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민주당이냐 김관영이냐"…흔들리는 민주당 텃밭 전북
"선택지 없던 민주당 텃밭에 변수 등장"
민주당 1극 체제...견제 부재 불만도
"나는 김관영인데, 부안 사는 동생은 이원택이 좋다는 거야. 가족 모임에서 싸움 났다니까."
25일 전북 남부시장에서 가구상을 하는 이모씨(60)는 전북도지사 지지후보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큰 선거 때마다 지지후보가 같았던 이씨 가족은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생각이 엇갈렸다.

과거 전북 지역 선거에서는 좀처럼 없었던 일이다.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나선 이재명 대통령은 전북에서 82.98% 지지를 얻었다. 2022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로 나섰던 김관영 후보 득표율도 82.11%였다. 전북은 더불어민주당의 텃밭, 경선만 이기면 본선은 따놓은 당상이라는 말이 나왔다. 남부시장에서 채소를 파는 32세 문모씨는 "여기(전북은) 대통령 선거 아니면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는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현역 도지사였던 김관영 후보가 지난해 11월 식당에서 청년 당원들에게 대리비 명목으로 1인당 2만~10만원을 건넸다가 회수했는데, 이 사실이 당내 경선을 앞두고 알려지자, 민주당은 김관영 후보를 당에서 제명했다. 김관영 후보는 도지사 당내 경선에서 자동으로 제외됐고, 무소속 후보로 출마했다.

전주역에서 만난 70대 택시기사는 "여기서 70년 살았는데 현직이 무소속으로 나온 건 처음 본 거 같다"고 말했다. 계속된 질문 끝에 이원택 후보 지지 의사를 밝힌 그는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김관영 후보를 제명했다고 말들을 하는데, 현직 지사를 그리 해도 되냐"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김관영 후보의 유세현장을 유심히 본 박모씨(51, 우아동 거주)는 "민주당 경선이 불공정하다는 생각이 들어 뉴스를 자주 보고, 유세장까지 나왔다"고 소개했다.
서학동 일대 한 점포 앞에서 나무의자에 앉아 한가로이 정담을 나누던 60대 세 남성에게 지지후보를 묻자, 분위기가 싹 바뀌었다. 웃으며 먼저 얘기해보라는 주변의 성화에 말문을 연 가게 주인 박모씨(67)는 "김관영 후보가 그간 잘했다"며 "이번에도 될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자 동갑내기인 김모씨가 "대리비든 뭐든 돈 나눠준 것은 잘못했다"며 "전북은 민주당"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근처 예술가 마을의 카페 사장 오모씨(57)는 선택을 고심 중이다. 그는 "김관영 후보에 대해 동정적인 여론이 분명 있다"며 "잼버리는 그랬지만 (2036년) 올림픽 유치를 목표로 제시하며 노력했다"고 평했다. 오씨는 "지역에 새로운 기대를 가져올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만 보고 정하겠다"고 답했다.

민주당 텃밭이라는 이름 뒤의 그림자도 엿보였다. 전북 도청이 있는 서신동에서 만난 57세 김모씨는 "지방선거조차 국민의힘은 차마 선택할 수 없는 호남 사람들로서는 민주당 외에 항상 선택지가 없었다"며 "그것이 고민"이라고 말했다.
정읍에서 병원 치료를 위해 전주를 찾은 양모씨(73)는 민주당 1극인 전북 정치 환경의 문제를 꼬집었다. 그는 "내가 사는 곳은 도의원도 무투표 당선, 시의원도 무투표 당선됐다"며 "투표를 하는 것도 아니고 안 하는 것도 아닌 이상한 선거를 하게 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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