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1호 핵잠’ 2030년 중반 진수”…‘장보고 N 프로젝트’ 개문발차

심석용 2026. 5. 26.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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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26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 주재 제1회 미래국방전략위원회에서 핵추진잠수함 개발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정부가 26일 핵추진잠수함(원자력잠수함, 이하 핵잠)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한국형 핵잠 도입에 가속 페달을 밟았다.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의 신속한 회복 의지도 다시 확인했다. 미국과의 협의가 걸려 있거나 다소 이견이 있는 안보 사안도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오후 경남 창원시 진해 해군잠수함사령부에서 열린 ‘제1회 미래국방전략위원회’에 참석해 “자주국방이 확고한 나라가 진정한 국가의 완성된 모습”이라며 “굳건한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건조하게 될 핵잠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보를 스스로 책임지겠다는 의지의 상징이며 대한민국 방위산업 역량 강화에도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안규백 국방장관은 회의에서 핵잠 개발 사업을 ‘장보고 N 사업’으로 명명하면서 “국가 차원의 핵심 전력 획득 사업으로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장보고함의 정신을 계승한 차세대 모델(Next generation), 핵추진(Nuclear powered) 방식, 첨단 신기술(Neo technology) 등의 의미가 담겼다. 안 장관은 “핵잠은 북한의 잠수함 기반 핵·미사일 위협을 대비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며 “우리 군의 핵심 대응 수단이 계속 유지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응징적 억제의 핵심 전략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안 장관은 “핵잠은 원자로 핵연료로 농축도 20% 미만을 사용할 것”이라며 “국내에서 원자로와 조선 기술을 활용해 자주적으로 건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핵잠의 설계와 건조, 운용 및 정비, 핵연료 관리와 해체에 이르는 전 과정을 총수명 주기 관점에서 관리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안 장관은 “2030년대 중반 1번함을 진수하는 게 목표”라며 “2030년대 후반 이후 전력화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저농축 우라늄(HALEU)은 프랑스의 쉬프랑급(바라쿠다급) 핵잠이 차용한 방식으로, 우라늄(U)-235 농축도 5~20%를 말한다. 상업용 원자로 연료(3~5%)보다는 높지만 영·미 핵잠이 무기급 고농축 우라늄(90% 이상)을 쓰는 것에 비하면 농축도가 낮다.

