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월 환산액 표시' 결정…내달 4일 도급제 적용 논의(종합)
노사 모두 "삼성 성과급" 주장 근거로 제시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가 한 달 만에 재개됐다. 사용자 측은 반도체 수출 호황으로 한국 경제 성적표는 나아졌지만, 최저임금 영향이 큰 영세 기업의 부진은 지속되고 있다며 지불 여력을 고려한 최저임금 결정을 주장했다. 반면 노동자 측은 중동전쟁에 따른 물가 상승으로 노동자의 생계비 부담이 급증했다며 실질임금 하락을 막을 수 있는 수준의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했다.
한편 이날 회의에서 사용자 측과 노동자 측 모두 삼성전자 성과급 논란을 거론하며 각각 최저임금 인상과 인하의 근거로 내세우기도 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26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제2차 전원회의를 개최했다.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모두발언에서 "1분기 우리 경제가 수출 증가로 양호한 성적을 기록했으나 최저임금의 영향이 큰 업종의 부진은 계속되고 있다"면서 "내수 경기에 민감한 숙박 음식점업 생산은 1.3% 감소했고 4월 말 기준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460조원으로 역대 최고"라고 진단했다. 류 위원은 "이러한 상황을 고려했을 때 올해 최저임금 심의에서는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지불 여력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업종별 구분 적용도 주장했다. 류 위원은 "현재 최저임금을 감당하기 어려운 취약한 업종부터라도 구분 적용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양옥석 사용자 위원(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은 "반도체 호황으로 사상 최대의 실적을 내고 있지만 절대다수의 중소기업, 소상공인, 또 그 근로자들은 상대적인 박탈감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소득 하위 계층으로 전락한 것이 아닌가 한다"며 이들에겐 최저임금 인상 여력이 없음을 강조했다.

반면 노동계는 코스피 8000 돌파 등 화려한 경제 지표 뒤에 가려진 노동자들의 생계 위기를 전면에 내세웠다. 근로자위원인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삼성전자 성과급 논란과 코스피 상승 등을 언급하며 노동시장 내에서 심화되고 있는 소득 격차를 비판했다. 류 위원은 "최저임금 노동자의 수십 년치 연봉을 단번에 넘어서는 보상 격차는 개인의 '운'으로만 설명하기에는 너무 아득하다"면서 "물가 상승 압력 속에서 저임금 노동자 대부분이 생활고를 호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저임금을 통해 노동소득 양극화 심화라는 악순환 고리를 끊어낼 수 있도록 분명한 인상 효과를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플랫폼 등 도급 노동자들이 최저임금 적용을 받아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류 위원은 "노동형태 다양성을 존중해 최저임금 보호 범위도 그만큼 포괄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노총 부위원장인 이미선 근로자위원은 "최저임금 만원을 넘겼어도 노동자들은 주머니에 돈이 없고 일할수록 손해 보는 느낌에 절망하고 있다"며 "물가 폭등 속에 한 달 실수령액 200만 원도 안 되는 돈으로 노동자들이 어떻게 버텨내고 있는지 처절한 현실을 진지하게 들여다봐야 한다"고 성토했다. 이어 "이번 최저임금위원회가 저임금 노동자들의 생존을 지키는 정의로운 인상과 모든 노동자에게 전면 적용을 결정하는 자리가 될 수 있기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서는 이달 진행된 노사 이해관계자 의견 청취, 사업장 근로자·사업주 의견 청취 내용이 공유됐다. 전문위원회가 실시한 '비혼 단신 근로자 실태 생계비 분석', '임금 실태 등 분석', '최저임금 적용 효과에 관한 실태조사' 등도 보고됐다.
최저임금위는 최저임금 최종 결정 때 단위를 시간급으로 정하되, 월 환산액(월 209시간 근로 기준)을 함께 표시하기로 했다. 3차 전원회의는 다음 달 4일 열린다. 다음 심의부터는 도급제 근로자 최저임금 적용 여부에 관한 논의가 시작된다. 최저임금 법정 심의 시한은 노동부 장관의 심의 요청을 받은 날로부터 90일 후인 6월 말이다. 하지만 대체로 시한을 넘겨 7월까지 심의가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세종=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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