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캐나다 女소령 “정말 놀라워”…도산안창호함 태평양 건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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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수함 해치 열고 3m 아래 내려가 보니…
25일(현지 시각) 오전 캐나다 서부 빅토리아 에스퀴몰트 해군기지. 검은색을 띤 83m 길이의 3000t급 디젤 잠수함 한 척이 정박해 있었다. 기지 부두 위에선 흰색 해군 정복을 입은 김경률 해군참모총장과 데이비드 펫첼 캐나다 태평양 함대 사령관 등 양국 해군 장병과 캐나다 한국 교민 등 약 100명이 이 잠수함을 바라보고 있었다. 지난 3월 25일 경남 창원시 진해군항에 출항, 1만4000㎞를 항해해 지난 23일 이곳 캐나다에 도착한 도산안창호함이다.
잠수함에 올라 맨홀 뚜껑보다 조금 더 커 보이는 해치(hatch)를 열자, 사람 한 명이 겨우 들어갈 3m 높이의 수직 통로가 나왔다. 사다리를 타고 내려가니 좁은 복도가 선미 쪽으로 쭉 뻗어 있었다. 두 팔을 쭉 펴기 어려운 복도는 승조원 거주 구역→전투지휘실 및 조종실→함장실→기관제어실로 이어졌다. 승조원이 머무는 2인·5인·10인실의 선실에는 누우면 윗 침대에 코가 닿을 듯한 층고의 침대가 놓여 있었다.
이렇듯 일반인이 보기에 불편할 것처럼 보이지만, 장기간 작전 수행 때 승조원의 피로도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설계됐다고 한다. 침상도 한국인보다 체격이 큰 유럽인 체형에 맞춘 규격이다. 디젤 잠수함 중에선 최상위권 수준이다. 50여명의 승조원이 쓰는 식당은 8인용 식탁 2개와 4인용 식탁 1개가 있어 한 번에 20명도 식사가 가능해 보였다. 식당에는 텔레비전은 물론 『파친코』,『코스모스』 등 소설·인문·과학 등 다양한 분야 책들이 30권가량 비치돼 있었다. 여성 승조원을 위한 침실·화장실 등이 별도로 있다.
지난 7일 미국 하와이에서 중간에 탑승해 16일간 도산안창호함을 함께 항해한 캐나다 해군 잠수함사령부 소속 브리타니 부르주아 소령은 현지 인터뷰에서 “정말 놀라웠다”며 평가했다. 그는 "처음 잠수함 내부에 들어갔을 때 공간이 매우 넓고 완벽하게 청결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고, 무엇보다 함내 제공된 음식이 정말 훌륭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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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 벗은 도산안창호함…첨단 자동화 공간 나타나
국내 독자 기술로 건조·설계한 도산안창호함 내부 곳곳은 첨단 잠수함 장비의 산실이었다. 전투지휘실은 여러 모니터와 함께 잠수함 핵심 장비인 소나·전투체계를 통합 운용하는 장비들이 있었고, 기관제어실에는 장기간 잠항(潛航·물 속에 숨어 항해함)을 가능케 하는 공기불요 추진체계(AIP)를 위한 연료전지 등이 갖춰져 있었다. 디젤 엔진을 돌리려면 많은 산소가 필요해 마스트를 수면 밖으로 노출시켜 외부 공기를 흡입하는 ‘스노클(Snorkel)’을 해야 하는데, 함정 내 산소와 연료로 전기를 만들기 때문에 굳이 스노클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오동건(중령) 도산안창호함 부장은 “캐나다 승조원들이 우리 잠수함에서 3교대 당직 근무에 투입돼, 각종 장비와 성능을 체험했다”며 “이 과정에서 깨끗하고 잘 정돈된 우리 함정의 내부와 자동화돼 컴퓨터 기반으로 운용되는 것을 보고 종종 감탄했다”고 전했다. 펫첼 사령관도 이날 “(도산안창호함에) 편승했던 캐나다 승조원의 말씀을 들려드리자면, 이번 경험을 통해 배우게 된 것은 캐나다도 새로운 잠수함이 필요하다는 것”이라며 “빅토리아에서 다시 하와이까지 가는 훈련 기간 동안에도 6명의 승조원을 편승해 한국 잠수함을 배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률 해군참모총장은 “캐나다 해군에게 새로운 잠수함의 필요성을 느끼게 만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산안창호함 탄 캐나다 해군 “새 잠수함 필요성 배워”
최대 60조원 규모의 ‘캐나다 차기 잠수함 도입 사업(CPSP)’ 수주전에 한국(한화오션·HD현대중공업 컨소시엄)이 뛰어든 가운데 도산안창호함이 한국 잠수함 역사상 처음으로 태평양을 횡단, 국산 잠수함의 첨단 기술력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CPSP는 캐나다가 2030년대 중반 퇴역 예정인 빅토리아급(2400t) 잠수함 4척을 대체하기 위해 최대 12척의 디젤 잠수함을 도입하는 사업으로, 한국과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TKMS)이 최종 후보로 경쟁하고 있다.
