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형 안과·대학 학생회 ‘검은 커넥션’… 공짜 라식에 거액 홍보비

임송수,김다연 2026. 5. 26.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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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대학 덮친 ‘라식 게이트’ 의혹
학생회와 제휴 맺고 수천만원 지급
회장엔 무료 수술·호텔 식사권 로비
비밀유지 조항도… 의료법 위반 소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제작한 이미지.


서울의 유명 대형 안과들이 여러 대학 학생회장단과 홍보 계약을 맺고 관행적으로 거액의 홍보비를 지급해온 것으로 파악됐다. 이 과정에서 일부 안과가 학생회장단에 무료 라식 수술을 제공하는 등 사실상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26일 국민일보 취재에 따르면 A안과는 주요 대학 총학생회 또는 단과대와 제휴 계약을 맺고 연간 수백만~수천만원의 이른바 ‘프로모션비’를 지급하면서 일부 회장과 부회장 등 학생회장단에 공짜 안과 수술을 제공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제휴는 학생회가 각 단위 소속 학생들에게 병원을 홍보해주고 병원은 라식 등 안과 시술 비용을 할인해주는 개념이다. 학생회는 온라인 단체 대화방 등에 주요 시술 정상가와 할인가가 구체적으로 명시된 홍보 글을 게시하고, 수술을 희망하는 학생이 안과에 제휴된 단위 소속임을 밝히면 할인가가 적용되는 구조다.

일부 안과는 이런 영업 과정에서 학생회장단에 불법 소지가 있는 로비를 벌인 정황이 포착됐다. 지난 3월 대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는 연세대 일부 단과대 전직 회장단이 대형 안과와 제휴 계약을 맺으면서 라식 수술을 무료로 받았다는 이른바 ‘라식게이트’ 의혹이 제기됐다. 최근 한 단과대 회장을 지낸 B씨가 무료 라식 수술을 받았으며, 약 3년 전 다른 단과대 회장을 지내고 졸업한 C씨도 재임 시기 제휴 안과에서 무료 시술과 서울시내 5성급 호텔 식사권을 받았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무선 이어폰 등 현물을 제공받은 사례가 있다는 증언도 있었다. 시술은 관계 당국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먼저 사비로 비용을 결제한 후 병원 측이 현금으로 돌려주는 형태로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A안과도 회장단에 대한 안과 시술 제공을 특전으로 내건 곳으로 파악됐다. 한 사립대 현직 회장단 D씨는 “A안과를 비롯해 5~6곳의 안과에서 제휴 요청이 들어왔다”며 “미팅 당시 병원 제휴 담당자가 라식 수술 의사를 물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단과대의 전직 회장단 E씨는 “제휴 계약 관련 미팅 내용은 통상 학생회장과 부회장만 알 수 있다”며 “학생회 구성원에게 밝히지 않았지만 무료로 수술을 해주겠다는 제안이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제휴 계약 이면에는 프로모션비 지급이 수년째 관행처럼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전현직 학생회장단에 따르면 안과들은 대학 총학생회 및 단과대 학생회와 제휴를 맺고자 기존 학생회 임기가 끝나고 새 회장단이 선출되거나 비대위가 구성되면 제안서와 함께 프로모션비를 제공하겠다는 취지의 메일을 보낸다. 연락에 응하면 프로모션비 규모를 공개하는데 학생 수가 많은 단과대는 이 규모가 2000만원을 웃돌기도 했다. 안과들은 프로모션비 액수와 지급 방식을 계약서에 남기지 않고, 계약서에 ‘비밀 유지 조항’을 포함한 것으로 파악됐다.

안과는 잠재 고객을 확보하고, 학생회는 학생회비 납부율 감소로 줄어든 운영비를 벌충할 수 있는 일종의 공생관계를 형성했다는 분석이다. 주요 대학 학생회비 납부율은 갈수록 떨어지는 추세다. 이화여대는 1학기 기준 총학생회비 납부율이 2023년 37.3%에서 올해 33.9%로 감소했다. 연세대의 경우 학생회 운영비에서 안과 프로모션비 등 후원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50% 이상인 단과대가 다수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서는 안과들의 이런 행태가 ‘영리 목적 환자 소개·알선·유인’ 금지를 규정한 의료법 27조 3항에 저촉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회장단에 대한 무료 수술이나 금품·향응 제공은 의료법이 정한 의료광고 범위를 초과했다고 볼 여지가 있다. 프로모션비도 영리 목적으로 쓰일 경우 위법 소지가 있다. 지난해 경희대에서는 한 단과대 학생회장이 F안과에서 350만원을 개인 계좌로 받고 이 중 100만원 이상을 학생회 회식 등에 지출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한 의료법 전문 변호사는 “의료 행위를 알선하는 과정에서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는 행위는 의료법 위반 소지가 크다”며 “회장단 개인에 대한 이익 제공은 의료시장 질서를 해치는 행위라는 판단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취재진은 A안과 측에 입장을 요청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임송수 김다연 기자 songst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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