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풀스' 박은빈 "개차반 은채니로 정면돌파 택했죠"
[장혜령 기자]
<원더풀스>는 1999년 세기말, 우연히 초능력을 가지게 된 동네 모지리들이 평화를 위협하는 빌런에 맞서 세상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초능력 코믹 어드벤처다.
22일 넷플릭스 시리즈 <원더풀스> 채니 역의 박은빈 배우와 만나 작품에 관한 비하인드와 데뷔 30주년을 향한 소외를 들어볼 수 있었다.
다음은 박은빈과 나눈 이야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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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넷플릭스 시리즈 <원더풀스> 스틸컷 |
| ⓒ 넷플릭스 |
"전작을 함께한 유인식 감독님과의 인연이 계기가 되어 조금 특별하게 시작했던 프로젝트였다. 제작진의 노고와 헌신이 깃든 작품이 긴 기다림 끝에 이제야 빛을 보게 됐다. 촬영 동안 늘 어떻게 완성될지 궁금했던 결과를 드디어 볼 수 있어 행복했다. 어려웠던 기억도 있었지만 완성본을 보니까 뿌듯하고 보람도 있다. 좋은 결과물을 보니 힘든 기억도 미화되는 기분도 든다. 부디 시청자분들도 취향에 잘 맞으셨다면 다행이라 생각하고, 혹시라도 맞지 않으셨다면 다른 캐릭터로 만회해 보고 싶다. (웃음)"
-한국적 SF 히어로물이라는 특별한 장르를 선택한 계기는 무엇인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 촬영 중에 유인식 감독님으로부터 원래 준비하던 작품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설명을 얼추 듣고 재미있겠다는 생각만 하고 있었다. 이후 '우영우'가 잘 돼서 미국 시상식에 갈 기회가 생겼는데, 비행시간이 길어 다양한 대화를 이어갔다. 그때 <원더풀스> 이야기를 오래 할 수 있었다. 감독님이 가볍게 읽어보라고 주셨던 초고는 지금 버전과 달랐지만 신묘하고 신통한 대본이었다. 묘한 개그 코드가 연기로 표현하기 쉽지 않겠다는 생각과 캐릭터의 케미를 잘 살려내면 정이 들겠다는 기대감이 동시에 들었다. 슬펐다가 바로 코믹으로 전환되는 장르 변환이 빠른 대본이었고, 한 신 안에서도 해야 할 것들이 많았다. 1화 오프닝이 독백으로 시작하는데 죽는 역할의 비밀도 흥미로웠다. 순간 이동 능력과 불멸의 심장 이 두 가지 지닌 초능력자라면 세계 최강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1999년 세기말 패션이나 헤어스타일도 독특하다. 막무가내 성격이 자칫 비호감으로 보일 수 있는 만큼 캐릭터를 구체화한 과정이 궁금하다.
"채니는 브레이크가 고장 난 마이웨이다. 아마 머리를 묶다가 팔이 아파서 비뚤어진 비대칭으로 묶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사실 가발이었는데 귀엽게 봐주시는 것 같아서 다행이다. 뒷모습만 봐도 사고뭉치 인상이 들도록 독창적인 말투와 행동으로 각인하고 싶었다. 가상의 동네지만 유명한 인물이 존재하는 것처럼 설득력을 높이고 싶었다. 해성시의 모든 길이 채니로 통하는 것처럼, 은채니로 체화하는 게 목표였다. 만화적인 부분과 개차반의 명성을 지켜나가고 싶은 마음. 그 일관성을 잃지 않고자 했다. 채니가 다운되면 전반적으로 고요해져서 캐릭터가 돌파해야 한다고 봤다. 무덤덤하고 퉁명한 버전도 생각해 봤는데 텐션을 높게 가져가기로 결정했다. 정신없는 상황 속에서도 진지한 주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자성이 강한 인물이라 있을 때는 귀찮았지만 없어지면 그리워지는 강렬한 존재로 각인하고 싶었다."
-히어로가 된 후부터 점진적으로 액션 난도가 높아졌다. 장르 특성상 신체를 이용한 액션 연기가 많았다.
"본격 액션 연기는 처음이라 색다른 경험이었다. 각오는 하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신체를 많이 썼다. 감독님께 '제가 이렇게까지 한다는 이야기는 없으셨잖아요'라면서 떼쓰기도 했다. (웃음) 촬영장에는 늘 먼지와 피땀이 함께였다. 보이지 않은 걸 보인다고 생각하고 연기하기 때문에 허공과 상호작용을 해야 했고, 상상력을 많이 발휘해야 했다."
-초능력을 발휘하는 장면은 대부분 CG로 채워지는 만큼 연기할 때 민망한 순간이 많았을 것 같다.