앞서 도산안창호함은 한국-캐나다 연합협력훈련에 참여하기 위해 지난 3월 25일 경남 창원시 진해군항에 출항, 태평양에 있는 괌·하와이 기지를 거쳐 이곳 캐나다 해군기지에 도착했다. 항해 거리만 역대 최장인 약 1만4000㎞로, 대양전이 가능한 장거리 작전 능력을 입증했다. 특히 약 60일간의 항해 중 잠항으로 항해한 기간이 전체 일수의 99.5∼99.6%나 된다는 게 해군 설명이다. 하와이와 괌 등 수온이 30도에 달하는 열대 해역을 지날 때도 냉각이 필요한 전자·기계 장비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한다.

특히 이번 항해 중 도산안창호함은 모의 전시 가정 상황에서 전술지휘통제 자동화체계(C4I)를 통해 캐나다 태평양사령부와 교신에 성공했다. 한국 잠수함이 타국군과 C4I 체계를 동원해 교신에 성공한 건 처음으로, 캐나다 해군 작전에도 적용 가능한 ‘상호운용성’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김 해군참모총장은 “우방국 등과 다양한 다국적 연합 훈련을 해왔으며 빅토리아에 입항할 때도 평소 우리가 구축한 시스템을 이용해 아무런 지장 없이 들어올 수 있었다”며 “상호운용성 부분에 대해서는 우려할 필요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성능 더 향상된 ‘장영실급 잠수함’ 제시
한국 측이 캐나다에 제시한 잠수함은 ‘KSS-Ⅲ Batch-Ⅰ’인 도산안창호급 잠수함보다 성능이 향상된 ‘KSS-Ⅲ Batch-Ⅱ’인 장영실급 잠수함이다. 3600t급인 이 잠수함은 도산안창호급보다 길이도 6m 더 긴 89m이다. 탐지·타격 능력, 어뢰·기뢰·유도탄 등 무장 탑재수량도 늘리고, 선체·장비 소음과 진동을 감소하는 기법을 추가해 은밀성·생존성을 높였다. 또 도산안창호함의 납축전지보다 에너지 밀도가 높은 리튬이온전지를 탑재, 더 긴 잠항으로 수중작전 지속능력을 향상했다. 국산화 비율도 80%를 넘겼다.
한편, 이날 도산안창호함과 호위함인 대전함(3100t급)이 정박한 에스퀴몰트 기지 부두에서는 펫첼 사령관 주관으로 입항 환영식도 열렸다. 이날 행사에서 한국 해군은 양국의 바닷물을 하나로 합쳐 담는 ‘합수(合水)식’ 행사를 진행했다. 한국 해군이 진해군항에서 출항할 때 진해 바닷물을 절반 가량 채운 잠수함 모형 캡슐 2개를 가져왔고, 캐나다에서 에스퀴몰트 기지 바닷물로 나머지 절반을 채운 것이다. 합수식은 태평양을 횡단한 도산안창호함의 개척 정신을 기리고 양국 해군의 우호 협력을 상징한다는 게 해군 설명이다. 이 잠수함 모형 캡슐은 한국·캐나다 해군이 1개씩 나눠 가졌는데, 이 잠수함 모형 캡슐은 ‘장영실급 잠수함’을 본떠 만들었다.

캐나다 빅토리아=안대훈 기자 an.dae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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