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거면 메모리 갔지" 삼성 내부서 내홍 심화…'파운드리 분사론'까지

권현지 2026. 5. 26. 10:44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 노사 성과급 투표 중
"메모리에서 왔다" 성과급 차등 불만
사측 '성과주의 원칙' 지켜야
업계 일각선 "비메모리 분사가 효율적"

삼성전자 성과급 노사 합의안에 대한 노조 조합원 찬반 투표가 진행 중이지만 사업부 간 성과급 격차 논란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메모리 사업부에 성과급이 집중됐다는 불만이 커지며 내홍이 계속되자 업계 안팎에서는 '비메모리 분사론'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

삼성전자 '2026년 임금·단체협약 잠정 합의안' 찬반 투표 마감을 하루 앞둔 26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의 모습. 연합뉴스

2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사는 잠정 합의안 도출 이후 27일 오전 10시까지 노조 조합원을 대상으로 찬반 투표를 진행한다. 투표 닷새째인 이날 오전 10시17분 기준 초기업노조 투표 참여자는 5만1835명으로 투표율 90%를 넘어섰다. 업계에서는 과반 노조인 초기업노조의 조합원 중 80% 이상이 디바이스솔루션(DS) 소속으로, 가결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한다.

하지만 잠정 합의안 공개 이후 사업부 간 성과급 격차를 둘러싼 내부 반발은 더 커진 상태다. 이번 합의안에 따르면 DS 부문 소속 메모리 임직원의 경우 최대 6억원 수준의 성과급이 예상되는 반면, 적자를 기록 중인 비메모리 사업부는 1억원대 수준에 그칠 것으로 추정된다.

한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부 직원은 삼성전자 노사 성과급 잠정합의안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같은 DS 소속인데 성과급 차이가 너무 크다는 불만이 현장에서 나온다"면서 "파운드리 살린다는 명목 아래 메모리 사업부에서 강제 차출, 전환 배치된 인력만 수만 명에 달하는데 이들 사이에 격차가 과도하게 차이 난다"고 밝혔다. 과거 메모리 부서에서 파운드리와 시스템LSI 등 비메모리 부서를 키우기 위해 배치된 인력들은 성과급 차등에 대해 억울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DS 부문 내에서는 메모리와 비메모리 간 인력 이동이 잦았던 만큼 상대적 박탈감이 크다는 반응이다. 과거 삼성전자 반도체에 원래 메모리밖에 없던 상황에서 시스템 반도체를 육성하기 위해 파운드리와 시스템LSI를 별도 사업부로 분리시킨 것이기 때문에 '뿌리'가 같다는 얘기다. 특히 반도체 업황 부진 속에서 메모리 사업부 인력이 파운드리와 시스템LSI 등 비메모리 부문으로 전환 배치되는 등 사실상 같은 사업 부문으로 취급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다른 메모리 사업부 직원도 "솔직히 뽑기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며 "메모리와 파운드리(비메모리) 임직원 간 능력 차이는 크게 없다고 생각한다"고 비메모리 임직원들의 불만에 일정 부분 공감했다. 그러면서 비메모리 부문 내부에서는 "이럴 거면 다 메모리로 가려고 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고 전했다. 그는 "이번 일을 계기로 '잡포스팅(사내 인재 유치제도)'을 열면 직원들이 다 쓰려고 할 것"이라고 자조했다.

다만 사측에서는 협상 과정에서 실적 기여도가 큰 사업부와 적자를 이어가는 사업부를 같은 기준으로 보상하는 것은 성과주의 원칙에 맞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업계에서도 경영 성과를 나누는 성과급의 특성상 높은 실적을 기록한 부서에 높은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초기 인큐베이션 기간에는 사실상 성과를 못 내더라도 다 같이 반도체 공통 제원으로 초과이익성과급(OPI)을 나누며 키워온 것이 맞다"면서도 "이제는 더 이상 인큐베이션 기간이 아니며, 본격적으로 성과를 내야 할 시기"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이러한 분위기에서 노조 내부 갈등도 법적 분쟁으로 번지고 있다. 공동투쟁본부에서 탈퇴했던 제3노조 삼성전자노동조합동행(동행노조)은 이날 오전 9시 수원지법에 노사 합의안 찬반 투표 절차 중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완성품(디바이스경험(DX)) 중심의 동행노조 측은 이번 합의안이 DS 임직원 중심으로 추진됐고 의견 수렴 절차도 충분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성과가 나면 성과급을 더 받을 수 있다는 비전 자체가 확실한 동기부여 효과로 작용하길 기대하며, 향후 보완책은 단계별로 가면서 더 고민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논란이 삼성전자의 사업 구조 문제와도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글로벌 상위 반도체 업체 가운데 메모리와 비메모리를 모두 운영하는 종합반도체기업(IDM)은 사실상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은 메모리 중심 구조이고, TSMC는 파운드리 중심 사업 구조를 갖추고 있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메모리와 비메모리를 함께 운영하는 구조를 통해 반도체 경기 변동에 대응하고 기술 시너지를 확보해 왔다는 입장이다.

내홍이 계속되면서 업계 일각에서는 '파운드리 분사론'이 다시 부상하고 있다. 그동안 비메모리 부서, 특히 파운드리를 중심으로 분사를 통해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돼 왔지만, 대규모 적자가 이어지며 독립 생존이 어렵다는 평가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 삼성 파운드리도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확대와 함께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 고객사 수주가 늘어나면서 올해 2분기부터 흑자 전환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파운드리가 독립할 경우 엔비디아·AMD·퀄컴 등 글로벌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을 보다 적극적으로 고객사로 확보할 수 있고, 메모리 사업과 별도의 투자·수익 구조를 구축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현철 광운대 반도체시스템공학부 교수는 "과거 삼성전자도 지금의 미디어텍과 TSMC의 관계처럼 메모리와 파운드리가 서로 끌어주며 성장하는 분위기였는데 사업부 간 갈등 분위기가 형성되면 회사 성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사업부 간 공생이 어려워지면 사업부 간 분리 이야기도 분명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석 가천대 반도체대학 석좌교수도 "파운드리와 팹리스(시스템LSI) 모두 지금처럼 놔둬선 자칫 고사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번 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도 더 적극적인 투자를 거쳐 흑자로 돌아서는 시점에 분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현지 기자 hjk@asiae.co.kr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