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모든 책임 내게"...고개 숙인 정용진, 신세계 '체질 개선' 각골난망 다짐

김찬주 2026. 5. 26.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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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국민사과, '탱크데이' 논란 8일만
'관행', '결재라인' 총체적 부실 자인
자체 조사 결과 '고의성' 입증 못해
정 회장, 광주 찾아 거듭 사과할 수도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26일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에서 열린 스타벅스 '탱크데이' 사태 관련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뉴시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모든 책임은 내게 있다"며 고개를 숙였다. 스타벅스 코리아의 5·18 '탱크데이' 마케팅이 민주화운동 관련자들을 폄훼했다는 논란이 불거진 지 8일 만의 대국민사과다.

그룹 총수의 사과를 계기로 신세계는 그간의 관행에 고착된 결재 과정과 의사결정 시스템의 총체적 부실을 반성하며, 모든 프로세스에 대한 전면 재점검 및 전사적 개선을 다짐했다.

논란 8일 만에 고개 숙인 정 회장

정용진 회장은 26일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에서 대국민사과 기자회견을 열었다. 어두운 표정으로 회견장에 단상에 오른 그는 "5·18 민주화운동 유가족과 박종철 열사 유가족, 광주 시민,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26일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스타벅스 '탱크데이' 사태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뉴시스

매장 일선에서 근무하는 현장 직원들은 이번 일에 대해 책임이 없다는 점도 호소했다. 각종 SNS에는 일부 시민들의 폭력적 언행으로 매장 직원들이 정신적·육체적 피해를 입고 있다는 토로가 잇따르고 있다.

이와 관련, 정 회장은 "부디 이분들을 조금 더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주시기를 부탁드린다. 이분들은 고객 한 분 한 분을 위해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성실한 직장인일 뿐"이라며 "책임은 조직과 나를 포함한 경영진에게 있다"고 했다.

마케팅 검수 체계 강화와 리스크 관리 시스템에 대한 전면 재점검을 통한 내부 관리 체계를 전면 재점검하겠다는 다짐도 밝혔다.

그는 "내부 시스템과 리스크 관리 체계를 근본부터 다시 점검하고 사회적 책임에 대한 기준도 더욱 높이겠다"며 "신세계그룹 구성원 모두 우리 사회의 역사와 희생을 기억하고 국민의 마음을 깊이 이해하고 존중하겠다"고 말했다.

전상진 신세계그룹 경영총괄 부사장을 비롯한 임직원들이 26일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에서 열린 스타벅스 '탱크데이' 사태 관련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서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한 뒤 고개를 숙이고 있다. 왼쪽부터 신세계그룹 이규봉 경영지원총괄 전무, 전상진 경영총괄 부사장, 김수완 대외협력본부장 부사장, 양종환 감사팀장 상무.ⓒ뉴시스

자체 조사서 '고의성' 근거 못 찾아

신세계는 이번 논란에 대한 일주일 간의 자체 진상조사 결과, 이커머스 담당자들이 고의적으로 민주화운동 정신을 폄훼하려 했는 지에 대한 고의성을 입증할 명확한 근거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당시 이커머스 관련 직원 5명 중 2명은 사건의 고의성이 없음을 입증하고 싶다며 휴대전화를 자발적으로 제출했지만, 나머지 2명은 개인정보를 이유로 제출을 거부하면서 법적·절차적 한계에 따라 조사에 제약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그룹은 이외 이커머스팀 전원과 당시 전략기획본부, 대표이사 등 보고라인 전원의 휴대전화와 노트북 등을 포렌식하고, 관련 업무에 사용된 기타 장치와 하드드라이브 등을 회수해 조사했다고도 설명했다.

이처럼 ▲'4단계'(팀장→담당→본부장→대표이사)에 걸친 결재라인이 있었음에도 그 누구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은 점 ▲단계별 결정권자가 관련 메일 첨부파일도 열어보지 않은 채 승인해 넘겼다는 점 등은 관행에 익숙해진 그룹 내부 병폐를 여과 없이 보여줬다는 비판을 사기에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전상진 신세계그룹 경영총괄부사장은 "(마케팅 보고) 과정에서 그 누구도 '5월 18일에 탱크데이는 안 된다'고 지적하지 않았다"며 "마케팅 기획과 승인 과정에서 단 한 차례의 문제제기 조차 없었다"고 했다.

이어 "마케팅의 즉시성을 우선시한 까닭에 법무팀의 검증 프로세스도 거치지 않았다"며 "이번 사안은 실무자의 과실을 넘어 스타벅스 코리아 내부의 사회적·역사적 민감성 부재를 드러냈다. 마케팅 검증·리스크 관리 체계에 심각한 결함이 있다는 사실도 함께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그룹은 내부 의사결정 과정ㅊ상의 문제를 자인하며 재발 방지를 위한 전사적 차원의 체질 개선을 다짐했다.

신세계 측은 정 회장의 '책임' 발언의 의미에 대해 "재발 방지 대책과 직원들의 역사 의식 제고까지 직접 챙기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스타벅스의 '탱크데이' 마케팅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25일 서울 시내 한 스타벅스 매장 모습. ⓒ뉴시스

'탱크' 논란, 과거 정 '멸공' 발언 연결은 무관

일각에선 정 회장의 과거 "멸공" 발언이 이번 사안과 연결되면서 일파만파 확산한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앞서 정 회장은 과거 자신의 SNS에 '멸공' '멸콩'(멸치+콩) 등을 게재한 바 있다.

김수완 신세계그룹 대외협력본부장 부사장은 "정 회장의 과거 발언이 (이번) 스타벅스 코리아의 부적절한 프로모션과는 관계 없다는 점을 말씀드린다"며 "(그룹은) 마땅히 사안의 중대성을 인식해 최고책임자인 손정현 전 대표 및 이커머스 담당임원을 해임 조치했다"고 답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신세계는 추후 사내 직원들을 대상으로 역사 인식 교육 프로그램 이수를 추진하겠다는 대책도 내놨다.

김 부사장은 "직원들에 대한 역사 의식을 바르게 할 수 있는 프로그램에 대한 고민이 있다"며 "역사 의식과 관련해 20대부터 60대까지 아우를 수 있는 프로그램을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에 대해 더 많은 고민을 하겠다. 그룹 전체가 올바른 역사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26일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에서 열린 스타벅스 '탱크데이' 사태 관련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뉴시스

정 회장, 광주 찾을 수도…신세계 "시점 고심"

그룹 차원의 자체 조사와 수사기관의 수사 과정에서 이번 사안이 초래된 배경에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날 경우, 정 회장이 민주화운동이 발발한 광주를 찾아 시민들과 관련 단체, 유가족에 재차 사과할 가능성도 전망된다.

전 부사장은 현재로선 '철저한 진상규명'이 우선이라는 점을 명확히 하면서도, '정용진 회장이 직접 광주를 찾아 5·18 단체 및 시민들에게 사과할 의향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그 부분에 대해 향후 적절한 시점에 내려가는 걸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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