2026.05.27~06.02일자) 기사입니다]
[Copyright (c) 매경AX.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메타 AI 데이터센터 4조 수주 잭팟 터뜨린 ‘이 회사’- 매경ECONOMY
- 아파트 편리함·단독주택 쾌적함 갖췄다- 매경ECONOMY
- 집값 상승률 1위 안양 동안구…무슨 일? [감평사의 부동산 현장진단]- 매경ECONOMY
- 스페이스X 동맹 가시화…OCI홀딩스 “75% 더 오른다” [오늘, 이 종목]- 매경ECONOMY
- “귀한 기판 덕”…LG이노텍, ‘황제주’ 등극 [오늘, 이 종목]- 매경ECONOMY
- 스페이스X 나스닥 상장 기대감…우주항공 ETF ‘들썩’- 매경ECONOMY
- 통합 대한항공 헤쳐가야 할 ‘난기류 4’- 매경ECONOMY
- 서울 서소문고가서 붕괴사고 발생…3명 사망- 매경ECONOMY
- K종합상사 1분기 성적표 뜯어보니- 매경ECONOMY
- AI는 ‘에너지 블랙홀’…大전력의 시대- 매경ECONOM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