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의 스타벅스 비판이 국익 훼손?
[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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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6일 김대중 전 <조선일보> 주필의 칼럼 '대통령의 만기친람' |
| ⓒ 조선일보 |
김대중 "산지사방 참견 안 하는 것이 없는 이재명... 중도국의 대통령은 싫어도 '오냐 오냐'해야"
김 전 주필은 국제형사재판소(ICC)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체포영장 발부를 두고 이 대통령이 "우리도 검토해 보자"라고 발언한 것과 최근 5·18 민주화운동 폄훼 의혹 마케팅으로 논란이 된 스타벅스 코리아에 대해 소셜미디어로 맹공을 퍼부은 사례를 언급하면서 "산지사방 참견 안 하는 것이 없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네타냐후 총리와 스타벅스를 향한 이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그 배경에 유대인 로비 단체와 자본이 있음을 이 대통령이 간과하고 있다며 "유대인은 건드리면 손해"라는 논리를 폈다.
미국 하원 예비선거에서 반(反)네타냐후 성향의 7선 의원이 가공할 만한 유대인 자금에 밀려 낙선한 사례와 스타벅스 창업주가 유대인이라는 사실까지 끄집어 내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자칫 한국을 반(反)유대 진영에 서게 만들어 국가 안보와 동맹, 경제적 여건에 치명적인 손실을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중도국의 대통령은 싫어도 '오냐 오냐' 하면서 가는 것이 그 나라가 사는 길"이라며 "나라를 책임지는 위치에 있는 사람에게는 옳고 그름, 좋고 나쁨이 판단의 준거가 아니다. 국가 이익이 그 준거다"라고 강조했다.
보편적 인권과 민주주의적 가치를 돈과 권력 앞에서 저버려야 한다는 것인가
국익의 중요성을 모르는 이는 없다. 그러나 자국민 구호 활동가를 체포했던 이스라엘의 초법적 행태나 수만 명의 민간인 학살로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으며 ICC 체포영장까지 발부된 네타냐후 체제를 향한 비판을 사소한 것으로 치부하면서, '유대인은 무서운 민족이고 방대한 자금줄을 쥐고 있으니 조용히 넘어가야 한다'식의 주장을 펼치는 김 전 주필의 사상에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대한민국은 엄연히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자 인류 보편의 인권과 민주주의적 가치를 지향하는 국가다. 국제법적 정의와 인도주의적 비판의 목소리를 '건드리면 손해 보는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덮어버리려는 태도는 국제평화 유지와 국제법 준수를 명시한 헌법과 완전히 상반된다.
대외 외교의 도덕적 정당성이 곧 소프트파워가 되는 21세기 다극화 시대에, 오직 미국의 유대인 로비 단체 눈치만 보며 쩔쩔매는 것이 유일한 국익이라는 분석 또한 참으로 빈약하다. 강대국과 특정 이익집단이 싫어하면 무조건 '오냐오냐' 굴종해야만 생존할 수 있다는 식의 비굴한 인식은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이자 선진국 반열에 오른 대한민국의 위상과 격조를 스스로 깎아내리는 것에 불과하다.
이는 김 전 주필의 과거 글과도 대비되는 지점이다. 그는 지난 2023년 "우리가 중국에 해주고 싶은 말-'불용치훼'"라는 제목의 <조선일보> 칼럼에서 "대한민국은 이제 중진국을 넘어 선진국의 문턱에 올라서고 있다. 세계가 우리의 의견과 행보를 주시하고 있다"라면서 "한국은 자유와 민주주의가 나라의 기둥이 되고 법치가 생활이 되는 나라로 발돋움하고 있다. 중국에 대해서도 그것이 한국의 안위에 관계되는 것일 때 할 말은 하는 관계로 발전해야 한다"라고 했다. 중국을 향해서는 자유와 민주주의라는 나라의 기둥에 기반해 할 말은 해야 한다던 김 전 주필이 왜 이스라엘과 유대 자본에 한해서는 한없이 약해지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또한 국내 역사 문제와 결부된 스타벅스 사태를 두고 창업주의 민족까지 언급하며 시오니즘 논쟁을 끌어들이는 대목에 이르면 어처구니가 없다. 스타벅스가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에 '탱크'와 '책상 탁'이라는 군부 독재의 폭압적 상징물을 마케팅 문구로 노출한 사건은 5·18의 역사적 아픔과 헌법적 가치를 정면으로 모욕한 사안이다. 이를 향한 대통령의 비판을 '좌파 정부의 반이스라엘 콤플렉스'때문이라는 황당한 음모론으로 엮어내는 논리 비약은 실소를 자아내게끔 한다.
주권자가 당당한 민주공화국의 리더십이란
한편 김 전 주필은 "대통령은 그 나라의 단순한 정치인이 아니다. 그의 행동 하나하나가 그 나라의 이익이나 손실에 직결된다"라며 현 정부의 선명성 있는 메시지 정치를 비판했다. 세계 시장과 연결된 한국의 구조상, 대통령이 시시비비를 명확히 가리기보다 싫어도 묵인하며 이익을 좇아야 한다고 한탄한 것이다.
하지만 21세기 민주주의 사회에서 국민이 요구하는 리더십은 불의와 학살에 침묵하며 돈과 권력의 눈치만 살피는 비겁한 실리주의가 아니다. 대내적으로는 헌법이 수호하는 민주화의 역사와 가치를 폄훼하는 행위에 단호하게 경고할 줄 알고, 대외적으로는 자국민의 안전을 위협하거나 인류 보편의 인권을 짓밟는 세력을 향해 당당하게 원칙을 말할 수 있는 리더십이다.
김 전 주필에게 묻고 싶다. 김 전 주필이 말한 대로 국민이 반인권적 행위를 당하든, 기업이 역사 왜곡 마케팅을 대놓고 하든 국익을 위해 "돈을 벌어 세계의 방대한 자금줄을 쥐고 있"으며 "그들을 모욕하거나 폄하하는 세계의 어떤 정치 또는 정치인도 그냥 두지 않는" 유대인들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는 말인가.
내 생각은 다르다. 힘의 논리에 굴복하여 역사와 인권을 저버리지 않더라도 옳고 그름의 시시비비를 당당히 말할 줄 아는 성숙한 시민들이 주권자로 있을 때, 그리고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권이 이러한 주권자를 대변할 때, 비로소 국제사회에서 진정으로 존경받는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이 완성되는 것이다.
돈과 권력 앞에 한없이 약소해지기를 자처하는 김 전 주필의 낡은 사대주의적 사고방식으로는, 21세기 글로벌 무대를 당당히 리드할 걸출한 리더십과 국익은 제아무리 꿈꿔도 영원히 도달할 수 없는 신기루에 불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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