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타 편성'으로 시청률 32% 찍은 로맨틱 코미디
[양형석 기자]
2010년에 방송됐던 문근영, 천정명, 서우 주연의 KBS 드라마 <신데렐라 언니>는 프랑스의 전래동화 <신데렐라>를 신데렐라 언니의 시선으로 재해석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물론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원작과 드라마의 연결 고리는 점점 약해진다). 특히 원작 동화에서 동생을 시기·질투하는 악역이었던 신데렐라의 언니가 어린 시절부터 상처와 아픔을 감추고 살아왔다는 설정은 상당히 신선했다.
<명랑소녀 성공기>를 통해 '대세스타'로 떠오른 장나라와 <로망스>로 스타덤에 오른 김재원, 주목 받는 신예 김래원이 주연을 맡은 MBC 드라마 <내 사랑 팥쥐> 역시 한국의 전래 동화 <콩쥐팥쥐>를 팥쥐의 시선으로 만든 드라마다. <내 사랑 팥쥐>는 팥쥐가 사람들의 관심을 받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전래 동화의 주인공 콩쥐(홍은희 분)가 '착한 여자 콤플렉스'를 가진 빌런으로 표현한 '역발상'이 돋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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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년 KBS의 첫 드라마였던 <쾌걸춘향>은 30%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동 시간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
| ⓒ <쾌걸춘향> 홈페이지 |
인천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유년기를 보내다가 중학 시절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떠난 한채영은 시카고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한국으로 여행을 왔다가 2000년 영화 <찍히면 죽는다>를 통해 배우로 데뷔했다. 한채영은 같은 해 드라마 <가을동화>에서 은서(송혜교 분)와 운명이 바뀌는 최신애 역을 맡았다.
2002년 영화 <해적, 디스코왕 되다>에서 봉팔(임창정 분)의 여동생 봉자를 연기한 한채영은 2003년 영화 <와일드 카드>에서 강력반 형사 방제수(양동근 분)가 짝사랑하는 본청 과학 수사대 감식반원 강나나 역을 맡았다. 그렇게 데뷔 초 연기로는 크게 주목을 받지 못하던 한채영은 2005년 초 KBS 드라마 <쾌걸춘향>에서 주인공 성춘향 역에 캐스팅됐고 드라마의 높은 인기를 주도하며 배우로 자리 잡았다.
<쾌걸춘향>을 통해 KBS 연기대상 여자 인기상과 베스트 커플상(with 재희)을 수상한 한채영은 같은 해 홍자매 작가의 차기작 <마이걸>에 특별 출연했고 2006년에는 MBC 주말드라마 <불꽃놀이>에서 주연을 맡았다. 2007년 영화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에 출연한 한채영은 장진 감독이 연출을 맡은 <서툰 사람들>로 연극에 도전했고 2009년엔 영화 <굿모닝 프레지던트>에서 대통령의 딸을 연기했다.
2010년 위스키브랜드에서 제작한 광고 영화 <인플루언스>에서 이병헌과 연기 호흡을 맞춘 한채영은 2010년 동명의 인기 만화를 원작으로 한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에 출연했지만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2010년대 중국으로 활동 범위를 넓힌 한채영은 2013년 <광고천재 이태백>과 <예쁜 남자>에 차례로 출연했고 2017년엔 예능 프로그램 <언니들의 슬램덩크> 시즌2에서 걸그룹 '언니쓰'로 활동했다.
2018년 MBC 드라마 <신과의 약속>에 출연한 후 한 동안 활동이 뜸했던 한채영은 2022년 MBN 드라마 <스폰서>에서 뷰티회사 CEO 한채린 역을 맡았고 2024년에는 KBS의 <스캔들>을 통해 데뷔 첫 일일드라마에 도전했다. 작년 범죄 스릴러 영화 <악의 도시>로 오랜만에 스크린에서 얼굴을 비춘 한채영은 지난 13일 종영한 MBN의 트로트 서바이벌 프로그램 <무명전설>에서 심사위원으로 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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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채영은 <쾌걸춘향>에서 고전소설 <춘향전>의 성춘향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
| ⓒ KBS 화면 캡처 |
지금은 많은 히트작을 낸 '로맨틱 코미디의 대가'로 명성이 높지만 당시만 해도 홍자매 작가는 한 편의 드라마도 집필한 적이 없는 신인에 불과했다. 배우들 역시 검증되지 않은 신인 작가의 드라마에 출연하는 것이 망설여질 수 밖에 없는 상황. <쾌걸춘향>은 주연 배우급 배우들의 고사로 신인급이었던 한채영과 재희, 엄태웅으로 주연 라인업을 꾸렸다.
큰 사랑을 받았던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후속으로 <쾌걸춘향>이 편성됐을 때만 해도 <야인시대>의 이환경 작가가 집필한 <영웅시대>, 김태희, 김래원이 주연을 맡은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에 비해 많은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회가 거듭될수록 10~20대 젊은 시청자들을 중심으로 큰 사랑을 받은 <쾌걸춘향>은 32.2%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대타 편성의 기적'을 만들었다(닐슨코리아 시청률 기준).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고전 소설의 설정에 현대적 감각을 입힌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가 흔치 않았기 때문에 방영 초 <쾌걸춘향>의 설정에 거부감을 느끼는 시청자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쾌걸춘향>은 홍자매 작가의 경쾌하면서도 통통 튀는 각본과 신예 배우들이 선보인 기대 이상의 연기에 힘입어 큰 인기를 누렸다. '전설의 OST 명곡'으로 꼽히는 IZI의 <응급실> 역시 <쾌걸춘향>의 인기에 불을 지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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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소 아들에게 한없이 엄했던 몽룡의 아버지는 결정적인 순간에 누명을 쓴 아들의 결백을 믿었다. |
| ⓒ KBS 화면 캡처 |
영화 <실미도>와 KBS 드라마시티 <제주도 푸른 밤>을 통해 주목 받기 시작한 '늦깎이 신인' 엄태웅은 <쾌걸춘향>에서 변학도 역을 통해 처음으로 주연을 맡았다. 변학도는 춘향을 남몰래 좋아하는 '키다리 아저씨'로 등장했다가 춘향이 자신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자 흑화해 몽룡을 나락으로 빠트리는 음모를 꾸민다. 하지만 마지막에는 기자들에게 자신이 꾸몄던 음모를 고백하며 시청자들의 '민심'을 회복했다.
영화와 드라마를 넘나들며 선한 캐릭터를 많이 연기했던 박시은은 <쾌걸춘향>에서 이몽룡의 첫사랑 홍채린을 연기하며 첫 악역에 도전했다. 처음엔 몽룡의 구애를 매몰차게 거절하지만 남자친구와 결별한 후에는 몽룡에게 매달리며 몽룡과 춘향 사이를 떼어 놓으려 한다. 하지만 드라마 중반 이후 변학도가 본격적인 메인 빌런으로 떠오르면서 악녀로서 채린의 존재감은 크게 작아지고 말았다.
영화와 드라마, 연극을 오가며 유쾌한 인물부터 진중한 역할, 사악한 악역까지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했던 베테랑 배우 안석환은 <쾌걸춘향>에서 이몽룡의 아버지 이한림 역을 맡았다. 남원 경찰서장으로 사고뭉치 몽룡에게는 엄한 아버지지만 며느리 춘향 앞에서는 누구보다 다정하다. 하지만 몽룡이 변학도의 음모에 당해 경찰에게 잡힐 뻔 했을 땐 기꺼이 아들의 안전과 자신의 경찰 커리어를 바꾸는 선택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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