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이 바꾼 노동교섭 지형…성과급도 쟁의 대상 되나

김성웅 2026. 5. 26.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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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법 2조 5호, 성과급 쟁의 빌미 논란
개정 전 판례도 임금 쟁의 불인정
“성과급, 근로조건 결정 사항 아니다”
지난 20일 경기 수원시 장안구 경기고용노동청에서 열린 삼성전자 임금협상을 마친 후 여명구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반도체 사업 담당) 피플팀장(왼쪽부터)과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잠정 합의한에 서명한 후 손을 맞잡고 있다. ⓒ뉴시스

삼성전자 노사 잠정합의 이후 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란봉투법)이 성과급을 노동쟁의 대상으로 볼 수 있는 해석의 여지를 열어줬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법조계와 정부가 다른 해석을 내놓으면서 논쟁이 점화되는 양상이다.

논란의 핵심은 개정 노조법 2조 5호다. 이 조항은 ‘노동쟁의’를 ‘임금·근로시간 등 근로조건의 결정과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 경영상의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로 규정하고 있다.

삼성전자 노조는 성과급이 단체교섭 대상이자 쟁의 대상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법조계 일각에서는 노조법 2조 5호 개정이 이런 주장의 법적 배경이 됐다고 분석한다.

개정 이전 판례는 임금을 노동쟁의 대상으로 보지 않았다. 그러나 법 개정 후 성과급에 대한 판결은 아직 없어 법적 공백 상태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성과급 배분은 회사법적 자본 배분의 영역으로 노조법상 근로조건의 결정 사항이 아니다”며 “그럼에도 ‘노동쟁의 대상이다’는 해석이 가능하게 된 것은 개정 노조법에 원인이 있다”고 밝혔다.

최 교수는 “근로자는 임금채권자로서 고정된 임금을 보장받는 반면, 주주는 잔여이익에만 참여하는 잔여청구권자”라며 “주주에게 주어지는 잔여이익에 근로자가 배당을 요구하는 것은 주식회사의 본질에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노동부, 노란봉투법 책임론 ‘반박’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삼성전자 노사 잠정합의 이틀 후인 22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노란봉투법 책임론에 선을 그었다.

김 장관은 “노란봉투법이 성과급 논쟁을 키웠다는 시각에 동의하기 어렵다”며 “오히려 노란봉투법을 활성화해야 하청업체라든지 고생한 사람은 안중에도 없는 이기주의를 억누를 수 있다”고 말했다.

노란봉투법이 불법파업에 면죄부를 줬다는 주장에 대해 김 장관은 “삼성전자 초기업노조는 적법한 쟁의를 하겠다고 했지, 불법 파업을 하겠다고 하지 않았다”며 “심지어 법원 가처분 신청이 나오니 그것도 지키면서 하겠다고 하는데 무슨 노란봉투법 타령이냐”고 했다.

여야도 공방을 벌였다. 국민의힘은 삼성전자 노사 협상 결렬 당시 “노란봉투법은 쟁의행위 범위를 사실상 무제한으로 확장하고 사용자 측 손해배상 청구권을 제한함으로써 이번과 같은 장기 교착 국면이 반복될 수 있는 제도적 토양을 만들어줬다”고 비판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즉각 반박했다. 박해철 민주당 대변인은 지난 20일 국회 브리핑에서 “노란봉투법의 핵심은 하청·간접고용 노동자가 실질적 사용자와 교섭할 수 있도록 사용자 개념을 확대하고 과도한 손해배상과 가압류 남용을 제한해 노동3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데 있다”며 “삼성전자 노조는 원청에 직접 고용된 노동자들로 구성돼 있으며 노조법 개정 이전부터 단체교섭권과 쟁의권을 보장받아 왔다”고 설명했다.

성과급 고정 지급 요구, 전산업 확산 양상

삼성전자 노조는 지난해 12월부터 영업이익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고 OPI 상한(연봉 50%)을 폐지해 제도화할 것을 요구해왔다. 노사는 중앙노동위원회 사후조정을 세 차례 거치고 총파업을 하루 앞둔 20일 김영훈 노동부 장관이 직접 자율교섭을 주재하면서 극적으로 합의에 이르렀다.

합의안은 DS 부문 사업성과의 10.5%를 재원으로 한 특별경영성과급 신설과 DX 부문 600만원 상당 자사주 지급이다. 그러나 DS 부문은 수억원대 성과급을 받는 반면 DX 부문은 600만원에 그치면서 부문 간 갈등은 합의 이후에도 가라앉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 노사갈등은 현재 소강상태지만, 성과급 고정 지급 요구의 불씨는 다른 산업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올해 단체교섭에서 순이익 30%,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영업이익 30%, 카카오 노조는 영업이익 13~15%를 각각 성과급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최 교수는 “삼성전자 노사 합의는 성과주의 원칙을 무너뜨리고 사업부 배치라는 개인이 통제할 수 없는 외적 요인으로 보상이 결정되는 구조를 만들었다”며 “이번 합의는 일회성이 불과하고 지속가능하지 않다. 국회는 노조법을 전면 재개정해야 하고, 기업은 근로자 보상정책을 근본적으로 재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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