안 장관은 “핵잠은 재래식 무장을 탑재해 핵무기를 탑재한 전략핵잠수함과는 무관하다”며 일각의 우려에 선을 그었다. 그는 “국제 핵 비확산 체계를 확고히 준수하는 가운데 자주적으로 핵잠 개발을 추진하겠다”며 “미국과의 긴밀한 소통하에 핵비확산 업무를 성실히 이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핵잠 도입을 비확산 의무와 연결시키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온 중국 등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소요 예산 추정치도 처음으로 윤곽이 나왔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국방연구원이 지난 3월부터 연구용역에 들어가 있다. 단계별로 투자 계획을 수립할 것이고, 예상치이기는 하지만 향후 28조 9000억원까지 들어간다고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한해 국방비(올해 기준 약 65조원)의 절반에 가까운 예산이다. 핵잠 개발만을 위한 특별회계 편성이 필수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안정적 재원 조달을 위해 ‘핵잠 특별법’을 제정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이날 정부의 핵잠 기본계획 공개로 핵잠은 20년 넘게 묶여 있던 비닉(庇匿) 사업에서 사실상 해제됐다. 향후 핵잠 건조를 위한 핵심 전략물자(원자로 및 연료)와 일반 건조 기자재(선체·통신·무장 등) 조달이 한층 용이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동시에 이는 한국 차원의 ‘개문발차(開門發車)’ 성격이 강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한·미 정상은 지난해 10월 한국의 핵잠 도입에 합의했지만, 이후 통상 갈등 및 쿠팡 사태 등으로 후속 조치 이행이 지연돼 왔다. 지난 19일(현지시간) 박윤주 외교부 1차관과 앨리슨 후커 미 국무부 정무차관이 안보 합의 사안을 논의하기 위한 실무그룹을 만들기로 합의했지만, 아직 구체적 의견 교환은 이뤄진 적이 없다. 이런 가운데 한국이 핵잠 개발 계획을 선제적으로 발표한 건 자체적으로 핵잠 로드맵을 공식화해 동력을 이어가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날 정부가 국내 건조 계획을 밝힌 것도 한·미 간 이견을 사전 차단하겠다는 의도일 수 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한국의 핵잠 도입에 합의한 다음날인 지난해 10월 30일 “한국은 핵잠을 훌륭한 미국 필라델피아 조선소(필리조선소)에서 건조할 것”이라며 미국 내 건조를 시사해 혼선을 빚기도 했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대학원장은 “핵잠 개발 의지를 재확인하면서 미국을 우회적으로 압박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적대적 두 국가론을 부각하는 북한에 대응해 한반도 상황 관리를 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표출한 측면도 있다”고 짚었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최근 한·미 정상 통화를 계기로 일종의 승부수를 띄운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李 “(지금 환수해도) 아무 문제 없다”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에서 열린 제1회 미래국방전략위원회에서 참석자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안 장관은 회의에서 전작권 회복과 관련해 “우리 군은 국방비 증액 등을 통해 필요한 대부분의 능력을 조기에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올해 2단계 검증이 완료되면 마지막 전작권 회복 단계로 진입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어 “올해 전작권 회복 가속화를 위한 로드맵을 완성하고 58차 한미안보연례회의를 통해 미래연합사 완전 운용 능력 검증을 끝낸 뒤 대통령께 전작권 시기를 건의해 전작권 회복을 가시화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미는 전작권과 관련해 조기 전환이라는 총론에는 합의했지만, 목표연도에서는 이견을 보이고 있다. 지난 11일 한·미 국방부 장관 회담 뒤 양국이 발표한 공동보도문에서 “양국 장관은 전작권 전환 등에 대해 논의하고 향후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고만 표현한 것도 이런 흐름이 반영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앞서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지난달 22일(현지시간) 미 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전작권 전환과 관련해 “2029 회계연도 2분기(1~3월) 이내에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로드맵을 국방부(전쟁부)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방부 관계자는 지난 20일 기자들과 만나 “한·미가 합의한 로드맵이라고 볼 수 없다”며 선을 그었다. 양국 수뇌부의 의지에 따라 빠르면 2027년 전환도 가능하다는 게 정부 내 기류다.

회의 중 안 장관이 “보다 더 철저히 안정적이고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때문에 내일 전작권이 회수되더라도 스스로 지켜낸다는 것은 크게 문제가 없다”고 하자 이 대통령은 “크게 문제가 없는 것이 아니라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해야 맞을 것”이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이에 안 장관은 “아무 문제가 없다”고 대답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인공지능(AI)과 무인 전투체계 중심 군대로의 전환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안 장관은 “변화하는 전쟁을 주도하기 위해 체계적으로 드론 능력을 발전해 나가고 있다”며 “50만 드론 전사 양성으로 국산 민간 드론을 대량으로 획득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 장관은 현재 1개 부대로 운영 중인 실증 전담 부대를 하반기에 9개 부대까지 확대 운영하는 방안도 공개했다.

안 장관은 “전략적 타격과 적 방공망 무력화를 위해 장거리 자폭 무인기를 확보해 나가겠다”며 “전투기, 방공 자산 등 기존 전력체계에 (AI)기술을 적용해 전력자산을 고도화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는 위성락 안보실장,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 조현 외교부 장관 등 정부 관계자와 진영승 합동참모의장, 김규하 육군참모총장, 손석락 공군참모총장 등이 참석했다.

심석용 기자 shim.seok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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