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무싸'를 더 가치있게 만든 매력적인 3인방
[양형석 기자]
24일 종영한 JTBC 주말 드라마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이하 '모자무싸')가 5.3%의 시청률로 막을 내렸다(닐슨코리아 시청률 기준). 역사 왜곡 문제로 잡음이 많았던 <21세기 대군부인>이 시청률 13.8%를 기록했고 임지연의 변신이 돋보이는 <멋진 신세계>가 6회 만에 두 자리 수 시청률을 돌파했으며 <은밀한 감사> 역시 6~9%의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는 것에 비하면 <모자무싸>의 시청률은 썩 높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모자무싸>를 집필한 박혜영 작가는 사실 시청률이 높은 인기 드라마를 쓰는 작가와는 거리가 있다. 첫 히트작 <또!오해영>이 10%의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박혜영 작가 최고의 수작으로 꼽히는 <나의 아저씨>가 최고 시청률 7.35%, "날 추앙해요"라는 명대사를 남긴 <나의 해방일지> 역시 최고 시청률 6.73%에 불과(?)했다.
하지만 <모자무싸>는 영화계를 배경으로 인간 내면의 무가치함에 대한 고민과 투쟁을 입체적으로 그려낸 드라마다. 초반 다소 지루하고 불편한 구간을 견디다 보면 각 캐릭터들이 받는 치유와 자유의 감정을 시청자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주연 구교환, 고윤정 외에도 드라마를 더욱 가치 있게 만든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많았다.
|
|
| ▲ 8인회의 실질적인 리더 고혜진은 언제나 이성적인 판단과 생각으로 주변 사람들을 챙긴다. |
| ⓒ jtbc 화면 캡처 |
<찬실이는 복도 많지>를 전후로 본격적인 TV 연기를 시작한 강말금은 2021년 <오징어 게임>에서 성기훈(이정재 분)의 전처, <옷소매 붉은 끝동>에서 혜빈 홍씨를 연기했다. 2022년에는 <군검사 도베르만>에서 강력계 형사이자 도배만(안보현 분)의 고모 도수경 역을 맡았고 <신성한, 이혼>과 <나쁜 엄마>에 이어 <폭싹 속았수다>에서는 애순(아이유 분)과 관식(박보검 분)에게 사기를 치는 부산의 여관 주인을 연기했다.
지난 1월 종영한 <경도를 기다리며>에서 이경도(박서준 분)의 선배이자 동운일보 연예 부장 진한경 역을 맡은 강말금은 <모자무싸>에서 영화사 고박필름의 대표 고혜진을 연기했다. 강말금이 연기한 고혜진은 영화감독 박경세(오정세 분)의 아내이자 8인회 아지트를 직접 만들어 운영하는 인물로 모임의 '트러블 메이커' 황동만(구교환 분)의 출입금지와 출입금지 해제를 결정한 8인회의 실질적인 리더다.
혜진은 만드는 영화마다 흥행에 실패하는 경세를 비난하는 사람들에게 "나, 박경세 존경해. 박경세는 또 써. 또 만들어. 그 조롱을 먹고 또 해. 며칠 펑펑 울어. 눈물, 콧물 질질 짜가며 울어. 그리고 또 링 위에 올라가"라며 남편의 기를 세워줬고 황동만의 영화 제작을 결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경세가 젊은 보조 작가를 만나 좋은 글을 쓰기 시작하자 제작자의 기쁨과 창작자 아내의 서글픔을 동시에 느끼기도 했다.
|
|
| ▲ 백치미 있는 유쾌한 캐릭터를 많이 연기했던 한선화는 <모자무싸>에서 외로움을 많이 느끼는 톱배우 역할을 맡았다. |
| ⓒ jtbc 화면 캡처 |
박경세 감독의 5번째 영화 <팔 없는 둘째 누나>의 주연 배우로 등장한 장미란은 영화가 흥행에 실패하고 영화에 대한 악플이 달리자 "감독님은 데뷔작이 가장 좋았던 거 같아요"라고 일침을 날린다. 이 때까지만 해도 도도한 스타 장미란의 캐릭터와 러블리한 매력을 가진 한선화라는 배우가 썩 어울리지 않았지만 황동만과 변은아(고윤정 분)을 만나면서 장미란의 진짜 매력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8인회의 아지트에 놀러 왔다가 경세와 동만이 싸우는 장면을 목격한 미란은 동만과 함께 경세의 흉을 보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빠르게 동만과 가까워진 미란은 아는 연예인 한 명 없어 친척들에게 구박을 받던 동만을 위해 사촌 동생의 결혼식에 나타나 축가를 불러줬다(하지만 '기깔 난' 시나리오 나오면 자신에게 가장 먼저 보여 달라는 미란의 말과 달리 황동만의 데뷔작에는 장미란이 나오지 않았다).
그 후에도 동만을 비롯한 8인회 사람들과 어울리던 미란은 은아와도 가까워지고 은아와 알 수 없는 동질감을 느낀다. 마지막회에서 미란은 은아에게 "엄마가 '내 친딸은 '근사하다'던데 근사한 건 어떤 거야?"라고 묻자 은아는 자신이 오정희의 친딸임을 밝힌다. 미란은 은아의 고백을 듣고 충격을 받지만 소리 없이 눈물만 흘리는 은아를 꼭 안아주며 자신과는 다른 아픔을 견뎌냈던 은아를 진심으로 위로한다.
|
|
| ▲ 성동일은 <모자무싸>에서 최고의 연기와 괴팍한 성격을 가진 노강식 역으로 특별 출연해 남다른 존재감을 보여줬다. |
| ⓒ jtbc 화면 캡처 |
8회에서 변은아와 마재영(김종훈 분)이 함께 쓴 <낙낙낙>의 시나리오를 읽고 흥미를 가지면서 등장한 노강식은 연기를 잘하는 후배를 폭행하고 후배가 돋보이는 장면을 쓰지 못하게 감독을 압박하는 겉과 속이 다른 인물로 알려졌다. 실제로 11회에서는 촬영 현장에서 후배 배우(김동욱 특별 출연)와 주먹다짐 직전까지 갈 뻔 하기도 했다.
<낙낙낙>의 시나리오가 오정희에게 넘어가고 주인공을 여자로 바꾸려 하자 노강식은 '홧김에' 거들떠 보지도 않았던 황동만의 데뷔작 <날씨를 만들어 드립니다>에 출연하겠다고 수락했다. 노강식은 스케줄까지 조정하며 신인 감독의 영화에 출연했지만 촬영에 들어가자 멘탈이 터진 황동만은 촬영을 진행하지 못한다. 이 때 물리적 충격(구타)을 통해 황동만의 전투력(?)을 다시 끄집어낸 인물도 바로 노강식이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천하다는 이유로 핍박받은 조선시대 궁녀, 실제는 이랬다
- 딸도 등 돌린 대본... 왜 '마이클'은 이토록 잔인해졌을까
- "이게 마지막일 줄 알았는데..."어린아이처럼 뛴 86세 거장
- 얄미울 정도로 완벽했던 '홍대 여신', 내가 무장해제된 순간
- "6년 한국에서 유학했는데 번역기로 소통, 유튜브만 보는 학생도..."
- 사남매 키우는 전업주부 아빠의 돈 안 드는 '사교육' 노하우
- 교육감 후보 현수막 앞에서 참담함 감출 수 없었던 이유
- 수위 높은 게이 커플의 사랑, 파격적 설정에 담긴 감독의 의도
- AI로 만든 노래, 공식 선거 운동 기간에 쓸 수 있을까
- '대군부인'이 자초한 역사 왜곡,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