"감독님이 꾸린 제작팀이라 프로젝트가 잘 완성되리라 봤고, 현타는 없었다. '우영우'로 재회한 팀이라 처음 만나는 팀과는 시작부터 달랐다. 불신은 없었고 오히려 믿음이 컸다. '우영우' 때 고래를 만나는 CG가 감독님의 아이디어였다. 순간 이동 때 바람을 일으키는 고난도의 타이밍이 필요했다. 덕분에 바람을 많이 맞았다. 시끄럽고 왁자지껄한 액션이 삼인방의 특별함이다. 자유자재로 능력을 쓰지 못하고 우연히 발현되어 단초가 된다. 이제 막 능력을 깨우친 사람들의 엉성함과 맞닿는다. 결핍된 욕구나 강점이 초능력이 된 놀라움, 특유의 삐거덕거림이 매력이다."
-최대훈, 임성재와 '우영우' 이후 재회했다. 전혀 다른 장르에서의 호흡은 어땠나.
"코믹 연기가 어려운 영역에 속한다. 사실 '이런 것도 될까' 싶을 정도의 연기도 두 분이 채워 주셨다. '우영우'로 한 번 만난 적 있어서 격 없이 지내서 케미를 나눌 수 있었다. 앞에서 두 분이 캐릭터 열전을 벌여주고 계시니, 굳이 제가 출사표를 던지지 않아도 됐다. 두 분은 개그 본능이 타고난 것도 있겠지만 준비성도 철저하셨는데 장기가 워낙 많으셨다. 오히려 제가 웃겨야 한다는 부담이 줄어들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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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은빈 배우 |
| ⓒ 넷플릭스 |
"어릴 때는 시간을 다루는 능력을 갖고 싶긴 했다. 과거의 저를 바로잡을 수 있고 미래의 저를 알아볼 수 있으니까. 이후 현실을 빨리 깨달아 버렸다. (웃음) 돌아가서 바꾸고 싶은 과거도 특별히 없다. 최선을 다해 살았는데 바꿔서 얻을 미래가 어떤 의미일까. 현재에 충실하면서 오늘을 사는 게 옳다고 스스로를 다독였던 기억이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를 하다 보니 순간 이동 능력이 탐나긴 했다. 오지나 산속 촬영이 많았는데 힘들 때 편안한 보금자리에 쉬러 잠시 다녀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작 <하이퍼나이프>에서는 감정이 결여된 인물이었고, <원더풀스>에서는 극도의 하이텐션을 자랑하는 독특한 캐릭터로 분했다. 독보적인 캐릭터를 빠져나와 본체 박은빈으로 돌아오는 방법은 무엇인가.
"생각보다 빨리 돌아온다. 앞을 향해 나아가는 인물을 만나면 좋은 영향으로 남는다. 주저하는 부분이나 복잡하게 생각할 일도 채니라면 다를 거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동안 연기한 수많은 캐릭터가 제 안에 담겨 있다. 각각의 방에 잘 들어가 있다가 가끔 문을 열고 나와 말을 걸기도 하는데 새로운 캐릭터를 만날 때마다 인간 박은빈도 성장하고 앞으로 나갈 상호작용을 주고받는다."
-아역으로 데뷔해 올해 데뷔 30주년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숫자에 연연하지 않으려고 했으나, 팬들이 의미를 부여해 주니 30주년 타이틀에 부끄럽지 않도록 하반기에도 잘 지내보려고 한다. 올해는 <원더풀스>와 <오싹한 연애> 두 작품이 공개되는 해다. 30년 동안 포기하지 않고 지낸 시간을 기념하고 이정표로 삼고 싶은 욕심도 든다."
-<원더풀스>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원더풀스는 기본적으로 초능력을 이롭게 쓰는 선한 사람들이다. 세상을 누가 구했는지 해성시민은 영원히 알지 못하지만 네 명은 서로를 기억할 거다. 작품의 시제가 대략 2주 사이의 벌어진 일인데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일을 겪으며 마음이 변한다. 채니가 희생을 각오하기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감정선이 따뜻하게 닿았으면 좋겠다. 채니는 죽음의 공포에서 막 벗어났고 미래를 내다보지 않다가 드디어 미래를 생각하게 될 것이다. 운정(차은우)도 곁을 내주지 않는 외톨이였지만, 모지리들이 그 영역을 침범하고 스며들어온다. 이제부터 적응하는 시간을 가지 않을까 상상한다."
-아직 <원더풀스>를 보지 않은 시청자를 위한 매력 포인트를 꼽아준다면.
"저도 1999년을 살아왔지만 지금에서야 '그때 그랬구나'라며 회상한다. 히어로물 특성상 결국 세상을 구하는 결말이 정해져 있지만, 부족한 인물이 서로의 연대로 지켜나가는 따스함을 느껴볼 기회다. 이들의 삐걱거림을 지켜봐 주시길 바란다. 부디 좋았다면 일 초도 허투루 쓰지 않고 디테일에 신경 쓴 작품이라, N차 관람으로 즐겨 주셨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필더무비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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